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운영 통합, ‘대륙철도’의 꿈 실현될까
시설·운영 통합, ‘대륙철도’의 꿈 실현될까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3.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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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산업 통합 방향 모색 위한 토론회 개최
“수평·상하통합으로 대륙 진출 경쟁력 높여야”
▲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한국철도공사와 (주)SR 간 통합 및 철도 시설과 운영 간 통합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최근 철도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대륙철도’가 회자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북한으로의 철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부산발 파리행 열차의 등장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한국 철도산업이 아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영역을 넓히는 게 대륙철도 구상의 핵심이다.

그동안 대륙철도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국 철도산업의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철도산업의 올바른 통합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철도공사와 (주)SR 간 수평통합을 시작으로 운영과 시설 간 상하통합까지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윤관석·안호영·최인호 의원과 철도공공성강화시민모임, 전국철도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것으로 국내 고속철도 운영주체가 철도공사와 SR로 분리돼 생기는 문제점들이 제시됐다. 아울러 두 회사가 통합될 경우 중복비용이 절감되고 수송력이 증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채원호 가톨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SR은 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운행할 제반시설, 시스템, 경험, 인력 등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부의 정책 결정을 통해 일방적으로 탄생하여 대부분의 업무를 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SRT(SR이 운행하는 열차명) 개통 이후 “철도공사의 고속철 매출 감소로 일반철도 교차보조가 약화돼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됐으며 공공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SR 설립의 명분이었던 경쟁체제 도입의 당위성이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철도공사는 그간 KTX 운행으로 남긴 이익으로 일반·광역철도 운영 적자를 메워 왔다.

채 교수는 “승객들이 서울역과 수서역의 지역적 접근성에 따라서 열차를 선택하고 있어 경쟁 효과가 거의 없다”며 “SRT는 KTX와 달리 전라선(서울~여수), 경전선(서울~진주), 동해선(서울~포항)에는 다니지 않아 불필요한 환승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과 프랑스, 중국, 스페인 등의 사례를 제시하며 “세계 철도의 트렌드는 규모의 경제와 시장 경쟁의 조화를 고려한 실리적 산업구조인 통합 체제”라고 말했다. 독일은 2016년 독일철도주식회사(DB)를 지주회사-계열사 구조에서 DB로 통합했다. 세계 고속철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북차(CNR)와 남차(CSR)를 중차(CRRC)로 합쳤다. 프랑스는 1997년 시설과 운영부문을 분리한 후 비효율이 커지자 2016년 SNCF그룹으로 재통합했다.

채 교수는 우선적으로 철도공사와 SR을 통합하면 연간 260억 원의 중복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 운영 효율화로 전국 고속철도 요금을 지금보다 10% 가량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견해에 대해 토론자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철도 시설·운영 분리와 SR 설립은 철도 부채 절감과 효율성 증대라는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며 채 교수의 주장을 지지했다.

반면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본부장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최 본부장은 “철도 시설 건설에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로는 많이 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철도시설 사용허가를 (신규 사업자에)내어 줌으로써 철도 공급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새로운 철도사업자의 등장이 기존 사업자를 위협하는 것이어서 노동자들에게 불안 요소가 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타냈다. 또 “SR 소속인 수서역을 철도공사가 이용하지 못하는 점은 정책적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여당 의원들은 철도 수평·상하통합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윤관석 의원은 “SR과의 경쟁 결과는 강남지역에만 한정됐다”며 “남북 대륙철도로 진출하고 세계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호영 의원 역시 “철도는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이라며 “이제는 통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