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통해 세상을 만나다
아빠를 통해 세상을 만나다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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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히어로>
영화를 통해 본 노동 이야기

한 소년이 생활기록부 아빠 직업란을 두고 고민에 빠진다. “직업? 아빠 직업이 뭐지? 사회운동가? 해고자? 노동운동가?” 영화 <안녕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해고자 아빠를 둔 14살 현우의 성장 이야기이다. 영화는 2009년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이 벌인 ‘쌍용차 투쟁’을 배경으로 한다.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한 ‘쌍용차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아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우가 아빠의 인생을 마음으로 끌어안는 과정을 담았다.

한영희 감독은 “노동하는 사람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 모두 희망을 보며 살아갈 수 있다”고 전하며 영화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녕 히어로 Good Bye My Hero
개요 │ 다큐멘터리 │ 한국 │ 109분
개봉 │ 2017.09.07
감독 │ 한영희
출연 │ 현우(소년), 정운(아빠)

 

 

영화 <안녕히어로>를 찍게 된 계기는?

연분홍치마에서 제작한 용산 참사를 다룬 다큐 <두개의문> 배급 과
정에 가장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쌍용차 해고자분들이었다. <두개의문> 첫 시사회 당시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계속 울고 계셨던 분들 역시 쌍용차 해고자분들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쌍용차 해고자에 대한 이야기를 작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2012년 겨울 송전탑 농성이 시작되면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영화 작업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촬영을 시작한 것은
2013년 10월부터였고 2016년 8월 촬영을 마쳤다.

영화에서 쌍용차 투쟁을 해고자 가족 중심으로 풀어낸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쌍용차 투쟁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이 싸움이 해고자 한 개인의 싸움이 아니라 가족의 싸움이기도 하고 그 가족과 관계된 수많은 공동체들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현장에서 ‘해고자 가족의 이야기로 노동의 현실을 전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해고자 가족들을 만나볼 수 없어서 일단 해고 당사자인 아버지들에게 먼저 접근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거리에서 보내는 해고자분들이 이야기를 나눌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 주제 중 하나가 ‘가족’이더라. 대한민국 남성 가장들이 가족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하는지 쌍용차 투쟁 현장에 들어와서 처음 알았다(웃음). 근데 그중에서도 김정운 씨는 유독 눈에 들어왔다. 두 아들이 축구를 하면 매 경기마다 쫓아가시고 투쟁하기 시작하면서 직접 경기를 보지 못해도 경기 상황을 다 알고 우리 아들이 골을 넣었다고 자랑하시는 그런 분이었다. 카메라가 진입해야 하기 때문에 관계가 좋은, 가족들에게 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시는 분을 찾았는데 그게 김정운 씨였다. 그리고 2013년 봄, 김정운 씨의 아들 영화의 주인공 현우를 만나게 됐다.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현우의 의사소통 방식과 내 의사소통 방식이 달라서 현우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간이 길었던 것 같다. 2013년 10월 촬영에 들어가고 2014년 2월 첫 인터뷰 촬영에 들어갔는데 현우가 ‘네, 아니오’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더라. 몇 번의 시도 끝에 인터뷰 촬영이 불가능한가를 고민했었는데 현우가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말에 의존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전하려 했던 것 같다. 말에 의존하지 않는 현우의 표정, 침묵 등의 표현법을 포착했었더라면 당시 감정이 더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을까.
또 가족들만의 공간인 집을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들이 허락해줄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김정운 씨의 허락을 먼저 받고 현우 어머니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는데 흔쾌히 허락을 하셨다. 오히려 물어본 내가 ‘응?’하고 놀랄 정도로.

촬영을 하면서 느낀 건 현우 어머니가 현우와 정말 이야기를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아빠가 지금 계속 투쟁을 하고 있는데 너는 어떠니? 너는 괜찮니?’하고. 혹시 엄마로써 잘못한 부분이 있었을까 그 말을 꺼내기 두렵다고 하시더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걸 느꼈었고 그것이 현우 가족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안녕히어로> 촬영이 가족들의 소통 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촬영에 임했다.

촬영을 끝내고 편집할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실제로 쌍용차 투쟁은 <안녕히어로>에 담긴 것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고 가혹한 투쟁을 했던 곳이기 때문에 감정을 굉장히 들끓게 만드는 장면이 많다. 예를 들면 쌍용차 해고자분들이 2심 고등법원에서 승소했을 때 서로 붙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교섭을 앞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장면도 있고. 이외에도 극적인 요소들이 많았는데 최대한 억누르고 투쟁의 현장을 배경적인 요소로 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영화가 철저하게 현우 시점의 영화여야 한다는 원칙을 깨지 않지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쌍용차 투쟁을 앞장선 분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쌍용차 노사가 교섭을 통해 2017년 상반기까지는 해고자 복직을 완료하겠다고 했는데 이미 상반기는 지나지 않았나. 37명의 해고자는 복직을 했지만 남은 130명은 근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희망고문을 받고 있다. 어쨌든 영화는 복직한 37명 중 1명인 김정운 씨 가족, 현우의 시선에서 다룰 수밖에 없으니 부족한 부분, 담지 못한 감정들이 있을 것이다. 해고자 모두의 이야기를 다 설명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이고 남아있는 해고자분들의 복직이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영화에 담았다.

9살 현우가 15살이 되기까지 모습을 지켜보셨는데 실제로 현우의 성장을 느끼셨는지?

매우. 그야말로 푹풍성장(웃음). 정말로 잘 성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믿는다. 나한테 전부인,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멋있는 우리 아빠. 아빠에게만 집중되어 있던 9살 현우의 시선이 점점 사회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정말 많이 느꼈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복직한 사람, 복직을 기다리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현우는 알고 있다. 아빠가 복직한 것이 완전한 완결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다. 지금의 현우에게 아빠보다 더 안타까운 영웅은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을 비롯한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지금도 현우는 ‘득중이 아저씨가 제일 안쓰럽다’고 이야기한다. 아빠가 투쟁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 말을 하지 않는 것, 아빠의 일을 이해하고 비록 힘은 없지만 그래서 안타깝지만 아빠는 영웅이라고 이야기하는 현우의 성장은 정말 놀라웠다.

감독이 개인적으로 본 쌍용차 투쟁은?

‘함께 살자’고 했던 투쟁이 아니었을까. ‘어렵더라도 우리가 함께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요’가 쌍용차 투쟁 의미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더 많이 영향을 주고 영향을 받는 과정들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로 보이는 투쟁이 사실은 내 노동조건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쌍용차 투쟁자들이 내세웠던 ‘함께 살자’고 한 기치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현우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확실히 아빠의 복직 이후에 현우는 훨씬 더 밝아졌다.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분들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생활기록부를 작성할 때 아빠의 직업란을 놓고 갈등하지 않는 상황이 온 것만으로도 훨씬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안녕히어로> 공동체 상영문의
시네마달 02-337-2135
cinemadal@cinemad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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