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신경분리 6년 초라한 성적표, “빚만 쌓여”
농협 신경분리 6년 초라한 성적표, “빚만 쌓여”
  • 성상영 기자
  • 승인 2018.04.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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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협 차입금 12조 4천억 돌파
“정부, 자본금 지원 약속 어겨” 비판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신경분리)이 6년을 맞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이 12조 4천억 원을 넘어서는 등 성과가 저조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지난 2012년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별도 법인으로 분리될 당시 부족한 자본금을 차입해 충당했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경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은 24일 금융노조 NH농협지부(위원장 우진하)가 주관한 ‘농협 사업구조개편 6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장 이사장은 오는 2020년 무렵에는 차입금이 13조 5천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 ‘농협 사업구조개편 6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가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주관으로 2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렸다. ⓒ 성상영 기자 syseong@laborplus.co.kr

안 주는 것보다 불쾌한 ‘줬다 뺏기’

농협은 지난 2011년 7월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신용부문), 농협경제지주(주)(경제부문)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기 위한 필요자본 27조 4천억 원 중 12조 2천억 원이 부족하다며 정부에 6조 원 가량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신경분리가 이행될 즈음 필요자본이 26조 4천억 원으로 조정되고, 농협이 보유한 자본은 16조 2천억 원으로 늘어나 실제 부족자본은 10조 2천억 원이었다. 이중 농협이 5조 2천억 원을 차입을 통해 자체 조달하고, 정부가 이자지원 4조 원과 현물출자 1조 원 등 5조 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장상환 이사장은 “애초에 정부가 부족 자본금 12조 2천억 원 중 6조 원을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부족자본이 10조 2천억 원으로 줄어든 후에라도 약속대로라면 정부가 5조 원을 지원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장 이사장의 주장대로 정부가 약속을 지켰다면 2012년 3월 기준 농협의 차입금은 5조 2천억 원이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장 이사장이 밝힌 당시의 실제 차입금은 9조 2천억 원이다. 농협이 발행한 4조 원어치 농협금융채권(농금채)의 이자비용을 정부가 보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지난해 2월 종료됐다. 당초 정부가 산업은행지주 주식 5천억 원 및 도로공사 주식 5천억 원 등 현물 출자키로 한 1조 원도 신경분리 이후 이자비용 지원으로 전환됐다. 결국 정부가 지원키로 한 5조 원 모두 농협이 돈을 빌리면 이자만 내주는 셈이 됐다.

빚으로 달랜 농심(農心)? 책임은 누구에게

그러는 동안 농협의 차입금 규모는 증가세를 지속했다. 2012년 말 9조 6천억 원으로 늘어난 차입금은 2014년 말에는 10조 7천억 원으로, 2017년 말에는 12조 4천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와 관련, 장철훈 농협중앙회 기획실장은 “사업 분리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경영상 리스크(위험)를 사전에 방지하지 못했고, NH농협은행이 채권단으로 있는 STX조선해양의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진하 NH농협지부 위원장은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10년 뒤에 농협 신경분리를 다시 검토하자고 결론을 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갑자기 강제적으로 이를 추진했다”면서 “농협법이 개정되자 지원금이 6조 원에서 5조 원으로 줄었고 그나마도 무상이 아니라 이자만 지원한다고 했다”고 성토했다.

이에 이주명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 국장은 “농협의 사업구조개편은 어느 한 순간에 이뤄진 게 아니며, 1994년에 이미 농협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이 국장은 정부의 약속 불이행 주장에 대해서도 “농협과 논의를 거쳤다”고 받아쳤다.

한편 장상환 이사장은 “현재의 지주회사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으로는 근본 목적인 경제사업 활성화, 특히 판매사업 활성화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가 어렵다”며 “농산물 공급물량을 집중해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농가가 받는 가격을 제고해야 한다”고 총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