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뜻 돈이라고 답하는 사람들을 속물로 취급할지 모르지만 사실 돈의 중요성은 우리의 삶이 팍팍해 질수록 더 절실해집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벅참을 느끼기도 하고 돈 때문에 가슴아파하거나 절망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본주의에서 돈의 가치와 위력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가난과 부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성공의 대가로 당당히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돈’ 이야기
돈과 관련한, 돈이 모티브를 제공하는 영화적 줄거리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합니다. 돈을 쫓는 이들의 허황된 꿈을 풍자하는 영화에서부터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까지 장르 역시 다양하지요.
하지만 항상 우리 곁에서 우리를 통제하는 돈의 보이지 않는 위력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를 찾기는 드뭅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거장 감독인 로메르 브레송 감독의 유작인 <돈>은 돈이 가지는 폭력성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1983년에 제작된 영화이고, 더군다나 프랑스 영화의 특성상 국내에 그리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방영돼 뒤늦게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위조지폐에 얽힌 한 남자의 기구한 운명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일련의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사소한 일상에서 출발합니다.
중산층 가정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노베르는 용돈이 부족하여 500프랑 위조지폐를 장난삼아 만들게 되고 친구들과 함께 가게에 가서 이 지폐를 사용합니다. 가게 주인은 나중에 위조지폐임을 알게 되지만 석유배달원인 이본에게 다시 이 돈을 지불합니다.
위조지폐범으로 궁지에 몰린 이본은 결국 재판에까지 가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지만 가게 종업원의 위증으로 패소하게 되고 감옥에 갇힙니다. 그동안 이본은 일자리를 잃고, 딸과 아내가 떠나는 등 그의 인생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가 버립니다. 절망에 빠진 이본은 설상가상 살인을 저지른 후 피신을 하게 되는데 그 집의 일가족을 살해한 후 자수하는 것을 끝으로 영화는 다소 엉뚱하리만큼 성급하게 마무리가 됩니다.
‘돈은 살아 있는 신이고, 나는 그를 위해 경배한다’는 영화 속 대사처럼 이 영화에서 돈은 철저히 신격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본은 후에 자신의 의지대로 강탈, 살인을 저지르는 등의 행동을 통해 돈을 뛰어 넘는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려고 했지만 결국 자본주의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돈 앞에서 더욱 나약해질 뿐입니다.
영화에서 돈을 건네고 다루는 사람들의 손놀림을 클로즈업하거나 사람들의 표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표현함으로써 감독은 돈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묘사하고자 하였습니다.
톨스토이의 중편소설인 <위조지폐>를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이 영화는 거장 감독이 남긴 수많은 영화 가운데 가장 명작으로 손꼽힌다고 하니 ‘돈’의 악마성에 공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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