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노동운동 공공부문이 선도할 것
앞으로 노동운동 공공부문이 선도할 것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1.2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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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 사회 발전 기여’로 노조활동 패러다임 전환 시점
[인터뷰]이인상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중요하게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습니다.” 우연히 만난 그가 건넨 말은 의외였다. 그의 임기가 불과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말은 주로 갓 당선된 노조 위원장이나 위원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로부터 들음직했다. 번뜩 다가오는 위원장 선거가 떠올랐다.

“현안을 다 풀고 갔으면 좋겠는데, 못 다하고 가는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정식으로 날짜와 시간을 정했다. 다시 만난 그의 첫마디는 또다시 예상을 빗나갔다. 노동 전문 매체에서 일한지 이제 곧 1년. ‘감’이 생기려나보다 했는데, 아니었다. 자괴감이 밀려왔지만, 이내 집중했다. 이날 그가 밝힌 그간의 소회에는 한국사회가 고민해야할 중요한 지점들이 곳곳에 담겨있었다.

지난 10월 19일 한국노총 9층에 위치한 노조 사무실에서 ‘그’, 이인상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을 만났다. 이 위원장은 재선에 성공해 지난 6년간 공공부문 4만 노동자들이 모인 공공연맹을 이끌어왔다. 그의 임기는 오는 12월 종료된다.

어제(지난 10월 18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가 일자리 정책 5년 로드맵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이어, ‘공공일자리 창출’이 ▲일자리 인프라 구축 ▲민간일자리 창출 ▲일자리 질 개선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함께 5대 분야 중 하나로 꼽혔다.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일자리 정책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정책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진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찾았다. 가장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말했다. 이런 틀에서 대통령이 노동자가 바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규직 전환의 최초 모델을 공공부문에서 잡았다. 공공부문의 성공한 정규직화 성공모델이 제조나 서비스 분야로 확산될 것이다. 양대 노총이나 노조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나가야한다.

앞으로 사회 기반 자체도 공공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이 더 확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공공부문이 노동운동을 선도해 나가리라고 본다.

‘공공부문 노조의 역할’에 대한 논문을 쓴 적이 있다. 노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조합원의 권익 향상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노조에는 두드러지는 특성이 하나 있다. 바로 ‘조직발전 지원’ 콘셉트이다. 노조가 자기 것만 챙기는데 그치지 않고, 작게는 속해 있는 조직의 발전, 크게는 사회・국가의 발전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공공부문 노조가 가장 역량을 잘 발휘 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동운동의 패러다임의 바뀌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반노동 정부였다. 반면 현 정부는 친노동을 내걸었다. 노조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계획에 포함시키지 않고 이들의 처우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비정규직 중에서도 기간제, 간접 고용노동자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실정인데?

전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봤다. 현 정부도 본질적으로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본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다만, 문제의식은 가지고 있다. 이들의 상황을 한번에 바꿀 방법이 없기 때문에 처우 개선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하는 대목이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지면서 생겼다. 직무에 따라서 무기계약직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없애야한다. 기존의 제도권 안으로 정규직화해야 한다. 현재 정규직 전환대상자들에게 언론이나 사회적 관심이 쏠려 있지만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둬야 한다.

공공연맹에는 지방공기업이나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타 공공부문 연맹에 비해 많이 들어와 있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의 무기계약직 노조들이 많다. 통계청, 고용노동부 직업상담,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토부 국토관리・하천관리 등이 있다.

이분들의 요구사항은 단순하다. 단 두 가지이다. 첫째 직제가 분명하지 않은 무기계약직 신분에 따른 불이익이 많으니 직제를 만들어 달라는 것, 둘째 무기계약직의 인건비가 일반회계가 아니라 사업비에 포함돼 고용이 불안하니 이를 시정하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조직율이 낮다. 실질적으로 2%도 안 된다. (반면 정규직의 조직율은 20% 이다.) 이들이 모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설득해야하는 현 정부도 바라고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서 노동존중을 말하는 정부를 돕고,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기존 노조들이 나서야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조 조직율을 30%대로 올려야한다고 말한 부분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 그전부터 해 온 부분이지만 한국노총도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노총 소속 공공연맹은 한울타리노조를, 공공노련은 공공산업희망노조를 띄웠다. 현재 우리 연맹 내 한울타리공공노조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00명을 넘어섰다.

현재 공공부문은 일자리 정책뿐만 아니라,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강화라는 국가 정책 기조와 관련해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사회의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사회적 가치 법’을 만들려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사회연대’라는 표현을 썼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안전망 강화로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사회연대를 통해 구축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은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무너진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래 위치한 사람들을 끌어올려 연대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일정 부분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다만 현 정부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처럼 ‘노동조합 너네가 다 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노조도 정부도, 사측도 모두 한걸음씩 물러서 양보해야한다.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연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점에서 양대 노총 공공부문 공공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만드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큰 의미가 있다. 현 정부가 앞선 정부가 강행해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성과연봉제 폐기를 선언했고, 노동자들도 부당하게 지급된 성과급으로 기금을 만들고, 사회에 환원하는 역할을 찾아 나섰다. 노조가 나서서 돈을 반납해 사회연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개인의 치적은 아니지만, 지난 6년 임기 중에 한 노동운동가로서 가장 소중하고 큰 치적이다. 임기를 마치면서 꼭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이다.

앞서 말한 노동 활동의 패러다임 전환이고, 앞으로 노조가 방점을 찍어야 할 사회적 역할이다.

임기를 마치면서 하고 싶은 일‘들’이라면, 무엇인가?

첫 번째가 공공연대기금이었다.

마필관리사들의 죽음을 멈출 대책 마련이 두 번째다. 마필관리사들의 산재 발생 비율은 한국의 평균 산재율 보다 20배 가까이 높다. 위원장으로 연맹에 왔을 때 제일 먼저 말을 관리하던 중 말에 치여 두개골이 함몰되는 사고를 당한 마필관리사 박종근 씨를 찾았다. 산재 처리는 받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산재 예방이다. 그는 지금도 의식이 없다.

세 번째는 충북도청 도로보수 무기계약직 박종철 조합원의 순직을 인정받는 것이다. 고인은 지난 7월 충북 청주에서 역대 최고의 호우로 발생한 수해 복구 중 과로로 사망했다. 새벽 6시부터 아침, 점심도 거른 채 14시간동안 복구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병원에서 과로가 사망원인이라고 했지만, 기관은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처리를 못해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공무원이 하는 업무에 준하는 일을 하다 돌아가셨다.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 순직처리 되지 않은 김초원 기간제 교사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지난 5월 김 교사는 순직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순직 처리를 둘러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사망한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다. 관료들은 법 등을 이유로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은 바로 바꿔야 한다. 정규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처리를 안 해준다면 어느 누가 소신껏 일하겠나. 국가가 책임지고 나서 해결해야한다.

마지막으로 공공연맹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말씀 부탁드린다.

바라는 점이 두 가지 있다. 차기 공공연맹 위원장 후보가 단일화되고, 앞으로도 노조의 사회연대 기능을 잘 유지해 갔으면 좋겠다.

연맹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 위원장을 맡은 6년 동안,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 연맹은 완벽하게 하나가 됐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선거 후에는 항상 후유증이 남는다. 다가오는 위원장 선거를 거치면서 또 다시 분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지금 위원장 후보로 나서려는 잠룡들이 많다. 후보들이 단일화 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고 노력하겠다.

문재인 정부라는 친노동 정부와 노조가 함께 무엇을 만들어 가야하는 시기다. 지금은 정부와 싸우는 노조는 답이 될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우선 연맹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후보 단일화를 토대로 차기 집행부가 탄생하면, 2018년과 2019년 2년 동안은 노조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때 선언적이 아닌 실천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 공대위라는 틀이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 공대위는 노조의 좋은 사회연대 모델을 더 확장해 만들어 갈 것이다. 차기 위원장이 그동안 공공연맹이 투쟁을 통해서 얻어낸 이 같은 기조를 잘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