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웅과 함께하는 노동자, 장례지도사
마지막 배웅과 함께하는 노동자, 장례지도사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7.11.21 13:2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의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이 오기를”
[인터뷰]장례지도사 노동 현장 엿보기

죽은 자를 보다 편안하고 아름답게 보내기 위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례지도사란 상(喪)을 당한 유족의 요청에 따라 장례절차를 주관하는 사람으로 장례 상담, 시신 관리, 의례지도 및 빈소 설치 등 종합적으로 장례의식을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장례지도사의 노동 현장을 엿보기 위해 이상재 전국장례인노동조합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장례지도사들이 제대로 된 인권과 노동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자 지난해 7월 전국장례인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장례인노동조합을 소개하자면?

무연고자나 생활이 어려워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무료 장례를 제공하기 위해 장례지도사들이 만든 사단법인 대한장례인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자연스럽게 장례지도사들이 현장에서 받는 불이익, 어려움을 목격하게 됐지만 대한장례인협회 차원에서는 회사와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기 어려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장례지도사는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 직접 고용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된다. 현재 조합원 수는 약 170명이고 장례지도사, 장례복지사(장례식장에서 음식을 제공하거나 문상객을 접대하는 노동자)들이 소속되어 있다.

노조에서 가지고 있는 고민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장례지도사들을 모아 노동조합 조직률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장례지도사들의 80% 정도가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 일을 주고 있는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노동환경에 문제점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노조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현재 노조의 고민이다.

장례지도사 노동 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요새는 이틀장, 하루장도 있긴 하지만 보통 삼일장을 치르기 때문에 일을 시작하면 3일 단위로 움직이게 된다. 오늘 누군가 돌아가셔서 장례지도사에게 일이 들어오면 장례지도사는 장례식장을 하는 장소로 가서 유족과 장례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계약이 마무리되면 재단 설치, 사망신고, 화장예약, 장례복지사 투입을 차례로 진행하면서 본격적인 장례가 시작된다. 그렇게 되면 모두가 알고 있는 문상, 입관, 발인 등의 장례식 풍경이 펼쳐진다.

장례를 진행하는 3일 동안 첫 번째로 생기는 문제가 휴식권이 보장이 안 되는 것이다. 고인을 보내는 그 엄숙한 분위기에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없으니 항상 긴장 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 항상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장례식장의 위치에 따라 출·퇴근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서울에 있는데 3일 동안 일할 장례식장이 서울이면 출퇴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퇴근이 어려운, 거리가 먼 지방에 장례식이 있다면 근처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잠을 자야 한다. 쉴 수 있는 공간도 없지만 장례지도사들이 3일 동안 묵을 공간도 없는 것. 여기에 드는 경비도 장례지도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가 장례지도사가 감정노동자라는 사실이다. 3일 동안 현장에서 웃지 못하는 건 물론,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있기 때문에 진중하고 엄숙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자살하는 장례지도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장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건 시스템의 문제이다. 장례식장마다 근무형태가 다르고 통일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전국의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는 장례지도사들에게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장례식장에서 시신이 바뀌는 사고도 이러한 시스템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올해만 해도 시신이 바뀌는 사고가 7건이나 발생했다.

또 문제가 되는 것이 장례지도사들에게 시신의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현장의 장례지도사들은 직접 손으로 시신을 꺼내고 닦고 만지게 되는데 이 시신이 어떤 질병을 가졌었는지에 대한 정보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시신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질병을 옮기게 되는지 내가 모르는 것이다.

장례지도사들은 이런 부분에서 전혀 보호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있다. 장례지도사 관리부서인 보건복지부가 1년에 한 번씩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