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눈에 안 밟혀? 아줌마 독하다!”
“너도 좀 떽떽거리지만 말고 나긋나긋 해봐라.”
“신랑 밥은 차려주고 나왔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했었나요?
이 사회에 만연한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차별에 대해 일침을 가하는 만화 ‘이어달리기’가 나왔다.
“변화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성차별의 심각성과 여성의 일이 본인의 생계, 그리고 사회적 가치 실현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을 사회가 인식하는 것만 해도 큰 성과라고 봐요.”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최상림 대표는 ‘이어달리기’는 여성노동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화두를 던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여성의 노동현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의 화두던지기는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왔다. ‘이어달리기’ 만화 출간과 6일 동안의 전시회는 여성에게는 공감대 형성과 위로를 주었고, 남성에게는 문제에 대해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어달리기’ 블로그(http://blog.naver.com/womenrun)에는 네티즌들의 여성노동자 현실에 대하여 깨달았다는 감상후기가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 배진경 기획국장은 “‘이어달리기’라는 제목은 어머니의 노동현실이 세월이 지나 딸에게 그대로 이어지는 현실을 꼬집었죠. 알고 보면 세월이 지났어도 여성의 노동현실이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겁니다.”라고 독자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의 반응도 네티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전시회 기간 중 기억에 남는 커플이 있어요. 아주 다정하게 손을 잡고 관람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군대에 대한 경력인정문제로 심각하게 대화를 하면서, 남성은 여성이 직장에서 차별 받으며 일한다는 사실에 놀라워했고, 여성은 남성이 우리 사회가 매우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놀라워하더군요. 처음에 싸우던 커플은 한참 의견을 주고받더니 서로의 경험을 이해하려 애쓰며 현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었습니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죠.”
배진경 기획국장은 전시회에서 일화를 말하며 조금씩이라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이어달리기’의 진정한 가치라고 했다.
성차별을 없애는 것은 너와 나의 힘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이어달리기’의 힘은 ‘평등의 전화’의 상담 내용을 종합한 주제선정과 철저한 현장 취재로 생생한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낸 것에 있다. 기획부터 완성까지 2년의 기간이 걸렸지만, 그 속엔 수십여 년의 여성노동자의 목소리가 담겼다.
그러나 ‘이어달리기’가 현실을 가감 없이 반영했다 해도, 그것은 단지 대표적인 한 예일 뿐이다. 어머니, 딸, 누이 등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성차별로 인한 고통은 매우 다양하고, 교묘해 피해자를 가해자로 만들기도 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추궁하여 제2, 제3의 심적 고통을 주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내에서 성희롱 피해자가 문제제기를 해도 “조용히 일이나 하라”고 다그치는 사회분위기는, 남녀의 성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문제이고 또한 사회를 존재하게 하는 원리원칙의 문제이기에 이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지 않을까.
“여성의 길고 험난한 노동 역사에 비해 이제야 겨우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은 이 사회가 얼마나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등한시해왔는지 알 수 있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이어달리기’가 이 사회의 여성노동에 대한 새로운 가치창조의 시발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는 꾸준한 홍보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이용한 여성노동자의 현실 알리기 사업은 이후로도 계속할 겁니다.” 배진경 기획국장의 말처럼 늦은 감이 있지만 갈 길이 멀기에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이어달리기’에는 여성장애인, 이주여성 노동문제 등이 다뤄지지 않아 아쉬운 만큼, 한 발 더 내딛는 내일을 기약한다.
INTERVIEW 이어달리기’가 만들어진 과정과 후일담 등을 살짝 들여다보자. 기획에 참여한 만화작가 9명 중 4명과 ‘이어달리기’ 인터뷰를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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