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된 노동시장서 노조 역할? 복지국가 만들기!
양극화된 노동시장서 노조 역할? 복지국가 만들기!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0.31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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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사회연대네트워크 토론회서 연대 정신 강조
▲ 사회연대네트워크가 주관한 ‘노동조합, 복지국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토론회가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열렸다. ⓒ김민경 기자mkkim@laborplus.co.kr

한국사회에서 노동자들 간의 임금과 처우에 대한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문제를 노동조합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동운동 진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동운동가들이 노동을 기반으로 참여와 혁신을 통한 복지국가 건설에 앞장서야한다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사회연대네트워크가 주관한 ‘노동조합, 복지국가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토론회가 31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열렸다.

경제민주주의 역사 =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

정승일 사무금융노조정책연구소장은 한국 노동운동이 길을 잃고 있다며 한국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날 ‘더 넓고 더 깊은 경제민주주의 + 복지국가의 꿈을 꾸자’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정 연구소장은 “노동운동은 노동자가 주체가 된 운동이다. 노동권을 신장시키려고 한다. 그렇다면 노동의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가”라며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 목표가 없기 때문에 갑갑한 현실에 처해 있다. 노동운동이 경제 민주주의를 본격적으로 자기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920년대 중반 독일 노동조합총연맹의 정책연구소 소장이었던 나프탈리가 낸 책의 이름이 경제민주주의였다”며 “자본이 전지전능한 주권자가 아니라 그 권한의 1/3을 노동자가 장악해, 민주주의의 뿌리인 주권자의 역할을 노동자들이 정치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기업, 산업, 국민경제 전체의 영역에서 하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 노동운동의 역사를 보면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경제민주주의가 노동운동의 전략적 목적”이었며 “지난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유럽 전역 노동계에서 대안으로 가장 화두가 된 것 또한 경제민주주의였다. 독일의 금속노조 이게메탈이 지난 10년 동안 경제위기 이후에 발표한 자료에도 경제민주주의 과정 담론을 부활시켜, 자본주의를 사회적으로 통제하고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노동자들의 권력을 산업 차원에서 어떻게 만들 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유럽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지난 100년동안 관철시켜온 경제민주주의와는 정반대되는 주주민주주의로 경제민주주의가 이야기 된 지 20년이 넘었다. 이에 대한 노동계 진보학계 내에서 대안 담론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며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다. 노동운동이 길을 잃어버린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국 노동운동 복지 의제 주도해야"

노동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노동운동이 주주자본주이 틀 안에서 사고해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1주 1표조차도 실현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자본 개혁을 이야기 하는 측면이 있다”며 “서로 의견에 대해 각을 세우기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한다. 복지에 대해서도 새로운 주체가 형성될 수 있는 의제 기획과 실현이 필요하다. 사회연대라는 가치를 가지고 노동계가 의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노동의 지원군이듯 복지가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당면한 현실에서 주저않는 것이 아니라 세력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노동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조합원들에게 노조에 대한 교육을 하듯이 복지에 대한 조합원들의 인식이 제고되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가 조직자원으로서 필요하다면, 물질자원으로서 복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자들 간의 연대성을 높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사회보험이 실업급여”라며 “중견규모 사업장 노동자들보다 불안정한 노동자들이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실업급여를 높이는 사업을 추진해 연대를 강화해볼만하다”고 제안했다.

노조가 주도해 실업급여를 높여야한다는 주장을 했을 때 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치겠지만,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의제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의 전선이 만들어지고 교육사업, 캠페인 등의 다양한 사업으로 이어져 노동자 주체성이 강화돼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재한 균형사회연구센터대표도 “정치권 내부 논의에만 맡겨 놓으면 복지국가는 관심이 적은 사안”이라며 “누군가 의제를 만들고 시민적인 압력들이 행사될 때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복지국가 내용이 내년 논의될 개헌국면에서 제대로 담길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주도해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국의 노동계에는 재단이나 전문가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복지국가로 가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불가피하다”며 “지역별, 산업별, 생산성과 관련된 협약 등 개입전략 없이 복지국가로 갈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김형수 서울일반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조직 만든 후 안정된 이후 권력 행사하는 것만 배운다. 노동조합도 가진 것을 내놓고 나누는 것을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이 과정에서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한석호 민주노총사회연대위원장, 김영배 서울시성북구청장, 김욱동 민주노총부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발제 직후 이어진 토론은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