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여성사업 기본 다져 활성화시킬 것
한국노총 여성사업 기본 다져 활성화시킬 것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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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평등 사회 위해 모두의 연대 중요
[인터뷰] 최미영 한국노총 여성상임부위원장

지난해 한국노총은 첫 여성 상임부위원장 제도를 도입했다. 남성이 중심이 되는 노동운동 문화의 균형을 잡아나가려는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김 위원장은 최미영 의료산업노련 순천향대천안병원노조 위원장에게 직을 제안했다.

최 위원장은 노동계에서 보기 드문 다선 여성위원장이다. 2005년 소속된 사업장에서 7대 위원장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무려 5선에 성공했다.

한국사회 미투운동 해결 못하면 발전 없어

한국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미투(#MeToo)운동에 대해 어떻게 보나?

지금이라도 이렇게 문제 상황이 알려져서 잘됐다. 우리사회가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영영 진정한 발전을 할 수 없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피해자들도 자기 삶의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해자 입장에 서기 쉬운 남성들의 변화가 타의적으로라도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미투 운동에 대해 가볍게 농담하는 사람들은 또 다른 가해자임을 알아야 한다. 여성들은 아직 여러 면에서 사회적 약자다. 여성들을 아랫사람으로 여기고,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을 바꿔야 할 때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어떻게 맡게 됐나?

김주영 위원장과 집행부가 후보군을 올리고 대의원대회에서 투표를 했다. 작년 3월 중순에 임기를 시작했다. 첫 여성 상임부위원장이다. 그동안 여성들이 한국노총 임원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여성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여성국밖에 없다가 여성본부가 되고, 여성임원할당제, 상임 여성부위원장직까지 생긴 역사가 있다.

한국노총 내 여성 노동자는?

현재 약 17만 명이다. 여성이 집행권한을 가진 위원장이라면 여성 사업의 활동 폭이 넓을 텐데, 대부분 남성 위원장 밑에 있는 여성간부들이 중심이 돼 활동을 한다. 남성 위원장이 공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많다. 한국노총 산별의 여성위원회 위원장들이 여성본부 임원이 된다. 여성본부에는 상근하는 여성본부장, 여성실장, 여성실장이 있다.

의료산업노련 여성위원장과 한국노총 여성부위원장의 다른 점은?

우선 사업 규모가 더 커졌다. 3.8 세계여성의날 같은 행사를 할 때 산별 여성간부들의 주도적인 참여가 더 절실하다. 그래야 산별 위원장, 사업장 조합원들도 같이 움직인다. 각 단위 여성간부들이 여성사업에 연대하고 동참하도록 설득하는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여성 사업 활성화 단초될 기본에 집중

회원조합 안 여성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은 역으로 여성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말인데?

낮다기보다 소극적이다. 이전보다 여성 관련 사업이 많이 나아졌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여성본부가 더 활성화되고 규모가 커지길 바란다. 기존에 여성본부가 중심이 돼 해오던 사업도 보다 전체적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나라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의 문제가 어디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

그동안 한국노총이 해온 여성 사업은?

3.8 세계여성의날 행사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캠페인, 직장 내 성희롱 성폭행 예방과 철폐 등과 같은 기본적이고 정례적인 업무에서부터 각종 설문조사와 여성관련 정책 점검, 교육 프로그램(2018년 젠더노동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리더를 잘 뽑아야 한다. 똑같은 교육을 받아도 어떤 리더는 100% 발현하는 반면 또 어떤 리더는 10%에 그친다. 리더가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려는 마음가짐이 관건이다.

어떤 사업이 가장 의미 있었나?

천안에서 서울을 오가며 반전임으로 여성부위원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여성 사업을 엄청 활성화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기존에 하고 있는 것들의 의미를 잘 살리려나가려고 한다. 익숙해지면 소홀해지고, 가장 중요한 기본을 놓쳐버린다. 그 중 하나가 3.8 세계여성의날 행사이고, 여성본부의 정기적인 회의다.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도 새롭게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것이 여성위원회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선 여성간부들이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일률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의료산업노련 여성위원장을 지냈지만, 천안에서 주로 활동했다. 각 지역을 중심으로 여성간부들끼리 이미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 여성본부에서부터의 화합해 전체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미투 정국 또는 태움과 같은 여성중심사업장 현안 문제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문제에 어떤 부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여성들도 미투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 집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아들만 너무 소중하게 여기다보면 그 아들이 밖에 나가서 잘못된 행동을 한다. 가정에서의 교육이, 부모로서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머니의 역할이 가장 기초다. 사회에서 나 아닌 누군가가 제대로 잡아주길 바라며, 문제를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 나부터 고치고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는 시대의 동창생

미투 운동이 떠오르기 전 청와대에서 건배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우리들의 어머니, 누나, 여동생의 다른 이름이 여성이다. 그 여성들이 사각지대에서 울거나 힘들어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는 함께 가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이 시대의 동창생들이다.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특별히 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동지로서, 사람으로서 같이 걸어가자고 말하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남성들이 역차별을 당한다고 문제를 제기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사회가 돼야한다. 남녀로 구분 짓고 대립각을 세울 문제가 아니다.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조의 역할은?

남녀임금격차와 직장 내 성폭력 문제는 여전하다. 우리나라는 1997년 국제노동기구(ILO)의 제100호(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남녀 동일보수 협약) 기준에 따라 남녀고용평등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명문화하고 있다. 그러나 남녀 경제적 불평등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하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직장 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노조의 활동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임단협 교섭안에 성차별과 관련된 문제를 예방하고, 발생 시 취할 조치에 대해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를 위한 보호조치, 문제가 되는 특정 사안에 대한 특별위원회 결성 등의 내용을 담을 수 있다. 교섭이라는 측면에서 기존에 노조가 해야 하는 역할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한국노총 여성본부의 올해 주요 사업 내용은?

올해 3.8 세계여성의날은 11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세상의 절반이 넘는 여성들에게 자유와 권리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변한 것 같지만 변하지 않는다. 어떤 학자는 진정 성평등 사회를 만드는데 앞으로 100년이 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미 100년 전에 제기했던 문제의식도 꾸준히 가져가야 하고, 여기에 지금 현재 새롭게 떠오른 성평등 의제를 더해 새끼줄을 꼬듯이 이어가야 한다.

한국노총은 지난 3.8 세계여성의날 행사에서 6대 여성노동권리를 선언했다. 이는 동시에 올해 주요 핵심 사업들이기도 하다. ▲경력단절 없이 직업을 선택하고 계속 일할 권리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 ▲차별받지 않을 권리 ▲성희롱·성폭력 없는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 ▲차별과 편견 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 ▲노동조합을 할 권리 등이다.

여성노동이 얼마나 존중받느냐가 진정한 성평등 사회, 노동존중 사회의 척도다. 여성이 당당한 권리주체로서 차별과 폭력, 불평등에 저항하고 맞서 나가는데 함께 할 것이다.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은 노조 활동을 하기 쉽지 않은데?

이전에는 그랬다. 2005년 순천향대 천안병원 위원장선거에 나설 때만 하더라도 여성노동자가 노조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압박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와 간호사, 남성과 여성의 위계질서가 강했던 병원 안에서 부당한 일들이 많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여성이 주체로 나서야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위원장을 나가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 속에서 주변 사람들이 내 마음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더라. 충분히 이해하지만 노조 활동이 쉽진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노조가 사측을 무너뜨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니다.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주체로 나서야 한다.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드린다.

다음 생애는 남성으로 한번 태어나고 싶다(웃음). 남성이 여성들이 겪는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하고 연대하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싶다. 지금은 여성들끼리 뭉쳐야한다는 분위기지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성들과의 연대다. 여성이 여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남성이 여성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성들 중에는 현재도 여성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사람으로서 공감하고 연대하는 올바른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다. 그러나 동시에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미투 가해자로 밝혀지고 있다. 생물학적인 남성으로 태어나 한국사회에서 남성의 역할을 완전히 이해하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 직접 해 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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