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일곱 번째 연서(戀書)
서른 일곱 번째 연서(戀書)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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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굼뜬 사람들로서는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할만큼 요즘은 ‘속도전’의 시대처럼 보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많이 변한 것이 아마도 ‘공론의 장’을 형성하는 방법일 겁니다. TV나 신문, 잡지와 같은 예전 시대 매체들의 영향력이 많이 사그라들고, 그 자리를 대형 포털이나 커뮤니티 같은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특정 사안에 대한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인터넷 공간을 헤엄치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재미난 현상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독설과 풍자가 넘실대는 인터넷 공간의 ‘게시물’들에 참 자주 등장하는 단어 하나를 찾아낸 겁니다.


인터넷 글의 특성상 강렬한 느낌을 주는 제목이 필수적일 텐데(그렇지 않다면 아예 ‘클릭’하지 않을 테니까요) 이 제목에 쓰이는 빈도가 무척이나 높은 단어가 바로 ‘솔직히’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솔직히’로 한 번 검색해 보십시오. 수많은 글들이 보일 겁니다.

왜 일까요? 아마도 ‘진정성’에 대한 호소 내지는 ‘진실성’의 강조라는 의미를 담고 있겠지요. 그런데 더 재미있는 현상은 ‘솔직히’라는 단어가 지닌 신뢰의 이미지와는 달리 인터넷상에서의 활용은 주로 부정적 의견에 함께 붙는다는 겁니다. ‘솔직히 그 사람 의견은 동의할 수 없다’ ‘솔직히 이건 잘못된 일이다’ ‘이 일은 솔직히 너무 하지 않나’ 이런 식이지요.

 

물론 비판의 정신은 항상 권장되고, 또 그 날카로움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에 따라붙는 많은 이야기들이 비판의 영역을 벗어나 있지 않은가 걱정이 되곤 합니다.

 

이 ‘솔직히’라는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더라도 이번 2007년 7월호 작업은 많이도 힘에 부쳤습니다. 창간 3주년이라는 무게감 때문이었겠지요. 정말 훌쩍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든든한 자본을 가진 것도, 그렇다고 ‘뒤를 봐줄’ 연줄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산업과 노동이라는 의제를 다루는 월간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어찌보면 무모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3년의 기간 동안 <참여와혁신>이 썩 나쁘지 않은 결과를 내놓았다고 자평해 봅니다. 여전히 모자라고,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적어도 ‘이 바닥’에서 꽤 쓸모 있게 읽힐 가치는 지니고 있다는 고마운 평가도 받습니다.


그래서 창간 3주년 기념호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3년째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도 예년보다 풍부한 얘깃거리를 담고 있고, 87년 이후 20년 간의 한국노동운동을 결산해보는 좌담도 꽤나 의미 있는 논쟁들이 오갔습니다. 또 금속노조, 전교조와 함께 이 시대 노동자 아버지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참여와혁신> 전 구성원들이 울산 현대자동차를 찾아 직접 생산 라인을 체험한 기사 또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른 일곱 번째 책을 내놓으면서 독자 여러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단 하나입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