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분명히 올랐는데 임금은 변동 없다?
최저임금, 분명히 올랐는데 임금은 변동 없다?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1.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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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
[리포트]최저임금 인상에 맞서는 기업들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됐다. 비록 노동계가 주장한 ‘1만 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년도보다 16.4%, 1,060원 인상된 결과다.

내년부터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기준으로 월급 1,573,770원 미만은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하지만 좋아하긴 이르다. 임금이 올해와 비교해 전혀 상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몇몇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무력화라는 마법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기업들이 어떤 방법으로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첫 번째, 상여금을 기본급에 편입시키기

최근 한화 갤러리아에서는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던 상여금을 월별로 일정하게 나눠 지급하겠다는 요지의 임금개편안에 직원들 동의를 구했다. 이른바 ‘월할 상여수당’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의 경우 최저임금 산정 범위에 들어간다. 기본급을 인상하는 대신 인상 폭 만큼 상여금 일부로 메우려는 시도이다. 이럴 경우 월급은 늘어날지 몰라도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대상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청정원, 종갓집김치 등으로 유명한 식품회사 ㈜대상은 판촉사원들에게 연간 기본급의 100%를 3회 총 471만원을 지급하던 기존의 임금체계를 50만원씩 3회 지급으로 전환하고 그 차액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임금개편에 대한 동의서를 받았다. 기본급은 늘어나지만 실제 임금에서는 별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렇게 분기별 상여금을 월별로 지급한다던지, 상여금을 없애고 기본급에 편입시키는 사례는 가장 대표적인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근로시간 변경

지난 10월 18일 있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에 입주한 한 협력업체의 근로시간 변경을 통한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를 공개했다. 이 업체는 휴게시간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은 무급처리 한다는 점을 이용해 8시간이었던 유급근로시간을 7시간으로 줄였다. 이렇게 되면 월 유급 근로시간은 209시간에서 182시간으로 줄어 임금총액 상승폭이 매우 적어진다.

학교비정규직과 교육부와의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 논란도 이와 유사하다. 교육부는 243시간인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을 209시간으로 줄이는 안을 노조에게 제시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 시급 6,539원을 기준으로 243시간을 적용하면 약 160만 원이지만 209시간으로 변경할 시 시급이 7,530원으로 오르더라도 157만 원 수준으로 떨어진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근속수당 도입과 인상 그리고 보조수당 지원으로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했다.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에 맞서

송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 방안 설명회, 컨설팅 자료도 공개했다. 자료에는 휴게시간을 2시간으로 늘리고서 실제로는 1시간 30분만 부여하기, 가산임금은 최저임금에 미산입 되므로 많이 주지 않기, 수습 등 임금체계 개편, 복리후생 금품 및 고정 성과금 기본급화 등이 담겨있다. 많은 기업들이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노동계도 최저임금 무력화 시도를 막아내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민중정당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이 진행하는 ‘최저임금 119 센터’가 있다. 최저임금 119 센터는 윤종오 의원실 중심으로 9월 4일 발족했다. 제보를 통해 무력화 시도를 파악하고 상담과 노동조합 조직을 도와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취지의 운동이다. 김형남 민중정당 노동위원장은 “사측의 불법, 편법적 임금개편을 막기 위해서는 개인으로는 힘들다. 단체 교섭과 대대적인 여론전을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며 노조 조직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언제든지 상담이 가능하니 노동자들이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최저임금 산정범위 논란 가능성 있어

국정감사에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대해선 논의 중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정기상여금, 중식비, 교통비도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제도개선 TF를 운용중이다. 최저임금 산정범위 역시 TF에서 논의 중인 사항이다. 만약 어 위원장의 생각대로 산정범위가 결정되면 기업들은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최저임금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노동계는 어 위원장의 발언이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수준의 망언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은 성명서를 내고 “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기 위해 각종 편법, 불법을 부려 노동자들의 연봉은 제자리에 머무는 기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어 위원장의 발언은 최저임금위원회 의결 내용을 스스로 무력화하는 한편 기업들의 꼼수 시도를 확장,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