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에 대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심각
기간제 교사에 대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심각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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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피해가 관리자와의 권력 관계에서 발생”
학교장의 기간제 임명권 회수, 성폭력 신고센터 현실화 시급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기간제 교사에 대한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피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다수 사례가 학교 내 관리자와의 권력 관계에서 벌어진 것으로 밝혀져 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기간제교사노조는 3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공동대책위원회와 기간제교사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보고 및 대책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현장에서 기간제교사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차별적 문화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5일부터 23일까지 전국기간제교사노조가 기간제 교사 122명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근무하는 동안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40.2%에 성폭력과 심각한 수준의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도 14.3%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는 조사를 통해 밝혀진 일부 사례를 발표했다. 노조는 음담패설, 성적인 몸짓 등으로 불쾌감을 주거나 여성 비하, 외모나 옷차림 평가 등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 사례가 많았으며 성폭력 사례도 높은 빈도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부장 교사가 노래방에서 엉덩이를 만져 이를 알렸더니 많은 업무상 제재를 받고 결국 교장의 압박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사례가 밝혀지는 등 관리교사와의 권력 관계에 의한 피해가 다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 교사들에 대한 성희롱, 성폭행은 교장, 교감 등 관리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대다수로 직장 내 위계구조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며 “임용과 재계약에 대한 권한을 갖거나 영향을 미치는 상급자의 성희롱, 성폭력에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적극적으로 대항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 교장, 부장교사 등 관리자에 의한 성희롱, 성폭력 피해자가 전체 73.6% 수준이며, 피해를 당했지만 재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성희롱, 성폭력 등을 참고 넘어갔다는 응답자가 전체 60.9%에 달했다.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당사자가 가해자라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책 마련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갑을 관계, 권력 관계가 있는 모든 곳에서 성적 폭력이 벌어지는 만큼 성적 억압구조와 차별적 행위를 문제삼고 변혁해야 한다”며 “정부의 실태조사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대책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선적인 해결책으로 현재 학교장이 갖고 있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임용권을 교육감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의 책임을 맡은 관리자가 내부에 존재하는 한 문제 발생 방지는 물론 사후 해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기간제교사에 대한 임명권은 교육감에 의해 학교장에게 위임된 상태. 즉각적인 임명권 회수만으로도 상당부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더불어 박 위원장은 “현재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열리는 심의위원회의 위원장은 임용권자인 학교장이 맡는다”며 학교 외부에 독립된 기관으로서 신고센터를 현실화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결국 고용 등 구조적인 문제가 권력 관계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기간제 교사의 고용 안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박혜성 위원장은 “6개월,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고용 불안 속에 놓여있는 상황을 이용해 성희롱 등 부당한 일을 저지르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며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기간제 교사가 겪는 고용불안 문제를 정규직 전환으로 해결, 그간의 구조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