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 노조로 뭉칠 때 효과적으로 해결 가능
여성차별, 노조로 뭉칠 때 효과적으로 해결 가능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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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여성위원회 “내부투쟁으로 조직 내실 다질 것”
[좌담] 민주노총 봉혜영 여성위원장, 김수경 여성국장

한국사회에서 미투운동(#Metoo)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권력의 최상층으로 꼽히는 검사 조직 안에서 여검사 용기 내 밝힌 성폭행 폭로가 미투선언이 도화선이었다. 그동안 직장내에서 여성노동자들이 겪던 부당함과 차별이 함께 터져 나왔다. ‘미투 정국’으로까지 불리는 지금 한국사회에서 다시 노동조합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노동자의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개선책을 고민해온 몇 안 되는 조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민주노총 여성위원장실에서 봉혜영 여성위원장과 김수경 여성국장을 만났다.

▲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왼쪽), 봉혜영 여성위원장(오른쪽)

한국사회에서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미투운동 어떻게 보시나?

봉혜영(이하‘봉’) 터질 곳이 터졌다. 여성들이 겪는 성희롱 성폭력 등의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용감한 여성들은 끊임없이 문제를 지적하며 목소리를 내왔다. 최근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찰과 언론 등에서 미투운동이 일면서 사회적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침묵하지 않았던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쌓여 현재 미투현상이 일어났다고 본다.

김수경(이하‘김’) 미투운동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은 지난 몇 년 동안의 페미니즘 운동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조민기씨가 사망한 후, 피해자들에 대한 역공격이 심할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2차 가해’라는 말도 사회적 용어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2차 가해라는 용어는 민주노총이나 몇몇 조직에서만 사용해 왔다. 그 표현이 맞다 틀리다의 논란이 있는 상황이지만,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게 되는 피해에 대해 국민 모두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더 이상 수치심을 여성 피해자에게 돌리지 않는다. 가해자가 부끄러워해야하고 처벌을 받아야 하는 상식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노총 여성사업의 담당 조직과 구성원은?

봉/ 여성위원회에서 담당한다. 가맹산하 조직마다 여성담당자들이 있다. 조직 안에 여성위원회까지 구성돼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여성조합원이 많은 사업장은 여성 관련 문제를 노조 주요 사업으로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없는 경우가 많다. 지역본부도 약간 부침이 있지만 거의 다 여성사업 주체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 지난 집행부에서 여성위원장이 공석이었던 이유는?

김/ 전 한상균 집행부 때 현재 김경자 수석부위원장이 임시로 잠깐 맡았었다. 여성위원장은 우리 안에서도 3D업종이다. 성폭력 사건 처리는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에서 다 비난을 받기 쉽다. 굉장히 고단하고 성과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전에는 여성위원장을 따로 뽑기도 했다.

봉/ 지난 집행부 때는 7명이 돼야 할 부위원장이 100% 선출이 안 됐다. 부위원장이 부족했고 여성도 두 명이었다. 이번에 정해진 수에 맞게 부위원장이 뽑히면서 상설위원회 위원장직을 겸임하도록 했고, 올해 초부터 여성위원회위원장을 맡게 됐다.

지난 3.8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에서 남녀임금격차(36.6% 수준, OECD 2015년 자료) 문제를 지적하며 ‘3시 조기퇴근’ 시위를 벌였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남녀임금격차인가?

봉/ 남녀임금격차도 물론 개선해야할 중요한 문제이지만,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시달리는 성차별이 상당히 심각하다. 여전히 서류와 면접단계에서 여성지원자에게 용모단정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여성은 예쁘고 말라야 한다는 식의 사회 구성원들 스스로가 규율처럼 가지고 있는 차별적인 요소도 만연하다. 이처럼 여성들은 노동시장 진입에서부터 일상적으로 차별을 겪는다.

김/ 딱히 여성을 딱히 우대하는 업종은 없다.

봉/ 오히려 여성의 수가 많아지면 남교사 할당을 하는 것처럼 남자를 우대한다. 여성이 전문적인 일을 하더라도 육아휴직 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곳이 많다. 서류상으로는 보장한다고 돼 있지만, 출산과 육아는 직장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인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때문에 승진에 있어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불리하다.

김/ 한국 사회 전 산업분야에 성별 분업이 구체적이고 촘촘하게 돼 있다. 남녀임금격차는 그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기도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봉/ 또 사회적으로 여성의 노동을 잉여노동이라고 치부한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든다.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안정적으로 구축되지 않고, 값싸게 노동력을 착취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그동안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에서는 어떤 사업을 중점적으로 해왔나?

김/ 최근 4년동안 여성국장으로 있으면서 해온 핵심 사업은 주체형성이었다. 민주노총 안에 페미니즘 그룹이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활동가들을 교육하고 정기적으로 여성위원회 회의도 열었다. 외부활동보다는 내부를 다지는 활동을 주로 했다. 페미니즘 연구 활동가들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외부의 이야기를 노조 안으로 가지고 들어와 공유하고 함께 공부했다.

아울러 반성폭력운동도 열심히 했다. 노동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고 잘 처리하기 위해 각 산하연맹 안의 주체를 만들기에 집중했다. 이는 여성임원 할당제와 관련해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대표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내부 질적 고양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했다.

여성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김/ 돈과 인력이 문제다. 우선 예산 자체가 너무 없다. 돈이 있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위원회의 연구비와 행사비는 다른 부서에 비해 적다. 그나마 민주노총의 여성사업이 펑크가 나지 않는 것은 가맹조직들이 각자 분담금을 내왔기 때문이다. 여성 사업비가 지금보다 확충될 필요가 있다.

여성 관련 사업이 중요함에도 노동계 안에서 후순위로 밀라는 이유는 여성 문제를 섹슈얼리티 영역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여성을 위한 사업이 비정규직 분야 등 다른 사업영역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전체의 문제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떤 점을 보완해 나가야 하나?

김/ 조직 내부를 돌아보는 것이 어렵지만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남녀임금격차를 벌린 범인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자본과 정부와 함께 노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그동안 민주노총이 임금협상을 하면서 여성임금을 결정해 오지 않았냐는 비난이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에 들어가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한 투쟁을 하는 등 노동자 대표성을 가지고 사업을 해왔지만, 결정적으로 파견법이 통과될 때 다수의 여성업종이 파견업종으로 결정되는 것에 침묵하고 동의했다. 채용 단계에서의 성차별에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사례를 노조 스스로 드러내야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의 노조의 임금인상과 단협 투쟁과는 다른 차원의 투쟁이 시작될 것이다. 조직 내부에서부터 성차별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의 치부를 돌아보는 일이다.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지점까지 가야한다. 여성위원회는 내부 투쟁을 하지 않으면 존립의 이유가 없다.

▲ 봉혜영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봉/ 여성사업을 이전과 달리 어떻게 보완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을 지는 같이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올해 설이 지나고 여성위원장을 맡았다. 미투 정국에서 하루하루 대응하기 바빴다. 여성위원회가 나아가야할 방향은 막연하지만 분명하게 있다. 앞으로 해 나가야할 부분은 이를 구체적인 사업계획으로 녹여내는 것이다.

민주노총 여성위원회의 2018년 사업 계획 중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연구와 성평등단협요구안을 성과 있게 해내고 싶다. 구체적인 제도를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폭넓은 실태조사도 병행할 것이다. 이번 달부터 가맹노조의 단협 조항에 대한 성별영향 평가를 실시하고,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단협안을 만들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여성들이 노조를 통해서 성차별과 성폭력 문제 해결에 훨씬 쉽게 접근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수많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는데, 사실 노조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 해온 부분의 종합이다. 노조할 권리를 강화해서 많은 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이 노조 안에 들어와서 조직된 힘으로 연대할 때, 회사와 수평적인 관계에서 많은 것들을 얻어 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위원회의 1차 목표도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 실제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노조에 가입해서 얻는 노조효과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높게 나타난다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피해자들의 미투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에게도 많은 역할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정해 운영하는 고용평등상담실은 전국에 21개에 불과하다. 이들이 제대로 수행하못하는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노조 효과를 사회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왜 민주노총이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면 우리처럼 전 산업 영역에서 다양하게 여성노동자 24만 명을 조직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되묻겠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누가 노동자들을 대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 또 한국처럼 프랑스도 노조 조직율이 10% 수준임에도 노조가 파업을 하면 전 사회가 공감하고, 노조가 체결한 단협안이 전체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노조 조직률도 중요하지만 민주노총 투쟁의 성과를 더 많은 사회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큰 우산을 펼쳐야 한다.

봉/ 산별노조 강화론도 맞는 이야기다. 동시에 노조 전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구조가 같이 바뀌어야 노조효과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노동자가 노조활동을 하거나 파업을 할 때 ‘집에서 밥은 누가 하느냐’고 질문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여성들도 노조에 적극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