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택시 리스, 꿩 대신 닭?
법인택시 리스, 꿩 대신 닭?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1.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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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리스제’ 추진에 민주택시노조 반발
택시기사 장기근속 보상 위한 고육지책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이하 ‘전택노련’)과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택시연합회’)가 지난 12월 28일 ‘택시리스제’ 시범사업 추진에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이하 ‘민주택시노조’)은 합의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전택노련과 택시연합회는 지난 12월 28일 부산광역시택시운송사업조합 회의실에서 서울·부산 등 전국 주요 시·도 택시 노사 대표가 모인 가운데 중앙노사협의회 소위원회를 열었다. 택시 노사는 “새로운 형태의 택시 운영 모델이 도입되어야 함을 적극 공감하며, 택시리스제를 시행키로 하고 그에 앞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한다”는 내용의 합의문을 체결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택시 노사는 사업장별 면허대수의 20% 이내 범위에서 리스제 시범사업 차량 운영하되 세부사항은 노사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택시노조는 5일 성명을 내고 “지입·도급택시를 운행하겠다는 음모와 같고, 택시노동자를 임금도 못 받고 노동법 적용도 못 받는 특수고용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택시리스제는 법인택시 사업자가 운송사업면허를 택시기사에게 임대하고, 일정한 금액을 리스비(임대료)로 받는 방식이다. 택시기사는 리스비를 법인택시 사업자에게 납부하는 대신 개인택시처럼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전세버스나 화물차의 지입제와 유사하다.

택시운송업에서 이와 같은 사업방식이 처음 시도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지입택시’ 또는 ‘도급택시’라는 이름으로 성행했다. 그러나 지입·도급택시가 범죄에 악용될 뿐 아니라 운전기사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택시운송시장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등의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가 강력 대응에 나서 대부분 사라졌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지입택시가 ‘택시리스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거론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택시운송시장이 만성적인 침체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쏘카, 풀러스, 럭시 등과 같은 공유경제 기반 교통서비스의 성장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다.

또 한 가지는 장기근속 운전기사에 대한 보상 문제다. 법인택시 운전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개인택시 사업면허 취득을 강하게 원한다. 하지만 현재 개인택시면허의 신규 발급은 중단돼 있는 데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면허의 양수·양도가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개인택시 운전 자격이 되는 경력자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그간 지입택시에 반대하던 전택노련이 택시리스제 시범사업을 논의키로 한 이유는 이 같은 현장의 불만을 무시하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택노련은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새로운 형태의 개인택시 운영 모델을 개발하고 도입해 보자는 것이 이번 택시리스제 추진 합의 핵심”이라고 해명했다. 또 “시범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찾아 세부사항을 마련한다면 택시 운송 선진화와 장기근속자의 근로환경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택시리스제’ 대신 ‘사내개인택시’라는 용어의 사용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