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쌍용차 해고자·가족들의 건강은?
9년, 쌍용차 해고자·가족들의 건강은?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8.04.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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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 노동자 건강 실태조사 착수
“해고 과정에서의 국가폭력, 이제 사회가 답해야 할 때”

올해로 9년째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복직투쟁이 내년이면 10년을 맞는다. 지난 1일, 해고자 복직을 위해 네 번째 단식에 들어간 김득중 쌍용자동차지부장은 32일의 단식을 마치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1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함께 살자’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장에 돌아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120여 명의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심리치유센터 와락,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 건강 연구에 들어간다.

▲ 4일 오전 11시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을 위한 지원사업 착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 이동희 기자 dhlee@laborplus.co.kr

해고 이후에도 계속된 ‘폭력’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는 이번이 세 번째다. 해고라는 이름의 살인에 저항하며 77일간 공장 안에서 옥쇄 파업을 벌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와 쌍용자동차 해고자·복직자 건강 비교 연구가 각각 2009년과 2015년에 실시됐다.

옥쇄 파업에 참가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08명 중 105명(50.5%)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앓는 것으로 분류됐다. 이는 같은 측정도구를 이용한 미국의 연구와 비교했을 때, 1990년 제1차 걸프전에서 실제 전투에 참가했던 군인 50명 중 22%, 실제 전투 중에 이라크군에게 포로로 잡힌 군인 50명 중 4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수치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 ⓒ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동아시아, 2017) p.88

2015년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복직자 건강 비교 연구는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해고자 140명과 2009년 함께 해고되었다가 2013년 복귀한 복직자 176명의 건강상태를 측정해 비교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불면증 및 수면장애를 겪은 적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해고자 72.2%가 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복직자 중에서는 49%가 같은 응답을 했다. 정리해고를 경험해본 적 없는 자동차 공장 노동자 중에서는 2%만 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는 2009년 이후 건강보험료를 미납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고노동자 중 52%가 해고된 첫해인 2009년에 건강보험료를 미납했고, 2010년에는 26.7%가 보험료를 미납했다. 해고된 이듬해에 대략 80%에 육박하는 해고노동자들이 건강보험료를 미납하게 되었다.

이어서 해고노동자들에게 2009년 이후 해고노동자들이 경험했던 사회적 소외감을 측정한 결과 응답자 중 93.8%가 ‘해고당하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으며 89.9%가 ‘해고 때문에 세상으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김정욱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은 “쌍용자동차사태 이후 29명의 죽음이 있었지만 사실 그 안에는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고 알리고 싶지 않았던 가족들의 죽음이 있었다”며 “당시 우리를 지켜야 할 경찰들이 폭력의 선봉에 섰고 그 옆에는 용역들이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 등 우리에게 자행됐던 폭력에 대한 분노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쌍용자동차의 지난 10년을 기억하는 이유는 이런 사태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막기 위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 이상 누군가가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쌍용차 이야기를 계속 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이런 정리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한국사회는 해고된 노동자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가?”
“우리는 이런 국가를 용납할 수 있는가?”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는 쌍용자동차 사태와 앞서 진행된 실태조사 결과를 되짚으며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김승섭 교수는 모든 정리해고가 쌍용자동차 같지 않으려면 해고 과정과 해고 이후 국가가 해고자에게 낙인을 찍은 모든 과정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10년이 다돼가는데 왜 지금도 쌍용차 이야기를 하느냐에 대한 대답은 지난 정리해고의 과정, 해고노동자에 대한 대우, 이러한 국가폭력이라고 하는 질문들은 계속 유령처럼 다시 한국사회에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사회가 한 걸음이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해고, 국가폭력, 그리고 노동자의 몸’에서는 기존에 진행했던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연구를 이어나간다. 특히 2015년 연구 당시에는 해고자였지만 그 이후 복직한 이들과 2015년 이후에도 복직하지 못한 노동자들의 건강상태 변화를 추적 관찰할 예정이다.

또한 2009년 당시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과잉진압과 폭력진압 등 국가폭력의 문제, 손배가압류 문제, 파업 참가자에 대한 DNA 추출 등 불합리한 요구를 지속해온 인권침해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재조명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4월에 시작해 7개월 정도가 소요되며 이달에는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복직자,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 실태조사가 진행된다. 이후에는 ▲쌍용자동차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공개토론회 ▲쌍용자동차 국가폭력 피해 건강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우리가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 몰랐던 사실 토크콘서트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김승섭 교수는 “2015년 연구 당시 다음 연구는 해고자 모두가 복직하고 복직자들의 건강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이들의 상처가 아물어지는지를 연구해 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며 “만에 하나 올해 이후 연구를 또 하게 된다면 귀책사유가 없었던 해고노동자들에 대해 국가가, 회사가, 한국사회가 예의를 지키는 상황 속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