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 농성장을 내려다보며
천막 농성장을 내려다보며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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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짧아서 괜시리 마음이 바쁜 달, 2월이 됐습니다. 특히나 해야 할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있는 경우에는 28일까지밖에 찍혀 있지 않은 달력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짧은만큼 더 알차게 보내보자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요즘 저희 사무실 앞이 무척이나 시끄럽습니다. 원래 있던 건물 몇을 허물고 꽤 넓은 공간을 빈터로 오랫동안 버려두더니 공사를 시작하려나 봅니다. 그런데 그 빈터에 들어설 건물이 특정 종파의 교회라고 합니다.


이 때부터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지요. 처음에는 교회 건축에 반대한다는 플랜카드 몇 개 내걸리는 것이 전부이더니 본격 공사가 시작되려 하자 주민들이 ‘천막 농성’에 나섰습니다. 공사를 저지하겠다는군요.


주민들은 한달 넘게 천막에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4층이라 가끔 내려다 보는데 주민들이 번갈아 가면서 농성에 참여하는 모양입니다. 꽤 추울텐데도 나름대로 난로도 피워놓고 밥도 지어먹으면서 농성 중입니다.


몇 번 직접적인 충돌도 있었습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주민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성도 오가고 구호 소리도 들리고 그러더군요.

꼭 철거반원들처럼 똑같은 옷을 맞춰 입은 건설회사 직원(혹은 용역업체 사람들인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추운 한겨울의 천막 농성. 이쯤되면 주민들 편에 서야 하는데 마음이 영 그렇지가 못합니다.

이들 주민들의 주된 논리가 ‘교회가 들어서면 땅값이 떨어진다’는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부자들의 동네도 아닌 이곳에서 손바닥만한 땅 몇 평 가지고 재개발을 기대하며 살아온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저는 요즘 판단을 유보하고 있습니다. 그 제일 큰 이유는 무엇보다 ‘그들의 사정’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불충분한 정보와 풍문만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너무 쉽게 판단을 하거나 재단을 해버리곤 합니다. ‘팩트’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걸러진, 혹은 의도된 정보만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익명성에 기댄 집단주의도 문제입니다. <참여와혁신>은 항상 여러분의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2007년, <참여와혁신>은 여러분의 그림자가 되고자 합니다. 저희가 그림자가 되기로 했으니 여러분은 빛이 되십시오. 참, 이번 호에서는 현대자동차 성과급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좀 독한 쓴소리도 많이 했습니다. 부디 이 쓴소리가 약이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