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사회의 이방인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
공무원사회의 이방인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7.12.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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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제·전환형 공무원과 불합리한 차별 만연
[리포트]정부 주도 좋은 일자리 정책의 민낯

좋은 일자리 창출은 모든 정부의 주요 관심사이자 고민거리다. 지난 박근혜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중심을 성장률에서 고용률로 바꿔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고용률 70%를 목표로 정했다. 주요 전략은 노동시간 유연화, 방법은 시간제 일자리 확대였다.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이 그 대표적인 예다.

주 20시간 일하는 ‘정규’ 공무원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질 좋은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고용률을 높인다는 게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도입 취지다. 그러나 잘못된 정책 설계로 시간선택제 채용형 공무원 60% 이상이 초과근무에 시달린다. 또한 이들은 전일제·전환형 공무원들과의 차별에 좌절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으로 채용된 이들이 처한 현실은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현 정부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통상적인 근무시간인 하루 8시간, 주 40시간보다 짧게 일하는 공무원을 아우른다. 시간선택제는 임기제와 전환형, 채용형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임기제 공무원은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요구되는 특정 업무를 위해 계약직으로 고용되며, 지난 2002년 도입됐다. 전환형은 기존의 전일제 공무원이 육아나 가족돌봄, 건강문제, 학업 등 개인의 필요에 따라 시간제 근무를 선택한 경우다. 채용형은 말 그대로 시간선택 근무를 위해 신규 채용한 공무원을 일컫는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을 신규로 채용하기 위해 공무원 임용령을 개정했다. 주 20시간 노동을 기본으로 하루 4시간 오전과 오후, 야간, 격일제 근무가 가능하다. 지방직은 7급 이하, 국가직은 5급 이하가 그 대상이며, 전일제 공무원과 동일한 채용절차를 통해 임용된다. 시간선택제 채용형 공무원은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저임금, 고용불안 등의 부정적 인식을 깰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행 4년차에 접어든 현재,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한 사람 일을 둘로 쪼갰을 뿐 미흡함은 그대로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현실에서 갖가지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우선 이들은 공무원연금 적용대상이 아니다. 공무원연금 가입 기준이 되는 ‘상시 근무자’에 주 40시간 일하는 공무원만 포함돼 있을 뿐, 근무시간은 짧지만 지속적으로 일하는 채용형 시간제 공무원은 제외돼 있다. 반면 전환형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주 30시간 이하로 일해도 공무원연금 가입이 유지된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외에도 보수와 수당, 승진, 경력 인정 등과 관련해서도 전일제를 기본으로 기준을 적용해 차별을 겪고 있다. 업무의 특성에 따라 잦은 초과근무로 인해 실제 근무시간이 전일제 공무원과 다를 바 없는데도 보수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무료봉사’를 한다는 자조가 나온다.

기관장 재량으로 노동시간을 주 5시간 늘릴 수 있지만, 총액인건비 안에서 인력을 운용해야하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법령에 따라 승진과 경력 인정에 대한 기준이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모든 면에서 2배의 기간을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해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2년은 전환형의 1년에 해당한다.

공직사회 내부의 시간제 노동에 대한 이해와 인식 부족도 채용형 시간제 공무원들에게는 상처다. 이들은 보수적 공직사회 내에서 조직을 겉도는 이방인이다. 지난해 기준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수는 4,356명이다. 이중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 사람은 2,432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시간선택제 본부는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없을 뿐더러 초과근무가 빈번하고, 공직사회 내에서도 부당한 차별이 많아 퇴직 또는 임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채용형 시간선택제 공무원들은 인사혁신처가 현장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부당한 차별 해소에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무늬만 공무원이 아닌 진짜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재정비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박희봉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공무원 업무는 ‘코웍’(Co-work, 협업)이 중요하며, 시간제 고용을 일반제도를 두는 것은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간제 노동은 ‘특수 상황을 위한 예외적인 것’으로 봐야 하고,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노동자들을 위해서는 정상적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희봉 교수의 말처럼 공공보육시설을 늘리거나 직장에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정책이 공무원들의 일·가정 양립에는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