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랑도 복원할 수 있다면…
옛 사랑도 복원할 수 있다면…
  • 최영순
  • 승인 2007.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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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공간 다른 사랑이야기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책을 영화나 드라마로 옮긴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자가 맘껏 상상했던 주인공의 이미지와 공간적 배경을 영상으로 제한하여 보여주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리포터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베스트셀러 도서들이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되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배가시켜 주기도 합니다.

 

 

소설에서 영화로 탄생한 사랑

일본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역시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일본의 한 월간지에 두 명의 남녀 작가가 매회 번갈아가며 남녀 주인공의 입장에서 같은 공간의 다른 이야기를 집필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연재내용을 묶어 소설로 발간한 것 역시 일본내에서 5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릴 만큼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에 많은 일본 남녀들의 감성을 흔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이탈리아로 유학 와서 고미술 회화 복원 작업을 하고 있는 준세이는 자신의 일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여자친구도 있는 평범한 서른 살 청년입니다. 하지만 준세이의 가슴속에는 일본에서 만났던 옛 연인 아오이가 크게 자리 잡고 있고 그녀와의 아련한 옛시절이 추억으로, 아픔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러던 중 아오이 역시 이탈리아에 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녀 곁에는 이미 새로운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 준세이는 실망하여 돌아섭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였고, 아오이는 일본에 유학 온 홍콩여성이었습니다. 둘은 사랑하여 아오이가 준세이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준세이 아버지의 모진 권유로 아오이는 아이를 유산합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준세이는 아오이를 원망하며 둘은 헤어졌던 것이지요. 결국 둘은 서른살 생일에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지만 아오이를 잊지 못할 것 같은 준세이가 그녀를 잡기로 하면서 헤피엔딩의 결말을 보여줍니다.  

 

미술복원,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작품으로

 

▲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는 이탈리아와 일본, 과거와 현재, 그리고 준세이와 아오이를 넘나들며 두 남녀의 엇갈리는 사랑과 오해, 화해, 만남을 서정적 분위기를 배경으로 잔잔하게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준세이의 직업은 회화복원전문가로 어느 날 자신이 작업하던 그림이 칼로 찢기는 일을 당하게 되고 이 일로 그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불신을 얻어 공방을 그만 두게 됩니다. 억울한 누명으로 공방을 그만둔 준세이는 그림을 훼손한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범인이 자신이 친어머니처럼 따르고 존경했던 스승이 준세이의 실력을 질투해 저질렀다는 것을 안 후 큰 충격에 빠집니다. 

 

영화에서도 보여 주듯 고미술을 복원하는 작업은 세심함이 요구되는 것으로 여러 명이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종 화학약품 등을 이용해 손상된 그림이 완벽한 이미지와 색채를 지닐 수 있도록 복원하여 앞으로도 수 백년을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요.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복원가(Restorer)’라고도 하지만 최근에는 복원작업보다는 손상을 예방하고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보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어 ‘보존전문가(Conservator)’로 부릅니다.  

 

 <영화 속 이 직업>  문화재보존 전문가
유물이나 고미술들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전시되어 관객들을 사로잡을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게 되는데 그 가운데 문화재보존전문가는 문화재의 ‘의사’라고 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우리가 옛 도공의 고려청자, 김홍도의 멋진 회화를 감상 할 수 있는데는 문화재를 사랑하는 이들의 섬세한 손길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문화재보존 전문가는 그림뿐만 아니라 도자기 등 각종 문화재를 훼손 없이 운반하는 것에서부터 손상정도, 내부구조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며 손상부위가 있을 경우 손상원인을 제거하고 안정화 및 강화처리를 거쳐 원래의 형상을 되찾는 작업을 실시합니다. 처리가 끝난 문화재를 최적의 온도, 습도의 수장고에서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며 새로운 보존처리기술, 보수재료 개발을 위한 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박물관, 미술관, 문화재수리업체, 보존과학업체 등에서 종사하는데 현재 국내에는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에 문화재보존 관련 학과들이 있어 전문교육을 받고 진출하는 경우도 늘고 있으나 예전에는 화학 등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 가운데 미술 등 문화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서 해외유학을 거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영화를 비롯한 매체에서 이들을 다소 우아한 직업으로 묘사하고 있으나 실제 작업현장은 육체적으로 고된 면도 많고 귀중한 문화유산을 다룬다는 긴장감도 크며 보존 처리 시 화학약품을 많이 사용하므로 항상 꼼꼼함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또한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보수도 낮은 편이라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