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하남산업단지의 살아있는 역사
광주 하남산업단지의 살아있는 역사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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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풍 이어나갈 토대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우리의 역할
[인터뷰] 곽원식 금속노조 캐리어에어컨지회장

곽원식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캐리어에어컨지회장은 1988년 대우캐리어 시절 입사했다. 1988년은 마침 노동조합이 설립된 해였다. 입사 후 4년 동안 대의원으로 활동하다 92년 직권조인에 맞선 투쟁으로 해고, 97년 복직 후에도 꾸준한 활동을 이어나갔으며 지난해 9월 9기 지회장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곧바로 10기 지회장을 연임했다. 케리어에어컨지회의 살아있는 역사인 곽원식 캐리어지회장을 만났다.

올해로 캐리어에어컨지회가 30주년을 맞았다. 사업장과 지회 소개를 부탁드린다.

▲ 곽원식 금속노조 캐리어에어컨지회장

캐리어에어컨은 1985년 광주 하남산업단지에 처음 자리 잡았다. 설립 당시는 ‘대우캐리어’였으나 2011년 오텍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지금은 ‘오텍캐리어’가 됐다. 에어컨, 냉난방기, 공기청정기, 시스템에어컨, 보일러 등을 만드는 에어컨 전문업체로, 지금은 규모가 많이 작아졌지만 한창 규모가 컸을 때는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와 함께 광주에서 손꼽히는 기업이었다.

한때는 1,000명이 넘었던 조합원 규모가 지금은 반 이하로 줄었다. 조합원 수는 2017년 11월 기준으로 231명이고 이중 기능직은 196명, 사무직은 35명이다. 조합원 수는 많이 줄었지만 30년이 된 만큼 기풍과 역사가 많이 남아있는 조직이다. 노동조합에서 뭔가를 하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이 짙게 남아있다. 현재 노조에서는 30주년을 기념할 행사를 논의 중이다.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에서 오텍으로 넘어갈 때 회사가 가지고 있던 빚 500억 원을 전부 탕감하고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명시했기 때문에 노사관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다만 오텍이 가진 자본력의 한계 때문에 비용절감을 중점으로 회사가 운영되고 있다. 지금의 오텍캐리어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몇 년간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해서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그런 역량이 되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현재는 비용절감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정부지원을 통해 제품 개발을 이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비용절감을 중점으로 두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신규채용은 어떻게 하고 있나?

2018년이면 직원들 평균 나이가 53세다. 벌써 20년 가까이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있다. 노조 입장에서는 조직력과 연결되기 때문에 문제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기업 자본력이 약한 현재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규직을 신규 채용했을 때 이후에 벌어지는 일은 결국 회사와 노동자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지 않나.

지난 2006년과 2009년에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은 뒤에는 고용문제에 굉장히 예민하다. 노조도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해 지금 있는 사람들의 고용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의식은 여전히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 투쟁을 통해서 막아야 할 것은 막고 해결해야 할 것은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회사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긴데 이를 위해 노조에서 주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나?

노조가 경영에 완전하게 참여한다면 논의할 수 있겠지만 경영은 자본이 성역으로 두고 있어 쉽지 않다. 물론 노조 안에도 경험이 많은 실력자도 있고 관리직이 있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업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야기해보면 회사도 회사가 추구하는 경영방향이 있더라. 현재 노조에서는 노동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을 차단시키는 방향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조를 이끌어가는 지회장으로서 현 상황에 답답함을 느낄 텐데.

전반적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단위사업장 문제라고 할지라도 사회적 문제로 발전시키지 않으면 돌파구를 뚫을 수 없는데 현재는 매몰된 상태라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현재 많은 광주 지역 노조들이 지역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활동 영역을 넓혀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느끼는 답답함은 연대를 통해서 풀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 하나 문제는 신규채용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노조 안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고리가 끊어져 있다. 지금 우리 세대가 운동할 수 있는 건 길어야 5년에서 10년 정도일 텐데 고리가 끊어지면 우리가 가진 운동 기풍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다음 세대가 들어설 수 있는 발판을 깔아주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잘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