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자녀 인생의 ‘감독’이 아니라 ‘서포터’
부모는 자녀 인생의 ‘감독’이 아니라 ‘서포터’
  • 정유경 기자
  • 승인 2007.07.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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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Ⅳ] 금속노조, 전교조, 참여와혁신 공동기획_ 노동자,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
③ 아버지가 말하는 우리아이 교육

우리 시대의 ‘참 좋은 아빠’ 금호타이어 박종원 씨

 

아내와 중학교 2학년 아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금호타이어노동조합 박종원(43) 사무국장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은 ‘참 좋은 아빠’라는 것이다.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듣기 힘든 얘기 중 하나인 ‘좋은 아빠’. 그것도 그냥 좋은 아빠가 아니라 ‘참 좋은 아빠’란다. 더구나 노동조합 활동까지 하면서.


그저 아이들 교육비 댈 수 있게 장시간 노동도 마다않고 일해서 ‘좋은 학원’ 보내고, 그 결과 ‘좋은 대학’ 가서 ‘사자 돌림의 좋은 직업’ 갖기를 바라는, 그러다가 가끔 아이가 너무 많은 학원에 시달린다며 마누라한테 잔소리 한 번 했다가 ‘현실을 알기는 하느냐’는 핀잔에 부부싸움만 벌이고 마는 우리네 ‘보통 아빠’들한테는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박종원 사무국장에게 특출한 비결이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으면서도 선뜻 하지 못하는 ‘좋은 아빠 되기’의 비법, 그 노하우를 전격 공개한다.

 

 

ⓒ 정유경 기자 ykjung@laborplus.co.kr
- 보통 아버지와 다른 자녀 교육관을 가졌다고 들었다?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가르쳐왔다. 아이들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했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오다 보니까 지금은 그런 점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부모는 누구나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란다. 잘 되기를 바라면 아이에 대한 연구와 정보를 채워가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그런 부분을 채우려고 책도 보고 지속적 교감 속에서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 자녀가 한 선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아이가 크게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가 조급해 하지 않아야 한다. 아이들을 부모가 바라는 대로 잡고 있으면 잡혀 있는 아이도 힘들겠지만 잡고 있는 부모도 힘들다. 그래서 큰 테두리 속에서 자유스럽게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아이들이 결정을 하면 우선 그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반문을 한다. 기분 나쁘게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결정하게 된 이유를 듣는다. 그 선택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는 그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경험이라고 말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게 잊어버리지만 말라고 당부를 한다."


아이의 선생님과 소통하라

- 아이 입장에서는 우리 아빠가 다른 아빠와 다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학기나 학년이 바뀌면 임원 엄마들이 학교에 나와서 청소도 돕고 하는데 우리 아이가 반장이어서 아내가 학교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맞벌이 부부라 그날은 아내가 학교를 갈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

 

아이는 ‘다른 애들은 엄마가 오는데 아빠가 어떻게 가냐’고 했고 나는 ‘엄마가 됐든 아빠가 됐든 갈 수 있는 사람이 가는 것이다. 엄마가 꼭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고정관념일 뿐이고 아빠가 가면 무거운 것도 들고 해서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더니 아이도 ‘아빠 말이 맞다’고 인정하고 ‘아빠 덕분에 한 수 배웠다’면서 오라고 하더라. 
 

막상 학교에 가니 학부형 중에 아빠는 나 혼자였다. 개교 이래 아빠가 청소를 하러 온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나는 간 김에 엄마들과 이야기도 하고 청소도 돕고 돌아왔다."

 

- 아이들 선생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나?

 

"선생님이 보는 아이의 수준과 내가 보는 아이의 수준이 일치하면 상관이 없지만 그게 다르면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그래서 아이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는데 직접 만날 수 없는 경우는 편지를 쓰고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부탁하고 내가 읽은 책 중에 좋은 책이 있으면 편지와 함께 보내기도 한다. 그러면 선생님도 답장을 해줘 아이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 맞벌이면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내기가 힘들 것 같다. 더구나 4조 3교대라면 더욱 그렇지 않은가?

 

"4조 3교대의 근무 패턴이 단점이 될 수 있지만 노력하기에 따라 오히려 아이와 대화하기 쉽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아이들이 2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으로 가서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를 사주고 집 근처 신도시에 새로 생긴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놀곤 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나는 벤치에서 책도 읽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들과 나는 야구를 좋아해서 공을 던지고 받는 연습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그 때 했던 대화는 주로 ‘컨트롤’에 대해서였다. 공을 아무리 세게 던져도 공이 바르게 들어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것처럼 하고자 하는 의지뿐 아니라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줬다."
 

아이와 부모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라

- 주로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딸과의 관계는 어떤가?

 

"딸과의 관계도 좋다. 지금은 숙녀가 되는 시기라 하지 않지만 5학년 때까지는 목욕도 시키고 머리 감으면 드라이로 말려주곤 했다. 사실 딸아이는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집에 손님이 오면 손님이 갈 때까지 방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시키기 위해 계속 보듬어 주고 다독여 주고 우리 딸은 예쁘다고 해주고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랬더니 아이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도 잘 못 들던 아이가 갑자기 4학년 때는 전교 부회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했다. 나는 당락을 떠나 아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놀랍고 많이 바뀌어서 대견했다. 그런데 압도적인 차이로 당선이 됐다. 그 때 나는 딸에게 ‘너 또한 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 줬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아이로 인정 될 정도로 바르게 잘 커서 다행이다."

 

- 아이들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최근에 한 대화 중에서 기억나는 것이 있나?
 

"얼마 전에 아들 몸에 두드러기 같은 것이 많이 났다. 그래서 아들을 데리고 한의원에 갔더니 스트레스로 심장이 열이 생겨서라고 했다. 혹시 ‘엄마나 아빠 때문에 스트레스 받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해서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다. 알고 보니 아들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는데 학교 선생님이 여자 친구가 생겨 성적이 떨어질 까봐 압박을 준다고 했다.

 

보통 여자아이들이 전교 1등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아이가 전교 일등이라 선생님들의 이목이 집중된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듣고 ‘우리 아들 많이 컸다’고 하며 ‘한번 데려와 보라’고 했다. 아들이 만나는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인지 알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딸은 초등학교 6학년짜리가 PC방도 다니고 노래방도 가고 남자친구와 극장도 간다고 한다. 보통은 가지 말라고 할 텐데 나는 딸에게 오히려 한턱 쏘라고 용돈을 준다. 이렇게 딸과도 허물없이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터놓고 하는 편이다."

 

- 책을 보며 교육에 대해 고민 한다고 했다. 주로 어떤 책을 보나?

 

"한 장르의 책만 보지는 않는다. 최근에 읽은 책은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였다.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으면 술을 먹기보다 서점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책을 보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낀다.


만약 좋은 책이나 좋은 부분이 있으면 아이들에게 반드시 읽어보라고 하고, 읽고 난 후 생각을 말해보라고 한다. 그런 날은 자연스러운 독서토론회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말하고 내 생각과 다를 때가 있으면 ‘아빠의 생각은 이렇다. 하지만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니 너의 생각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세상을 살다보면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으니 아빠의 생각도 참조를 하라’고 말한다."


부모의 권위를 버려라

 

- 아빠가 노동조합 활동하는 것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 내가 17년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이 아이들과의 관계에 자연스럽게 적용된 것 같다.

 

이번 집행부에 올라오면서는 아이들에게 ‘아빠가 노동조합 일에 집중을 하다보면 예전보다는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우리도 클 만큼 컸으니 그런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아빠 하고 싶은 일 하시라’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고 언제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만큼의 거리에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했다."

 

- 자녀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바라나?


"내가 생각하는 것은 없고 아들은 프로게이머가 돼서 게임 사업을 하고 싶어 하고 딸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한다. 둘의 선택을 존중한다. 
 

아들은 스타크래프트 게임 실력이 수준급이다. 게임을 하고 있으면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고 얼마나 더하면 되겠냐고 물어본다. 만약 30분을 더 한다고 하면 1시간을 더하라고 하고 대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라고 한다. 그 게임에도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고 순발력이 필요하더라.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도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필요하다고 본다."

 

- 자녀와 통하고 싶은 아버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아이들 인생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부모가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 인생에 있어 서포터 하는 역할이지 감독이 돼서는 안 된다. 방관이 아니라 존중을 해준다는 의미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꼭 답은 찾지 못한다고 해도 함께 고민해 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런 생각들이 아이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다.

 

자녀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나는 혹시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아빠가 잘못한 것을 말해줘서 고맙다고 말한다. 아빠라는 권위가 꼭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자녀와의 대화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반짝 생각 날 때마다 하는 것이 아니고 하루에 10분이든 20분이든 꾸준히 하는 정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아이들과의 대화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정성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