울산과학대와 청소노동자, 끝이 보이지 않는 3년간의 갈등
울산과학대와 청소노동자, 끝이 보이지 않는 3년간의 갈등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0.13 11:0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포트]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파업

시작은 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2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일방적 계약해지에 맞서 파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같은 해 5월 전원 원직 복귀와 고용승계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학교 측과 타결하게 된다.

그로부터 7년 후인 2014년 6월. 청소노동자들은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을 이끌었던 김순자 울산지역연대노동조합 울산과학대 지부장의 말을 빌리자면 ‘며칠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파업’이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려 1,100일 넘게 지속된 학교 측과의 싸움에도 사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원인은 생활임금

발단은 ‘돈’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먹고 살만한 수준의 ‘생활임금’을, 학교는 업계 평균을 기준으로 임금안을 제시했다. 파업 당시 청소노동자들의 연봉은 최저임금을 맞춘 시급 5,210원과 상여금 100% 등을 합친 약 1,900만 원 수준이었다.

노조는 시급 6,000원과 상여금 200% 등을 포함한 총 연 2,268만 원을 요구했다. 2013년 하반기 시중노임단가 일급 63,326원을 고려한 제시안이었다.

김순자 지부장은 “울산과학대에 13년 근무했지만 당시 빚만 2,500만 원 이었다”며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60세 이상 고령자들이라 지병을 달고 산다. 하지만 기존 임금 수준은 병원 값은커녕 생활하기도 빠듯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업계 평균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해왔다는 입장이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기본금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까지 합쳐지면 연 1,900만 원에서 2,100만 원 수준이었다”며 “서울지역 14개 대학 연합 청소용역의 연합체인 빗자루연대가 타결한 연간급여 1,700만 원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학교는 노조가 임금협상이 아닌 투쟁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2014년 4월 최초 임금협상 때 노조의 요구내용은 당시 연봉 대비 79% 인상이었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은 것”이라며 애초에 사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임금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노사는 각각 첫 임금협상에서 79.5%와 4.7% 인상안을 제시했다. 제시안들의 간격이 너무나 컸다.

이에 김순자 지부장은 “첫 교섭 때 높은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시중노임단가 수준을 상징적으로 내건 것”이라며 “후에 시급 6,000원으로 수정했는데도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해석이 서로 다른 합의서

또 하나의 쟁점은 합의서 이행 여부이다. 2007년 노조는 쟁의투쟁을 통해 고용승계를 보장하는 합의서를 이끌어냈다. 체결한 합의서 3번의 내용은 이렇다.

"울산과학대학은 ㈜한영의 도급계약해지로 타 업체와 계약 시 동부캠퍼스내에서 근무하는 울산연대노조 조합원이 타 업체에 고용승계를 원할 때에는 동부캠퍼스로 고용승계를 담보한다."

하지만 현재 김순자 지부장을 비롯한 파업 참가자 12명은 고용 미승계로 인한 무직자 상태이다. 노조는 사측이 합의서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부당해고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승계 담보를 약속했음에도 계약만료를 빙자한 일방적 해고를 자행했다는 것이다.

울산과학대의 청소용역 업체는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4번 바뀌었다. 합의서에 등장하는 (주)한영의 청소용역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다른 업체로 바뀌었을 땐 전원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다. 이후 다른 업체가 들어왔을 때에도 청소노동자들은 고용승계 됐다. 하지만 2014년 파업 도중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끝났을 땐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교는 전혀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청소노동자들이) 2007년 소속됐었던 ㈜한영 소속에서 다른 업체로 넘어갈 땐 고용승계가 완전히 진행됐다”며 “업체가 바뀌어 ㈜한영 소속이 아닐 땐 합의서가 효력이 없다는 법적 자문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 조합원들이 계약 종료에 사인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말도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측의 주장대로 합의서가 ㈜한영 소속일 때만 유효하다면 왜 다른 업체 소속일 때도 고용승계가 이루어졌냐는 것이다. 노조는 그건 표면상 이유일 뿐 결국 파업 때문에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김덕상 울산지역연대노조 위원장은 “말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주)한영 소속일 때만 유효한 합의서에 서명을 했겠느냐”고 말했다. 자발적으로 계약 종료를 한 것은 “투쟁을 위해 퇴직금 등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노동조합 존재?

현재 노조는 울산과학대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 중이다. 원래 농성장을 교내에 설치했지만 3차례에 걸쳐 강제철거를 당했고 결국 밖으로 쫓겨났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학교 땅을 불법 점거했다는 이유로 출입금지 가처분을 받고 1인당 약 8,200만 원의 벌금과 통장압류를 당했다. 게다가 몇몇 조합원들은 실형까지 받았다. 시급 6천 원을 요구하는 파업이 약 1억 원의 벌금과 압류, 그리고 실형으로 돌아온 것이다.

학교 측은 노조를 위해 많은 배려를 했다고 말한다. 임금협상을 원만하게 끝내기 위해 2015년 3월 1일 만료되는 용역계약을 5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했으며, 자발적인 정문 농성장 철거만 이루어진다면 벌금을 취하 하겠다는 내용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노조 측이 거절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측은 용역과 교직원을 이용해 농성장 강제 철거, 노조 현수막 제거 등을 병행했다. 시급을 올려주겠다는 약속을 해 노조가 협상 테이블에 나오면, 시급은 올라가지만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모두 제외한 안을 내밀었다. 결과적으로 임금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었다.

김덕상 위원장은 “돌이켜보면 학교 측은 협상이 목적이 아니었다. 협상을 하는 척 하며 오로지 노조를 깨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고 말했다. 시급을 올려주는 척 하며 조합원들을 기대시켰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려 조합원들을 실망하게 만듦으로써 끊임없이 노조를 흔들었다. 김순자 지부장은 “사측은 농성장 강제철거를 위해 용역 2, 30명을 몇 달 간 24시간 고용한다. 또 법적 소송을 준비하는 금액까지 합치면 2억 정도 들었을 것이다”라며 “결국 돈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노조는 강제철거 시도 한번 할 돈을 합의에 썼으면 손쉬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갈등

노조는 원직복직, 파업기간 미지급된 임금 지불, 책임자 처벌, 민형사상 합의를 요구하며 지금도 정문 앞 천막 농성장에서 투쟁하고 있다. 김순자 지부장은 서울로 상경해 청와대와 국회, 방송국 앞에서 상복을 입고 1인 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노조는 “우리는 정규직 전환이나 직고용까지 바라는 게 아니다. 그저 고용승계, 생활임금 보장만 요구했다. 이런 작은 요구 때문에 여기까지 끌고 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에 반해 학교 측은 언론이 노조의 주장만을 담아 학교 이미지가 실추되고 있다고 말한다. 울산과학대 관계자는 “(이미지를 생각해) 일일이 대응하고 있지 않다”며 “몇몇 매체에서는 취재 한번 나오지 않고 노조와 통화만을 통해 일방적인 기사가 나온 적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우리학교의 구성원들, 교수, 교직원, 학생들을 모두 패륜아 취급하고 특히 학생들이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이 호도되지 않도록 배려 부탁 한다”고 호소했다.

3년이라는 긴 세월만큼 노사 양측의 사이도 멀어졌다. 노조는 물러설 곳이 없고 사측은 골머리 썩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중재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노사 모두 앞으로만 전진할 뿐,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