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 우산 하나
가방 속 우산 하나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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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확실히 봄은 짧았습니다. 벌써부터 한낮의 열기는 꽤나 여름 분위기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잦은 편인 비가 참 반갑습니다. 이제 곧 장마철이 찾아오면 다시 변덕스럽게 맑은 햇살이 그리워지겠지만 말입니다.

 

주변 사람들은 저더러 참 미련하다고 합니다. 억수 같이 쏟아지는 장대비가 아닌 다음에는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걸 본 사람이 없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가끔 ‘민폐’를 끼치곤 합니다. 일행과 함께 걸을 때도 우산을 쓰지 않으니, 애꿎은 후배들이 고생이지요. 그냥 비를 맞게 둘 순 없으니 보다 못해 옆에서 깡총거리며 우산을 받쳐 듭니다. 제가 꽤 큰 편이니 오죽 고생이겠습니까. 아, 그렇다고 우산 하나 제 손으로 들지 않는 터무니없는 권위의식으로 오해하지는 말아주십시오.

탓을 하자면 제 칠칠하지 못함 때문입니다.

 

그간 잃어버린 우산을 모아 둔다면 아마도 우산 가게 하나를 차릴 수 있을 겝니다. 비단 우산 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은 뭐든지 잘 흘리고 다닙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늘 빈손으로 다녔는데, 그래도 챙겨다녀야 할 것들이 있다보니 이제는 가방을 대각선으로 메고 다닙니다.

 

어쨌거나 그런 연유로 아예 우산 챙기기를 포기하다보니 이제는 자연스럽게 비 맞고 다니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됐습니다. 산성비니 뭐니 걱정들을 하지만 그래도 가끔 비를 맞아보면 운치도 있고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전 늘 우산을 갖고 다닙니다. 가방 속 깊숙이 언제나 우산이 들어 있습니다. 한겨울에도 그 우산은 그 자리를 지킵니다. 쓰지도 않을 우산을 가방에 넣어다니는 것은 우산 하나 꺼내놓지 않을 만큼 게으르기 때문은 아닙니다. 비가 오는 날 그 우산을 꺼내 제가 사용하게 되면 십중팔구는 또 어딘가에서 잃어버리고 말 겁니다.

 

그렇지만 제가 아닌 누군가는 그 우산이 꼭 필요한 경우가 생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방 속에 들어있던 우산은 새 주인을 만나게 됩니다. 한달 전 쯤 가방 속 우산이 그렇게 필요한 사람에게로 갔습니다. 그리고 전 또 새 우산을 샀습니다. 이번에는 기분마저 상쾌해지는 노란 우산으로 장만했습니다. 물론 이 우산은 아직 처음 샀던 그 모양새 그대로 가방 속에 들어있지만요.

 

<참여와혁신>이 다음달에 창간 3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리 길지도 않지만, 또 그리 짧지만도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흑백논리에 갇힌 소모적 힘겨루기가 아닌, 진지한 고민과 대안 모색을 위한 시도들을 계속해 왔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주어진 환경이나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꽤 괜찮은’ 잡지를 만들어 나갈 겁니다. 이를 위해서 <참여와혁신>이 독자 여러분의 ‘응원’을 받을 계획입니다. 십시일반의 마음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참여와혁신>을 위한 우산 하나 챙겨 건네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는 또 비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걷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