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조직? 정말 솔직한 사업
노동조합 조직? 정말 솔직한 사업
  • 고관혁 기자
  • 승인 2017.11.2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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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조합원 달성을 위해 오늘도 달린다
[인터뷰]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회 위원장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회 위원장은 1989년 이대 목동병원 간호사로 입사했다. 그리고 두 번의 이대 병원 분회장, 한 번의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지금은 미조직 병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위해 일하고 있다. 나 위원장은 노조 조직처럼 솔직한 사업은 없다고 말한다. 노력한 만큼, 인력과 예산을 투입한 만큼 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의 조직 사업이 많은 성과가 나온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최근 병원 사용자와의 대결에서 연전연승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노조 조직 사업을 들어보았다.

미조직위원회는 어떤 업무를 하는가?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 노조를 만든다. 그리고 우리 보건의료노조 미조직위원회는 만드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첫 임단협이 마무리 될 때까지 도와준다. 그래서 보통 최소 6개월부터 길게는 1년이 소요된다.

노조 조직 대상 사업장은 어떤 식으로 결정되는가?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열악한 근무환경을 바꿔보고자 노조 결성을 추진하기 위해 우리에게 스스로 연락을 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는 우리가 조직에 성공한 사업장의 조합원들이 데려오는 경우이다. 작년 대전 을지대병원에 노조를 설립하니 아는 건양대병원 후배에게 ‘너희도 노조를 만들어라’고 권유해 우리와 연결을 시켜줬다.

마지막으로 ‘지인 찾기’이다. 기존의 조합원들에게 미조직 사업장에 다니는 지인들을 소개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작년부터는 지인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노조를 어느 정도 만들다 보니까 이 방법이 가능해졌다.

미조직 사업장에 가서는 어떤 과정을 통해 조합원들을 모으는가?

예전에는 병원 앞에서 선전전도 해봤다. 그렇게 하니 오히려 사용자가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 힘들어지더라.

요즘엔 사용자 몰래 준비한다. 노조를 설립하는 그 순간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을 준수한다. 핵심 인력들 몇 명만 데리고 간다.

건양대 병원을 예로 들면 정말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을지대 병원에 다니는 대학 선배가 노조 설립에 대해 알려주니 솔깃한 것이다. 그렇게 우리를 소개시켜줬다. 처음에는 같은 부서에 다니는 2명이 왔다. 그래서 다른 부서에 다니는 입이 무거운 친한 사람들, 또는 주도적으로 할 만한 사람을 한두 명이라도 좋으니 데려오라고 했다. 그와 동시에 기본적인 노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병원 내 문제점을 파악했다. 이 과정이 약 4개월 정도 걸렸다.

그리고 언제쯤 설립을 할지 구상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지부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인원과 간부로 내세울 만한 인원들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지면 지부 설립 총회를 연다. 물론 비밀이기에 병원 내부에선 하지 않는다. 장소를 따로 섭외해 믿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 만든다. 건양대 병원은 설립총회 때 13명 있었다. 그 인원들이 지금은 720명 정도로 증가한 것이다.

총회 이후 병원에 들어간다. 순회를 하며 직원들에게 노조가입을 설득한다. 대체로 반응이 좋다. 왜냐하면 대부분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열악하고 임금도 적다. 이미 대학 동기들 또는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나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고 있다. 다들 불만이 쌓여있고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을 한다. 그래서 누가 앞장서면 따라간다.

가입시키러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 부서장들이 모두 나온다. 노조 가입을 방해하려 하면 녹음기를 갖다 대고 “가입 방해 행위는 부당노동 행위다. 처벌 받는다. 하지마라”고 강하게 못 박는다. 사측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첫 3, 4일 이내에 가입 대상 중 절반이상 가입을 시켜야 한다. 대세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 ‘다 가입하는 것 같으니 우리도 하자’라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아니면 지지부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작전을 짠다. 내가 미조직 위원장을 하며 단 한번 실패한 적이 있다. 지방 모 병원의 경우 노조 설립 정보가 사측에 들어간 바람에 사측에서 노조를 먼저 설립해 버렸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 이미 선수 친 바람에 실패했다. 그래서 비밀을 철저히 지키려 노력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업장이 있는가?

대전 을지대병원이다. 그곳은 2015년 설립 당시 상대적으로 노조간부들이 탄탄했다. 경력도 직책도 있는 간부들이라서 조합원들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직원들도 정말 많이 가입시켰다. 3일 만에 500명이 넘었다. 그런데 한 달 뒤, 노조파괴로 유명한 노무사가 그곳에 왔다. 정말 하늘이 노래지더라. 많은 병원 노조들이 그 사람으로 인해 깨졌었다.

그 노무사는 중간 관리자들에게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임금협상 당시 노조와 합의도 없이 임금인상분을 비조합원들에게만 주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았다. 그렇게 을지대병원도 100여 명이 노조에서 빠져나갔다.

우리는 임금체불 진정을 넣고 지역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들과 연합해 대책위를 꾸려 대항했다. 또 알고 보니 그 노무사의 고향이 대전이더라. ‘고향 노조까지 깨려고 하느냐’며 증언대회, 기자회견 등을 실시하고 미국 노조파괴 전문가가 양심 선언한 책을 제본해서 사람들과 을지병원 조합원들에게 배포했다.

1년간 치열한 전쟁을 했다. 교섭 끝에 결국 파업을 실시했다. 조합원들의 쌓였던 분노가 터졌고 그동안 조직사업이 빛을 봐 모두가 파업장으로 내려왔다. 18일간 파업 끝에 우리가 승리했다. 파업이 끝나고 그 노무사는 계약 해지 당했다. 가장 보람됐고 기억에 남는 조직사업이었다.

노조가 있고 없고는 어느 정도 차이 나는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인건비 비율만 봐도 그렇다. 노조가 있는 병원들은 전체 의료 수익에 약 40% 중반을 인건비로 사용한다. 하지만 미조직 병원의 경우 30%이다. 약 10% 이상 차이난다. 임금이 그만큼 차이난다는 것이다. 지금 파업 중인 서울 대전 을지대병원의 경우 사립대병원 평균의 60% 수준이다.

노조가 없던 시절 을지대병원은 단 한명도 육아 휴직을 하지 못했다. 건양대병원도 비슷했다. 근무조건의 경우 간호사들은 3교대를 하는데 근무와 근무 사이에 16시간의 휴식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노조가 있다면 대부분 지켜진다. 하지만 노조가 없는 곳은 12시간도 안 돼 다시 근무 투입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곳은 교육을 근무시간 외에 시키더라. 일 시작 전에, 혹은 끝나고 불러 교육시켰다. 눈이 오면 간호사들에게 제설업무를 시키는가 하면 출근하며 휴대폰을 반납하게 하는 곳도 있었다. 의자에 등받이가 있으면 게을러진다며 등받이 의자를 모두 없앤 곳도 있었다. 노조가 만들어지고 모두 개선했다.

노조 조직 업무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가?

조직사업을 직접 해보니 인력과 예산 그리고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미조직 위원장을 맡기 전까지 두 명이 담당했다. 지금은 중앙에 4명이 있고 서울과 경기에 한명씩 배치했다. 다른 지역본부에도 전담 인력을 두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해보니 조직 사업성과가 훨씬 나아졌다.

예산도 중요하다. 보건의료노조는 매년 조합원들이 지불한 조합비 중 명당 천원을 조직화 사업 예산으로 배정한다. 어디 가서 노조를 처음 조직할 때는 첫 6개월간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사측이 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합비를 걷지 못한다. 그만큼 보건의료노조가 모두 지원해줘야 한다.

사실 과거 몇 차례 조직사업을 실패하면 조직 내에서도 ‘꼭 이렇게 예산을 많이 쓰면서 사업을 해야 하느냐’, ‘성과도 없는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다행히 최근 몇 년간 성과를 내니 긍정적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