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청소용역업체 분할 계약에 노조 탄압 의혹
동국대 청소용역업체 분할 계약에 노조 탄압 의혹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2.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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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청소노동자 연좌농성 16일째
교직원과 노조 충돌에 부상자 발생하기도
▲ 13일 동국대 본관에서 동국대 학생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연대 문화제가 열렸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13일 동국대학교 본관에서 동국대 학생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연대 문화제가 열렸다. 120여명의 학생과 노동자들이 모여 공연 및 연대발언을 이었다. 연대 대상은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 시설관리분회의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6일째 학교에서 먹고 자며 24시간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동국대 청소노동자는 총 86명이었으나 연말 정년퇴직인원 8명에 대한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2018년부터는 78명의 노동자가 청소를 맡게 됐다. 동국대는 2017년 말 인원충원의 조건으로 1일 소정근로시간 1시간을 단축하는 안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거절했다. 이에 동국대는 인원 충원 대신 근로장학생을 통해 일정 구역의 청소를 해결하겠다고 통보했고, 지난 2월엔 새로운 청소용역업체 두 곳과 계약했다.

▲ 조합원들은 학교에서 먹고 자며 24시간 연좌농성 중이다.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청소용역업체 왜 두 개로 분할했나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조합원들은 농성을 통해 2017년 정년퇴직 인원 8명을 충원하고 청소용역업체 태가비엠을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국대는 올해 청소 업무를 위해 교내 캠퍼스를 크게 두 개 구역으로 나눠 서로 다른 용역업체에게 위임했다. 김선기 서울일반노조 교육선전국장은 "캠퍼스를 두 개 섹터로 나눠 한 쪽에 민주노총 조합원을 모아 태가비엠에 배정하고 한 쪽에 민주노총 조합원 아닌 노동자들을 모아 또 다른 업체에 배정했다"며 "여기에 노조 파괴 의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동국대 78명의 청소노동자들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로 나뉘어져 있다. 특정 노조 관리 차원이 아니라면 이를 굳이 나눈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 김 국장의 주장이다. 태가비엠은 동국대와 최근 계약한 청소용역업체로, 2016년 세브란스병원에서 태가비엠소속 현장관리소장에 의해 작성된 노조 탄압 정황 문건이 발견되어 노조 탄압 용역업체란 의혹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거대한 캠퍼스를 나눠 두 곳의 관리소장이 효율적으로 인원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라며 노조 측의 업체변경 요구에 해당 업체는 공개 입찰을 통해서 선정한 업체이고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업체를 변경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국대분회 조합원들은 아직 태가비엠과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태가비엠은 지난 7일 조합원들에게 '불필요한 불이익이 상호발생하지 않도록 바란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이를 '부당해고 예고'로 본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조 측은 동국대가 퇴직인원을 줄이는 방식으로 몇 해에 걸쳐 청소노동자를 줄여왔다고 밝혔다. 2015년 107명이던 것이 이듬해 86명으로 줄고, 올해 78명에 이르렀다. 노조는 갈수록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일정 구역을 분리해 청소를 하루 두 시간 근로하는 근로장학생에게 위임하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침 나절 두 시간의 청소로 주간의 청결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인 상황. 노조 측은 분리된 근로장학생 구역의 화장실 청소도 결국 약간의 수당을 지급해 다시 청소노동자에게 맡기는 형식이고 이를 위해 근로장학생 청소 구역을 왔다갔다 하다보면 결국 청소노동자에게 주간의 미화 업무가 전가된다고 반박했다.

▲ 8일 교직원들과의 충돌에서 부상을 입은 조합원들.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제공.

농성 과정에서 교직원과 조합원 충돌

한편 노조 파업 중의 교내 미화를 위해 학교는 용역업체와 교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와 교직원들의 충돌이 벌어져 노조 측에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노조의 모 조합원은 "지난 8일 교직원 70~80명이 농성장에 와서 충돌이 벌어졌다"며 "남성 교직원이 와서 목에 건 호루라기 끈을 당기는 통에 목에 상처를 입었다"고 밝혔다. 여성노동자 위주의 조합원들에게 남성 교직원들과의 충돌은 학교측의 일방적인 위협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학교와 노조 측은 농성에 돌입하고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 수 차례에 걸친 한태식 동국대 총장과의 면담 요청에도 학교는 응하지 않고 있다. 양측의 평행선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학교 측은 "수 년에 걸쳐 등록금이 동결, 인하되어 왔는데 물가는 인상됐다"며 "학교가 전체적으로 예산을 단호하게 감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소노동자 미충원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대학원생 수 감원 등으로 등록금 수입이 떨어지고 있어 고용 감축은 물론이고 예산 전체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2017년 12월에) 대체 8명 충원하는 것 말고 처음에 우리가 무슨 다른 요구를 했느냐"며 "결국 태가비엠을 데려와서 문제가 더 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사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은 만큼 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개강 전이라 학교가 한산한 편이지만 개강 이후 학생들이 많아지면 학내 여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지지 여론 쪽이 높다는 것이 노조 측 평가다. 철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모 학생은 "이전에 근로장학생의 청소가 청소노동자들이 하던 것에 못미쳐 환경 미화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봐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옹호와 공감 여론이 많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한편 광고홍보학과 3학년에 재학중이라는 모 학생은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중단한다는 것 자체가 그들이 권리를 요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며 "곧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학교에 사람이 많아지니 교육기관으로서 학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