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관계는 고무줄 싸움, 서로 고무줄 놓지 말아야
노사 관계는 고무줄 싸움, 서로 고무줄 놓지 말아야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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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 보영운수 김재익 대표, 이봉희 노조위원장 공동인터뷰

상생과 협력의 노사문화. 기업내 구성원 전체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지만 현실에서는 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상생과 협력을 어렵지만 조금씩 실천해 온 운수업계 노사가 있다. 바로 서울시 버스 사업장인 보영운수 노사다. 지난 2014년 김재익 대표와 이봉희 노조 위원장의 취임 이후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노사가 조금씩 협력의 계기를 만들어 왔고 바람직한 노사관계 구축에 모범을 보인 공을 인정받아 4월 28일에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 표창을 받게 됐다. 보영운수 노사 대표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노사 구조적 특징상 갈등을 피하는 것이 어렵다. 어떤 계기로 협력적인 관계를 구축하게 됐나?

▲ 보영운수 노조위원장 이봉희

이봉희 보영운수노조 위원장(이하 이) 사장님이 처음 오셨을 때, 2014년 3월, 그 당시에는 저도 조합 위원장이 아니었고 소위 말하는 ‘야당’이었다. 그런데 사장님이 야당 쪽 이야기를 들어보신다고 했다. 특이했다. 취임 당일에 만나 하신 부탁 말씀이 ‘당신들도 개혁의 뜻이 있다면 도와달라, 나도 회사를 개혁하러 왔다’였다. 그전까지는 사실 보영운수도 구태의연한 부분이 있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운수회사는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하셨다. 운전기사는 운전대 앞에 오래 앉지 않는 것이 사고를 줄이는 것이라고 했고, 제일 먼저 한 일이 ‘탕수(기사가 하루에 채워야 하는 노선운전 횟수)’ 조정이었다.

김재익 보영운수 대표(이하 김) 처음 왔을 때는 교통사고가 많은 회사였다. 모든 일은 원인 분석을 먼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왜 교통사고가 많을까? 여태까지의 회사 내 통계 데이터를 다 가져와 보니까 너무 무리한 운행을 시켰구나 싶었다.

우리 회사 버스가 80대에 총 4개 노선을 뛰는데, 그 중 42km 정도 되는 구간을 3회 뛰던 걸, 1회 줄이고 구간을 단축시켰다. 한 번에 3시간 걸리는 구간을 한 번 빼고 총 9시간 타던 게 6시간으로 주니 사고는 확실히 줄고 일하는 사람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노선 길이 단축은 어떻게 가능했나?

예전에 우리 노선이 남산 3호 터널 앞에서 돌아서 운행해 왔다. 퇴계로 구간이 교통과밀 구간이고 시내라서 고급차량도 많다. 접촉 사고가 나면 보상 금액도 크다. 그래서 그걸 서울역에서 도는 걸로 바꿨다. 대형버스는 사고도 크게 난다. 2시간 운행시 15분 휴식 법 개정이 거론되기 전부터 이미 운행시간 단축을 해야한다고 봤다. 기사가 여유가 생기니까 사고가 많이 줄었다.

사고 유인을 줄인 것이다.

운수업체로서 안전 중시라는 기본적 태도가 운행 시간 단축 등 노동 조건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 흥미롭다.

▲ 서울 보영운수 김재익 대표

저는 사실 군대 운전병 조교 출신이다. 과거에는 사고가 더 무수히 많았다. 운전조교를 하며 20대 초반부터 어떻게 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1종 대형면허를 86년에 취득했고 다른 운수회사에 있을 때 차량 검사장에서 버스를 직접 끌기도 했다.

노선버스의 노동시간 특례업종 제외로 52시간 노동을 하는데, 엄격히 따지면 우리가 선도적으로 했고 인근회사들도 따라서 줄이려고 하고 있다. 피곤하면 사고난다고 ‘꺾기’(막차 운행 후 다음날 바로 첫차 운행을 하는 것)도 없애라고 했다.

살림을 알뜰히 해서 원가를 절감하고 근로자와 협의를 잘해서 노사 관계를 원만히 하는게 제 목표다. 사실 쉽지 않다. 노선 단축도 남대문시장 상인들 민원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시내에선 어느 버스나 갈아 탈 수 있는데 그 곳은 좀 줄이는 게 맞다고 봤다. 잘 보면 광역버스들이 대형사고가 더 많이 난다. 무리한 운행 때문이다. 운전자는 휴식을 제대로 취해야 한다.

상생기금도 사장님 취임 후에는 조합과 논의했다. 상생기금을 가지고 1년에 근무 실적 등을 보고 상반기에 6명 하반기에 6명을 뽑아서 제주도 여행을 시켜주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니까 내년부터는 외국여행을 보내주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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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서울시 버스노조와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 간 단체협약에 노사상생기금이란 제도가 생겼다. 노사상생기금은 사업자가 노동자의 근로의욕 증진과 교통사고의 정신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운행대수 당 일정금액을 정립, 이를 노사가 공동관리하는 것으로 노동자를 위해 쓰여져야 하는 돈이다. 그러나 사업장에 따라 상생기금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조합원도 많다.

상생기금 운용은 단협상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그런 형태의 인센티브 제시는 근로 의욕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조합원들은 당연히 다 좋아한다. 제가 보기에 조합도 회사도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상생기금으로 식당에 특식도 제공하고 풋살경기장 등 체육시설도 확충하고 있다. 가을에는 독감예방접종도 한다. 서울시에서 나오는 인센티브도 절반은 사원들에 쓰고 있다.

준공영제를 통해 수익 보장을 하고 그에 따라 운영이 안정되면 노사 관계에서도 자연스러운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다양한 노사 관계 갈등이 생긴다. 노사간 어떤 노력이 중요하다고 보나?

원인 없는 결과가 없고 모든 결과는 작은 데서 나온다. 그걸 다 판단하고 싸움이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인정받으려고 하지 말고 우선 남을 인정하는 것이다. 저는 위원장을 포함해 근로자가 말하는 걸 경청하고 판단하려 한다. 정답은 없는데 사안에 따른 서로의 판단이 다르다. 그러면 일단은 최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중간점에서 합의를 보고 가는 것이 우선이다.

노사 관계는 ‘고무줄 싸움’이란 말을 한다. 고무줄을 서로 잡고 있는데 내가 놓아버리면 상대방이 다치고 상대방이 놓아버리면 내가 다친다. 서로 놓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도 왜 다툼이 없었겠는가. 처음에는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싸움의 기술이 좀 있는 것 같다. 싸울 때는 싸우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가야 하는가를 서로 알고 있는 것 같다. 그게 바로 상생이다. 회사가 어려우면 노동조합이 양보하고, 회사가 잘 되고 있을 때는 노조가 무리하게 요구를 하더라도 좀 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인센티브로 지난 달에는 건어물 세트를 받았는데, 며칠 전에 갑자기 저랑 커피 한잔을 하자고 하시더니 여름 지나고 나면 기사들 팔뚝이 왼팔과 오른팔 색깔이 달라진다고 그러시더라. 햇빛 때문에 여름에는 기사들이 새까맣게 탄다. 그래서 지난 인센티브 나눠주고 남은 것으로 기사들에게 선크림을 사서 나눠주기로 했다. 독한 사업주면 개당 2만 5천 원하는 선크림을 250개 사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부분에서 분명 노동자와 우리가 동업자란 인식이 있다. 회사가 우리는 관리자고, 너희는 우리 통제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입장이 다른 양측이 동업자 정신을 갖고 서로 이야기를 듣고 양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조합원이 200명 가까이 되다보니까 때에 따라서는 그럴 수 있나 싶은 요구를 하는 조합원도 있다. 그러나 노동자가 잘해야 회사도 이익을 내는 것이고 그런 점에서 동업자 의식이 없으면 안된다.

쉽게 말해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가는 정이 있어야 오는 정이 있다 한다. 사람이라면 사랑을 받고 싶어하지만 받으려면 먼저 줘야 한다. 저도 처음에 와서 제가 여러분께 투자한다, 사랑의 화살을 쏜다고 했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이 변화한다. 고마움도 생기고 미안함도 생긴다. 그 다음엔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하게 된다. 이건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회사에 처음 왔을 때 업무 파악을 위해서 거의 365일 출근을 하면서 밥을 구내식당에서 계속 먹었는데, 가정에 문제가 있냐는 말도 나오고(웃음). 그런데 구내식당을 보니 오전 근무자는 아침, 점심, 오후 근무자는 저녁만 먹게 되어 있었다. 그걸 제한없이 풀었다. 내부에서도 말이 나왔는데, 한번 더 먹는다고 해서 그게 엄청난 비용은 아닌데 그걸 자른다는 건 야박하지 않나. 모든 것을 다 들어줄 순 없지만 그래도 듣고, 때론 협조도 부탁한다. 상생한다는 건 그렇게 대화하고 양보하는 것으로 보았다.

사고율을 취임 이후 절반으로 낮췄다는 점에서 갈등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나이 마흔에 대우에 가서 중국에서 고속버스 회사 기획설립에 참여했다. 그리고 파키스탄, 아프간 등 다양한 곳을 돌다가 이곳에 왔다. 사회 나와서 보니까 공부가 필요하더라. 야간대학에서 공부를 했다. 원래 사진을 전공했는데, 경영학, 교통공학을 배웠다. 그게 적당히 숙성이 되니까 상상도 못했던 조직에서도 일하게 됐다.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일의 우선 순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모든 것에 나름의 격, 존재의 이유가 있고 이걸 알아야 일을 한다. 노사 관계에서 싸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본 것도 그 덕분이다.

사실 노동자들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회사가 이렇게 어느 정도 했으면 말이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게 또 위원장 역할이다. 세상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완전한 만족은 없다. 그런 과정은 사장님과 대화를 자주 하면서 서로 뭐가 필요한지 알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겠다. 덕분에 노사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갖게 됐다.

사장님이 곧 대구에 직원의 상갓집을 가신다. 예전에는 이런 일에 대표가 참석하진 않았다. 직원이 230명인데 직접 다 가신다.

애사는 다 챙기려고 한다. 다 가지는 못해도 최대한 가려고 한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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