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ABL생명, 저성과자 교육 명분 ‘찍퇴’ 논란
ING·ABL생명, 저성과자 교육 명분 ‘찍퇴’ 논란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4.1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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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금융노조 2개 지부 ‘저성과 프로그램’ 폭로
“업무능력 향상과 무관, 모욕감만 느껴” 증언도

외국계 보험사인 ING생명과 ABL생명에서 저성과자를 골라내 퇴직을 유도하는 ‘찍퇴’를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됐던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이번 정부 들어 폐기됐음에도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는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산하 ING생명보험지부(지부장 이기철)와 ABL생명보험지부(지부장 제종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주장했다. 저성과자를 선정해 추가로 과업을 부여하거나 교육을 받게 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버틸 수 없도록 압박한다는 것이다.

ING생명보험지부에 따르면 ING생명은 별도의 심의체를 구성해 ‘성과코칭’ 대상자를 선정, 업무강도를 높이거나 자격증을 따게 하는 등 과업을 추가로 부여했다. 1~5등급 체계에서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은 직원이 대상이다. 이기철 지부장은 “1년 단위 목표를 6개월 안에 시켜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최하위 고과를 연속 3회 이상 받으면 징계를 받을 수 있다며 집에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ING생명은 지난 2014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된 이후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경험이 있다. 이 기간 동안 1,000명이 넘던 임직원 수는 최근 700여 명 수준으로 줄었다. ING생명보험지부는 회사 측이 인원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찍퇴’를 한다고 보고 있다. 저성과자로 선정된 직원들이 업무과중에 따른 압박에 못 이겨 스스로 퇴사하게끔 회사가 유도한다는 주장이다.

ABL생명보험지부 역시 유사한 방법으로 ‘찍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ALB생명보험지부 관계자는 “원거리 발령, 업무강도 강화에도 직원들이 버티자 저성과자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ABL생명에서는 종합평가 결과 하위 5%, 100점 만점에 75점 미만에 해당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동영상강의를 시청하고 시험을 보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종규 지부장이 19일 공개한 한 직원과의 통화 내용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업무시간과 별개로 이루어졌다. 이 직원은 제종규 지부장과의 통화에서 “근무시간에 강의를 들으려고 하면 화면에 ‘근무시간에 자제해 달라’고 뜬다”며 “퇴근 후 집에 가서 매일 2시간씩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내용에 대해 “업무능력 향상과 전혀 상관없고 시간만 빼앗기는 일”이라고 모욕감을 드러냈다.

ING생명 및 ABL생명 노사는 과거에도 크게 갈등을 겪은 바 있다. ING생명보험지부는 지난 2013년 ING생명이 MBK파트너스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고용보장을 요구하며 144일간 파업을 벌였다. ABL생명보험지부는 알리안츠생명 시절인 2008년 성과급 도입에 반발하며 무려 239일간 파업을 이어갔다.

이른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을 놓고 두 생명보험 노사가 또 한 번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NG생명보험지부와 ABL생명보험지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두 노조는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의 위법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과 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