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관리 교대근무 폐지, 재난 ‘골든타임’ 놓칠라
시설관리 교대근무 폐지, 재난 ‘골든타임’ 놓칠라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7.12.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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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리는 수도권전철 인력감축
[인터뷰] 김용술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장

수도권 곳곳을 연결하는 광역철도 노선은 모두 22개. 이중 한국철도공사가 관리·운영하는 노선은 8개, 역사 수로는 241개다. 지난 10월 철도공사 산하 수도권전철 역사와 지하터널의 각종 설비를 정비하고 가동하는 인원이 30% 가까이 줄었다. 또 3조 2교대 근무가 주간근무로 일괄 바뀌었다. 이곳 노동자들은 심야시간 홍수·화재 등 재난 예방에 구멍이 뚫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용술 전국철도노동조합 서울건축지부장은 “야간근무자 부족으로 비상상황 때 초동조치가 늦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김용술 철도노조 서울건축지부장

수도권전철 설비원들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수원역, 문산역, 원주역을 포함해 241개 역사를 관리하고 있다. 지상역사 유지보수와 소방설비, 급수설비, 승강기설비를 정비한다. 특히 지하구간에서는 집수정과 구간환기설비가 설치돼 있다. 집수정은 일종의 물받이 같은 장치다. 지하터널로 지하수가 올라오는 현상이 있는데, 장마철이 되면 수량도 늘어나고 빗물이 유입되기도 한다. 집수정은 빗물과 지하수를 가뒀다가 일정 수위가 되면 이를 퍼내는 역할을 한다.

또 하나는 구간환기설비가 있다. 전동차가 지나다니면서 발생하는 먼지를 밖으로 내보내는 장치다. 화재 시에는 연기가 역사 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 몰아내는 역할을 한다. 지상역사에서는 화재가 났을 때 연기가 밖으로 빠질 수 있지만, 지하역사는 제연설비가 잘 가동될 수 있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설비원들이 하는 일은 역사와 터널의 안전설비를 관리하는 것이다.

설비가 잘 가동될 수 있도록 평소 철저한 정비가 중요할 것 같다. 야간근무가 폐지된 이유가 무엇인가?

인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을 유지보수하는 인력이 많이 부족했다. 2016년 12월에까지 117개 역사의 282개 플랫폼을 3명이 맡고 있었다. 올해 2월이 되면 유지보수해야 할 물량이 241개 역사, 568트랙으로 폭증한다. 필요인력이 44명이었던 반면, 현원은 여전히 3명이었다. 정원을 확보해야 했지만, 10월 1일부터 설비원 19명을 안전문으로 보냈다. 이전까지 설비원 66명이 3개 조로 나뉘어 주·야간 2교대로 일했다. 19명이 빠지고 47명이 남으면서 일부 당직자만 남긴 채 일근으로 전환됐다.

설비원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설비를 초기에 가동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람들이다. 담당 부서인 시설기술단에 3조 2교대를 폐지할 경우 발생할 문제가 너무 크다고 이야기했다.

시설기술단에서는 2중, 3중으로 안전장치가 돼있기 때문에 교대근무를 없애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설비가 자동으로 잘 작동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 근무자들이 일일이 작동하고, 손봐야 한다. 부품 하나만 고장 나도 다른 장치의 작동이 중지된다. 예컨대 야간에 전차선이 단전되면 집수정 펌프의 전기도 끊긴다. 전기가 끊겨도 펌프가 돌아가야 하지만, 최근 완공된 역사 몇 곳을 빼면 안 되는 게 많다. 터널에 미세먼지가 많아 환기설비에 있는 연기감지장치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 흩날리는 먼지를 연기로 인식해 화재경보가 울리는 건데, 그래서 수동으로 장치를 취급하고 있다.

교대근무 폐지 후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나?

설비원들은 주로 2인 1조로 근무한다. 집수정이 터널 안에 있기 때문에 열차 운행시간에도 작업 중 선로를 횡단하는 일이 많다. 당연히 열차 추돌이나 전차선 감전사고 위험도 높다. 안전을 위해서는 열차가 안 다니는 5시간 동안에 해야 하는데 인원이 부족해서 안 된다. 그 와중에 아예 교대근무를 없애버리고 야간에 하던 일을 주간으로 몰아서 업무강도가 높아졌다.

(시설기술단에서는)설비원들이 퇴근하고 집에 있을 때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문자를 발송하게끔 조치하겠다고 한다. 화재경보기 오동작이 많아 진짜 화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문자를 받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일단 출동해야 한다. 집수정도 마찬가지다. 야간근무를 안 한다고 해서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한다.

초동조치가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10월 25일 새벽에 분당선 수서역 내 전기실에서 화재가 있었다. 우리가 유지보수 주체인데 모든 상황이 끝나고서야 사고를 통보받았다. 집에서 부랴부랴 현장으로 출동했을 때에는 이미 상황이 종료됐었다. 만약 예전처럼 3조 2교대 근무를 했다면 현장에 더 빨리 도착해 초동조치를 했을 것이다. 3조 2교대를 원상복구하고 인력을 더 채워야 한다. 그리고 관련 방안을 시행했던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