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알을 낳는 거위
황금 알을 낳는 거위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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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시간의 비일관성(time-inconsistency)’이라는 개념이 있다. 당장은 최선의 결정처럼 보이지만, 미래가 현시점이 됐을 때 최적의 선택이 아니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광주형 일자리가 지금 이 덫에 빠질 위기다.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대화와 연대를 기반으로 지역을 혁신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금 이대로는 지역이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 속에서 나왔다. 광주 청년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광주를 떠난다. 일자리 부족은 인구 감소로, 이는 다시 경제 침체로 맞물리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가 내건 정신은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광주에서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이어가고 있는 논의의 과정에 애정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이 모델의 영향이 비단 광주라는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의 새로운 실험은 미래 산업 동력이 부족한 모든 지역에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언론과 지역사회 일부는 여전히 ‘몇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나’고 묻는다. 그리곤 이내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연봉 4000만 원 일자리’와 ‘전기차 100만대 생산 산단 조성’ 등 광주형 일자리라는 목표를 위해 언급된 방법에만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사회구성원들이 다진 신뢰의 가치는 간과해 버린다.

지금 광주에서는 전례 없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들이 구축하고 있는 신뢰 기반의 가치를 재조명해야 한다. 이는 분명 단순히 지금 확인되는 일자리 수를 넘어 향후 지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비옥한 토양이 될 것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 매몰돼 정책의 추진 동력을 꺾는 것이 아니라 보다 미래를 봐야한다.

현재 당면한 지역의 위기는 과거에 해왔던 해법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청년 실업을 개인의 문제로, 사업장의 어려움을 노사관계 안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한다. 1월 호 취재를 위해 만난 사람들 중에 광주형 일자리의 철학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정책의 실현 여부를 판가름할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 구축은 이미 일정 부분 그 형태가 드러나고 있다. 작년 7월 노사민정학 대표로 구성된 더나은일자리위원회가 맺은 4대 기초협약, 정책 성공을 위해 결성되고 있는 각종 범시민단체들이 그 방증이다. 광주형 일자리를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광주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구축이라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태어나 걸음마를 시작했다. 지금 고작 황금 알 몇 개를 더 얻고자 정녕 그 배를 가르자고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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