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우리도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 최영순
  • 승인 2007.08.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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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있으니 고된 현실을 즐기라고?
힘겨운 외국인노동자 이야기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꿈 찾아 타국 땅을 헤매는 외국인노동자들의 이야기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노동현장 곳곳에는 우려와 안타까움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일, 노동은 생존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것이 법이 되었건, 다른 무엇이 되었건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직업을 가지고 일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행복추구’ 일 것입니다. 많은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얻는 것도 가치 있지만 보람을 가지고 즐겁게 일할 수 없다면 힘겹고 벅찬 노동에 불과할 것입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라면 어떨까요? 좀 더 행복해지고, 좀 더 부자가 되고 싶어 이국땅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에게도 미래에 대한 꿈이 있고, 그 꿈을 함께 할 가족들이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30만 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체류하면서 코리안 드림을 이루기 위해 땀 흘리고 있습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노동자의 환멸 <바리케이드>

▲ 영화 <바리케이드>
<파이란> 등 외국인노동자가 간혹 등장하는 영화도 있지만, 이들의 현실을 전면적으로 다룬 대표적인 영화는 <바리케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리케이드>는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의 현실을 사실적인 화면에 담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두침침하고 후덥지근한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 칸과 자키, 필리핀 노동자 부토 등은 같은 공장에 근무하는 한국인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위해 묵묵히 생활합니다. 특히 동료인 한식(김의성)은 허리를 다쳐 아메리칸 드림이 좌절된 채 귀국한 무능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이들의 코리안 드림을 더욱 한심해 합니다. 제대로 거동도 하지 못하는 한식의 아버지는 말보로 담배만을 고집하고 ‘역시 아메리카’를 외치며 여전히 이루지 못한 과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를 당했지만 불법체류를 핑계로 적절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부토는 한국인에게 강간을 당하는 등 이들은 한국생활에 참을 수 없는 환멸을 느낍니다. 결혼을 약속했던 칸과 부토는 결국 공항근처에서 동반자살을 하고 이들의 코리안 드림은 꿈으로만 남게 되지요.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를 시행해 내국인의 고용기회를 보장하면서도 내국인 충원이 어려운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 등에 외국인 취업을 허용하고 상대적으로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산재보험, 최저임금 등 국내 근로자와 동등한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불법체류 노동행위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어서 코리안 드림의 실현은 점점 녹록치 않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외국인노동자 눈을 통한 미국 사회의 이중성 비판 <빵과 장미>

▲ 영화 <빵과 장미>
일부 개발도상국가 노동자들이 꾸는 코리안 드림과 달리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수많은 국가 노동자들에게 희망입니다.

 
영국감독인 켄 로치의 영화 <빵과 장미>는 생계를 상징하는 ‘빵’과 인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통해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더욱이 불법 이민자들이라는 이유로 자국민이 꺼리는 3D업종에 종사하게 되고 불법 이민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업은 노동여건이 더욱 악화되는 미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멕시코 여성 마야가 미국에 밀입국 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먼저 미국에 와 있던 언니 로사가 일하던 빌딩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게 된 마야는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우연히 알게 된 노동운동가인 샘과 함께 노조를 결성해 용역회사의 착취와 억압에 맞섭니다. 노조원들은 해직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여 성공하지만 마야는 동료의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절도를 한 것이 발각되어 결국 멕시코로 강제 추방됩니다.

 
하지만 그동안 언니 로사가 가족을 위해 부쳐 주었던 돈이 실제로는 몸을 팔아 번 것이며 마야가 취직된 것 역시 인사담당자와의 하룻밤 대가라는 것을 말함으로써 생계와 인권이 함께 보호받아야 할 소중한 것임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미국 LA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법과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유린당한 인권과 계급적 갈등을 아이러니하게 보여줌으로써 겉으로는 자유와 평등을 외치는 미국 사회의 이중성을 꼬집습니다. 또한 노조원들이 변호사들의 파티를 망쳐 놓는 이벤트를 벌임으로써 이러한 미국 사회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자 합니다.

 

코리안 드림이건, 아메리칸 드림이건 노동을 통한 성취와 성공은 일하는 사람 모두의 희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꿈이 있기에 고된 현실이 즐거울 것이라고 최면을 걸도록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