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 울고 웃는 사람들
날씨에 울고 웃는 사람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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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순 없어도 대비할 순 있다
하늘 쳐다보는 직업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불쾌지수도 함께 올라간다. 무엇 하나 유쾌한 소식 없이 짜증스러운 기사들로 넘쳐나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은 더한다. 이럴 땐 어디 시원한 바닷가나 계곡을 찾아 훌쩍 떠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

 

하지만 이마저도 마음 같지 않다. 다른 날은 멀쩡하다가도 어디론가 가려고만 하면 꼭 한바탕 비가 쏟아진다. 일기예보에 귀를 기울여보지만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이래저래 날씨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날씨 때문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떠나보자.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동네북으로 전락한 기상청?

 

야외활동이 많아 그만큼 더 바빠진 기상청을 찾았다. 여름이면 빗나간 일기예보 때문에 항의전화가 그치지 않지만, 그래도 기상청 사람들은 묵묵히 최선을 다해 날씨와 씨름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의 생활에 일기예보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 시간을 낸 기상청 양진관 예보상황팀장에게 ‘아픈 곳’을 건드려봤다. 일기예보가 자주 빗나가는 이유를 물은 것. 양 팀장은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원인으로 우리 국토의 특성과 기술력의 한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일부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예보관이 많아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 예보관 업무만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견 이런 비판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데에는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4시간 근무하는 기상청의 특성상 한 자리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야근을 계속 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예보관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예보를 책임지고 있는 예보상황팀장은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 동안 예보를 담당한 베테랑이다.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양 팀장은 “우리나라는 흑백논리가 강한 편인데, 흑백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어중간한 부분이 있어요. 예를 들어 서울에 오늘 비가 오기는 오는데 정확히 언제, 어느 지점에 비가 내릴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 예보에서 ‘오후 한때 비’와 같이 표시를 하죠. 그래도 그날 비가 안 온 지역에 계신 분들은 항의를 합니다”라며 국민들이 흑백논리로만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항의하는 것은 좋은데 다짜고짜 욕부터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 내가 책임 질 테니 직원들에게 그냥 전화를 끊으라고 이야기합니다. 욕을 한다는 것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있어서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죠”라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한다.

 

기상청 예보상황팀장이 말하는 여름철 일기예보가 빗나가는 이유

첫째, 일기예보는 기상관측과 수치예측모델, 예보관의 해석을 거쳐 국민들이 접할 수 있는 형태로 나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하나라도 어긋나면 일기예보가 빗나가게 된다.

이것은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설명이다. 아무리 정확한 기상관측이라도 모든 지점의 기상상태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지점에 관측 장비가 설치돼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정확한 관측 자료라 하더라도 수치예측모델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수치예상일기도는 근사값을 그릴 수밖에 없다.

예보관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자신만의 노하우, 기상지식을 총동원하여 자료를 해석하지만 자연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기에 예보가 빗나갈 수 있다.

둘째, 기상상태를 보면 어려운 기상패턴이 있다. 비교적 단순하고 ‘깔끔한’ 패턴은 상대적으로 예측이 쉽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구질구질한’ 패턴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항상 깔끔한 패턴만 있는 것은 아니며, 여름철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그만큼 더 많기 때문에 빗나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셋째, 우리나라는 국토가 넓지는 않지만 산이 많아서 국지적·지역적 특색이 강한 편에 속한다.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 서쪽은 100㎜의 집중호우가 내릴 때 산 동쪽에 내리는 비는 10㎜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한데, 이것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같은 서울이라도 영등포에는 집중호우가 내리는데 같은 시간 강남은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 경우에, 서울에 비가 온다고 예보를 내보내면 한 쪽은 맞지만 다른 한 쪽은 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넷째, 일기예보에 대한 요구수준은 높은 데 반해 현재의 기술력은 그다지 높지 않다. 1주일에서 10일 정도의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그 이상의 기간에 대해서는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요구수준을 갈수록 높아지는데 국민들의 요구수준은 기술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교적 장기간(10일 이상)에 걸친 일기예보는 정확도가 그만큼 낮기 때문에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다.

 

날씨, 이익 극대화의 열쇠

 

산업에 미치는 날씨의 영향이 점차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야외 작업이 많은 산업은 물론, 유통이나 전자산업에 이르기까지 날씨정보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변수이다. 예컨대 전자산업에서 황사는 제품의 불량률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황사발원지의 정보까지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

 

날씨정보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기상산업’은 아직 낯선 분야다. 기상산업에 종사하는 기상회사, 기상컨설턴트도 생소하기만 하다. 그래서 날씨정보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는 ‘케이웨더’ 마케팅팀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날씨정보를 알고 싶으면 인터넷 포털사이트만 방문해도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다. 요즘에는 동 단위까지 날씨정보가 구체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날씨정보가 꼭 필요한 곳인데 기상청에서 설치한 관측소가 없거나 반영하기 어려운 곳은 어떻게 할까? 건설업체에서 공사현장에 대한 날씨정보를 활용해 공사일정을 정해야 하는데 필요한 날씨정보가 없다면?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기상회사이다. 기상회사는 해당 지역에 관측 장비를 구축해 얻은 관측값을 반영해서 해당 지역만의 날씨정보를 제공하는데 이를 포인트 예보라고 한다.

 

또 6개월, 9개월 이상의 장기예보를 통해 미리 시장의 수요에 대비해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도 기상회사의 몫이다. 이처럼 기상회사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맞춤 날씨정보를 제공하고 경영에 날씨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제공한다. 이런 정보는 개인보다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주요 고객 또한 기업들이다.

 

기상회사들이 제공하는 날씨정보는 기상청에서 받는 기초 정보와 각 회사들이 필요한 지점에 구축한 관측 장비에서 얻어지는 관측값을 가공해서 만들어진다. 이런 날씨정보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야 하기 때문에 기상컨설턴트에게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와 경영지식은 필수적인 요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케이웨더를 비롯해 10여개의 기상회사들이 있으며 기상청과의 협력 체제를 갖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케이웨더에서는 현재 약 4000여 기업들에게 산업기상정보를 제공하고 날씨위험관리컨설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케이웨더에서 ‘기온과 빙과류 및 음료제품 판매량’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는데, 과즙은 25도가 넘게 되면 1도 상승할 때마다 판매량이 20%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콜라는 25도를 넘어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15% 증가하는 반면, 우유와 요구르트는 20도에서 30도로 기온이 상승할 때 오히려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도에서 30도 사이에서 유지방이 든 아이스크림이 잘 팔리고, 30도를 넘으면 얼음이 많은 빙과류가 잘 팔린다. 하지만 20도 이하로 내려가면 매출이 감소한다.

 

이런 정보를 활용하려면 여름철 기온이 어느 정도일지, 그중에 30도가 넘는 날은 얼마나 될지를 예측한 날씨정보는 빙과류와 음료업체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빙과류와 탄산음료업체에서는 늘어날 수요에 미리 대비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해야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대로 우유업체는 수요 감소에 대비한 마케팅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줄어드는 매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상컨설턴트는 이렇게 날씨정보를 활용하여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30도를 넘나드는 기온, “잔디도 지친다”

 

실외스포츠는 날씨에 따라서 경기가 취소되기도 하는 등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초청경기가 열리던 날, 아침부터 부쩍 바빠진 일손이 있다. 바로 상암 월드컵경기장 조경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다. 축구경기에서 잔디의 상태는 선수들이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한다. 그만큼 잔디를 관리하는 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잔디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박원규 씨를 만났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를 맡고 있다. 그중 잔디를 관리하는 것은 조경 분야다. 이들은 많지 않은 인원(직원 4명, 일용직 11명)으로 경기장 잔디관리는 물론 주변 녹지 관리까지 맡고 있다. 경기 직전이라 그런지 더욱 분주하다.

 

경기장에 깔린 잔디는 모두 수입해서 사용하는데, 15~25도 정도의 기온에서 잘 자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30도를 넘나드는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은 잔디 생육에 악조건이다. 그래서 여름에는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물을 뿌려준다고 한다. 그래도 높은 기온은 ‘잔디도 지치게 하는’ 악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날씨에 경기를 치르면 잔디가 많이 약해진다고 한다. 특히 비온 다음에 경기를 치르면 잔디 상태가 더욱 나빠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초청경기가 있던 전날 비가 와서 흙과 잔디가 모두 물러진 터라 조경관리자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더구나 바로 다음날에는 피스컵 결승전이 같은 장소에서 열리기 때문에 잔디관리자 입장에서는 가장 안 좋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비온 직후나 비가 내릴 때 경기를 진행하면 잔디에 손상이 특히 많다. 잔디는 배수를 고려해 모래 지반에 심는다. 거기에 강수량이 많을 경우를 대비해 운동장 자체가 표면배수가 되도록 설계됐다. 이런 배수 시스템 덕분에 아무리 많은 비가 내려도 2시간 정도면 배수는 되지만 지반도 물러져 평상시보다 잔디 손상이 크다. 경기 후 운동장 정리도 이들 조경관리자들의 몫이다. 심하게 손상된 곳은 예비포지에서 재배한 잔디로 복구하기도 한다.

 

잔디관리에 날씨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들은 일기예보를 항상 예의주시한다. 기상청에서 나오는 일기예보만으로는 부족해서 경기장 내에 아예 기상관측 시스템을 갖췄다. 경기장 내 곳곳에 기상관측을 위한 관측 장비를 설치해 두고 매일 기온, 습도, 일조량 등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들 정보를 바탕으로 관리할 사항을 결정하고, 별도의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한다. 어느 해 어느 시기에 기온은 어느 정도였고, 일조량은 어느 정도였는지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관리 사항을 결정한다.

 

보조경기장은 관람석 규모만 다를 뿐 주경기장과 동일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오히려 방해물이 없어 일조량이 더 많기 때문에 잔디는 더 건강하다고 한다. 주말에는 일반인에게 대여하는데, 모든 시민들의 공동재산이기에 주의해서 사용해 달라는 당부를 덧붙인다.

 

비단 이들 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사장의 건설노동자들도 날씨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비가 오면 ‘공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하루벌이로 생계를 이어가는 그들에게 날씨는 그야말로 생활과 직결된 문제다.

 

날씨는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만 변하지는 않는다. 자연현상을 사람이 100% 예측하는 것도 현재로선 가능하지 않다. 그러나 날씨를 예측하고 날씨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손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짜증내기 전에 이들의 손길을 한 번씩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