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을지병원 노동자들
거리로 나온 을지병원 노동자들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0.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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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여 서울 대전 을지병원 노동자들 모여 결의대회 열어
▲ 오늘 오후 1시, 전국보건의료노조 산하 서울 대전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서울 을지병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대학병원에 들어갔다고 좋아하시던 부모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 노동자를 착취하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임금을 보니 앞날이 막막합니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나이에 오히려 손을 빌려야 합니다”

오늘 오후 1시 서울 을지병원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 참가한 대전 을지병원 물리치료사 김씨(23)는 현장발언에서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작년에 1년 계약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올해 6월에 1년 재계약을 했고 내년 5월이면 만료다.

김씨는 “아마 내년이면 일한지 2년이기 때문에 재계약이 안 될 것이다. 그럼 또 다시 일자리를 찾아 전국의 병원을 돌아다녀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정규직자리가 날 수도 있다는 말에 대전 을지병원에 입사했다. 정규직 하나 바라보고 타 대학병원 계약직보다 낮은 임금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구체적 정규직 전환 계획에 대한 대답을 피하고 있다.

하물며 올해 임단협에서는 타 사립대학과의 임금격차 문제로 노사가 부딪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 역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을지병원 파업 8일차인 오늘, 서울과 대전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오후 2시 서울 을지병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대전에서 올라온 222명의 노동자를 포함해 약 7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을지병원을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을지재단을 규탄했다.

을지병원은 타 사립대학병원에 비교해 임금은 60% 수준이며 인력은 70%에 그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최권종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어찌 잘 보살필 수 있겠느냐”며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면 환자들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측이 발표한 전문의 제외 을지병원 평균 임금도 현장 노동자들의 화를 키웠다. 병원 측은 1인당 대전 을지병원은 약 3천7백만 원, 서울 을지병원은 약 3천5백만 원을 평균적으로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결의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올라왔다는 대전 을지병원 간호사 오모씨(29)는 “(사측이 발표한) 임금체계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다”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 환경에 간호사들은 대부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도 파업을 했지만 바뀐 게 없다며 “우리의 권리를 보여주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가 허위사실을 이용한 비방전을 펼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제 있었던 노조의 기자회견 장소에 있던 병원 관계자는 “(평균임금은) 공시에 올라온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한 수치”라며 오후에 반박 자료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하루가 지난 지금도 올라오고 있지 않다. 기자가 다시 확인해 보니 좀 더 내부 토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거리행진 중인 을지병원 노동자들. ⓒ 고관혁 기자 ggh@laborplus.co.kr

1시에 시작된 결의대회는 4시가 넘어 거리행진으로 바뀌었다. 을지병원 노동자들은 “임금격차 해소하고 사람에게 투자하라”며 외치며 행진했다. 하지만 지난 사측이 지금도 노조의 교섭요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