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돌봄교실, ‘업무 쪼개기’ 통한 착취 관행 심각해
초등돌봄교실, ‘업무 쪼개기’ 통한 착취 관행 심각해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1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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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노조 초동돌봄교실 전담사 사례 발표
“하루 2.8시간 근로 배정 외 업무 부담에 무임노동”
▲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초등돌봄교실전담사가 초단시간 근무 등 열악한 근로 환경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량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적은 근로시간 책정으로 무임금노동이 강요되거나, 위탁 운영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를 돌봄교실 전담사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12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이하 학비노조)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초등 돌봄교실 전담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폭로했다. 조선희 학비노조 초등돌봄전담사분과장은 “끼워 맞추기식으로 시간과 시간 사이에 초단시간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제대로 된 돌봄을 제공할 수 없는 환경”이라며 “학부모들은 퇴근하고 올 때까지 학교가 온전히 아이들을 책임져주기를 바라지만 ‘땜빵’식 초단시간 노동자 운용에 따라 공백이 생기고 안전사고도 자주 생긴다”고 지적했다.

초등 돌봄교실 전담사는 맞벌이·저소득층의 보육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교에서 운영되는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자리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초등돌봄교실 확대계획을 발표, 전국적으로 전담사 3천여명의 증원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고용을 초단기 근로로 적용하여 하루 2.8시간의 노동을 하는 등의 불안정고용 일자리가 대폭 확대되었고,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 확충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돌봄교실전담사가 지게 됐다.

노조에 따르면 초등 돌봄교실 전담사의 근무시간은 천차만별이다. 8시간 전일제부터 하루 2.8시간 초단시간 전담사까지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다. 한 서울 지역 전담사는 “근무시간이 4시간인 줄 알고 계약했는데 아이들 수업이 일찍 끝나 빨리 들어오거나 수업 준비 등의 일이 많아 사실상 휴식시간을 포기하고 일한다”며 “4시간 시간제 근로자가 온전히 전일제 근로자에 가까운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단시간 전담사들은 전일제와 마찬가지로 수업 준비, 간식 및 용품 조달, 청소, 학부모 상담, 일지 작성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각종 계획안, 수요조사 등의 천차만별로 분장된 학교 행정 업무도 맡아야 한다. 전일제 전담사들은 여기에 초단시간 근로자의 관리 역할까지 떠맡는 실정이다. 전반적으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근무시간 앞뒤로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는 일은 시간제와 전일제를 막론하고 불가피한 근로 환경이 됐다. 각종 행정 업무의 기안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이 모든 업무가 기록되지 않은 비공식 업무로 남는 것은 덤이다.

노조는 주2.8시간 미만의 노동을 제공하는 전담사들이 경기도에만 1055명이라고 밝혔다. 또한 평균 급여는 월 60만원 정도에 학교에 한 번 나오기 위한 출퇴근 시간, 수업 전후의 준비 및 정리 시간, 학부모 등의 퇴근 지연에 따른 업무 연장 시간은 모두 무임금 노동으로 처리된다고 지적했다. 한 전담사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사명감을 명목으로 무료봉사를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직영과 위탁에 따른 서비스 질 차이도 지적됐다. 한 부산 지역 돌봄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부산 지역 116실의 위탁 교실의 전담사가 있는데 이들은 매년 공개 입찰에 따른 업체 변경으로 계약서를 다시 쓰는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을’의 위치에서 연차를 쓰거나 부당한 지시에 대응하는 것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위탁 전담사도 직영과 마찬가지로 교실운영을 책임지고 학교의 업무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위탁 전담사는 직영과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업체가 4대보험료를 체납하고 도망가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위탁 운용을 맡겼으니 교육청도 소관이 아니라는 식이라 전담사는 고용불안에 따른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한 돌봄전담사는 “위탁업체는 돌봄교실의 운영비를 줄여야 자기 업체 이익이 올라가는 구조라 아이들 간식, 프로그램 질 저하, 전담사 임금 체납 등이 발생한다”며 “1년 내내 빵과 생수만 간식으로 제공한 위탁 교실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직영전환을 통해 위탁 업체가 챙기는 수익만큼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음에도 사실상 서비스 관리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 노조 측의 비판이다.

노조는 심지어 색종이, A4용지 같은 학용품 조달도 쉽지 않아 전담사 개인이 구매하거나, 연차를 쓸 수 없어 전담사가 직접 수소문하여 대체인력을 마련하고 대체급여를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학교 측의 관리·감독의 책임이 비용과 예산을 이유로 온전히 전담사에게 전가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아이들이 떠안는 상황.

지난 정부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에서도 돌봄 교실에 대한 대대적 확대 정책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경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온종일 돌봄체계’ 정책 발표 자리에서 “임기 안에 초등돌봄 인원을 현재보다 20만명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정부의 공적 돌봄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돌봄전담사 인력을 늘리며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로서는 예산 확충 등의 실질적인 지원과 더불어 돌봄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초단시간 업무 쪼개기식의 운영 관행의 해결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희 분과장은 “확대는 환영하지만 근본적으로 8시간 전일제 노동자로 전환하지 않으면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이제는 수당도, 퇴직금도 없는 주당 14시간 이하의 초단시간 노동자의 희생으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