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국정감사 노동 분야에선…
2007 국정감사 노동 분야에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7.10.09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 분야 최대 쟁점은 비정규직법 문제

대선 앞두고 ‘부실 국감’ 우려도 높아

해마다 9월이면 공직사회가 국정감사로 바짝 긴장을 한다. 법률에 의해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 간은 국정감사기간이다. 올해는 국회 본회의 의결에 따라 일정이 한 달여 미뤄져 10월 17일부터 진행된다. 각 단의 대통령 후보 경선과 추석 등으로 인해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

 


노동 분야 국정감사를 진행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지금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감사를 준비하는 이들은 방대한 자료와 씨름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진만 밤을 하얗게 새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등 감사를 받는 기관도 자료와 전쟁을 치르기는 마찬가지다. 각 의원실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준비하느라 본 업무를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해마다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를 자제하라는 주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는 주장이 맞부딪쳤다. 올해는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논란 속에서도 국정감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작될 것이다. 올해는 어떤 내용들이 국감의 이슈로 떠오르게 될까. 노동분야를 중심으로 2007 국감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대선과 맞물려 맥 빠진 국감 전망

올해 국정감사는 연말에 실시되는 대선과 시기적으로 맞물려 있어서 크게 부각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 단병호 의원실의 서종식 보좌관은 “올해 국정감사는 정치일정과 맞물려 맥 빠진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감에서 대선과 관련된 정치공방만 오갈 것으로 우려된다”면서도 “그래도 충실하게 국감을 준비해야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치일정과 국감은 별개라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는 곳도 없지 않지만, 아무래도 정치일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는 듯하다. 경총에서도 “연말에 대선이 있기 때문에 올해 국감은 객관적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국감에 관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국감이 대선과 같은 정치일정에 묻힐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국감을 준비하는 이들의 손길은 바쁘다. 아직 제출된 자료가 많지 않지만 각 의원실에서는 이를 분석하는 데 여념이 없다. 바쁜 시간을 쪼개 만난 보좌관들은 소속정당에 따라 올해 국감의 방향을 조금씩 달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여정부 임기가 막바지인 이유 때문인지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겠다는 데에는 여야의 구분이 없다.

 


최대 이슈는 비정규직 문제

아직까지 진행형인 이랜드 노사갈등의 영향 때문인지 올해 최대 이슈로 비정규직 문제를 꼽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서로의 입장에 따라 접근하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올해 7월 1일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관련법안은 작년 연말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반대는 오직 민주노동당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비정규직‘법’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조심스러워 했다.

 


안홍준 의원실의 임진규 비서관은 “비정규직법이 여야합의로 통과됐기 때문에 법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이랜드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돼서 다루지 않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조심스럽게 밝힌다. 아울러 “비정규직 문제는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살펴볼 것이며,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부작용은 있지만 직무급제라는 형태로 고용이 안정된 측면도 무시할 수는 없다. 직무급제의 차별시정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비정규직이 양산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원식 의원실의 김형민 보좌관도 “논의과정에 참여해 놓고 법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이랜드 문제는 개별기업의 특수한 사례이며, 노동부가 근로감독을 제대로 했는가 아닌가를 따지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단병호 의원실 서종식 보좌관은 “노사관계의 특수성은 변수일 뿐 상수가 아니다”라며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회 본회의 통과에 합의했던 주체들이 정치적으로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이번 국감에서 단순히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법 개정을 공론화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일도 의원실 임채송 보좌관은 “비정규직 문제 중에서도 특히 정부에서 강조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는 양대 노총과 경총에서도 핵심 이슈라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실장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라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내용”이라며 “이랜드 박성수 회장을 국감 증언대에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 김순희 정책국장도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외주용역 전환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촉구할 것이다. 또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필수공익사업 필수업무 대체근로 금지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 기획의정팀 황용연 팀장도 “뻔히 이랜드 관련 비정규직 문제가 나오고 하지 않겠느냐”며 이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의 또 다른 이슈,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와 함께 중요한 이슈로 꼽힌 것이 일자리 창출 문제다. 지난해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개칭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을 만큼 일자리 문제는 노동정책의 주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 40만 개를 만들겠다(2006년)는 공언을 하기도 했고 노동부에서도 사회적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아가 올해 1월에는 ‘사회적 기업 육성법’이 제정됐다.

 


신기남 의원실 박영화 비서관은 “사회적 기업법에 따른 추진사항을 검토하고 올해 각 대선주자들이 일자리 창출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해법이 타당한 것인지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일도 의원실 임채송 보좌관은 “참여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에 대해 퍼주기식 사업, 도덕적 해이 등 비판이 많고, 특히 고용보험기금을 쌈짓돈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대해 추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다수 의원실에서도 사회적 일자리 및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의 효율성과 성과를 다루려고 준비하고 있다.

 


한편 한선교 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실업자는 82만7000명에 이른다. 사회적 일자리만으로는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대선에서도 실업과 일자리 창출 문제는 피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이번 국감에서 이 문제가 어떻게 논의될 것인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김태현 실장은 “한미 FTA 협상 타결 이후 정부가 고용문제를 내놓지 않고 있다. 타결에 따른 고용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온 것이 거의 없다”며 “민주노총이 주도적으로 한미 FTA 타결 이후 고용정책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밖의 산적한 이슈들

이번 국감에서는 비정규직과 일자리 문제가 주요한 이슈로 부각되겠지만 이 외에도 노동 분야에는 이슈들이 산적해 있다. 현재 환노위에는 특수고용직 보호법, 교수노조, 남녀고용평등법, 고령자고용촉진법 등 민감한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임진규 비서관은 꼭 국정감사가 아니라도 이 법안들에 대해서는 시급하게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특수고용직 보호법은 당사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면 경제법적 보호에서 나아가 노동법적 보호로 가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홍준 의원실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들과 기금의 운용에 대해서도 다룬다는 계획이다.

 


우원식 의원실에서 관심을 가지고 준비 중인 사안은 산재. 김형민 보좌관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산재사망자가 더 많다”며 “산업안전 정책과 제도의 문제를 다루려 한다. 특히 건설현장에서의 산재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직업훈련에 대해서도 “1000인 이상 대기업은 혜택이 많고 100인 미만 기업은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수혜자의 문제를 중심으로 직업훈련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준비하고 있는 의원실도 있다. 신기남 의원실에서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를 통한 지원과 산재 등 보험처리 현황, 인권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준비 중”이다. 또 우원식 의원실에서는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 제도에 대해서도 준비 중이다.

 


단병호 의원실에서는 장기투쟁사업장 문제를 준비하고 있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가 노동부의 근로감독의 문제인지, 아니면 해당 사업주의 문제인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서종식 보좌관은 “또 근로복지공단이 소송을 걸면 패소율이 17%이고 그 17% 중 대법원까지 가서 공단이 승소하는 경우는 10%(17% 중 10%, 즉 전체의 1.7%)에 불과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소송남발 문제를 추궁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에서는 노인요양보장제도 시행에 따른 인프라구축, 의료공공성,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교육평가, 자본시장통합 관련사안 등 요구안을 준비하고 있고, 한국노총에서도 산별노조와 산별교섭 문제, 4대 보험 통합징수, 국립의료원 민영화 반대 등 요구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산하기관들의 운영에 부정이나 부실은 없는지도 조명될 것이다.

 

 

국감은 지난 1년간의 사업을 정리하고 향후 정책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된다. 특히 참여정부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진행되는 올해 국감은 지난 한 해는 물론 현 정부 집권 이후 노동정책을 광범위하게 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이 많다. 아울러 올해 국감에서 나온 논의는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기간 동안 감사해야 하는 범위가 워낙 넓어서 핵심 쟁점 외에는 서면질의로 대체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환노위만 해도 노동부와 환경부는 물론 각 부처 산하기관, 노사정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지자체 해당 업무까지 광범위한 감사가 이루어진다. 일부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일자리 등 몇몇 핵심 이슈 외에는 충분한 질문시간도 주어지지 않을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또 워낙 많은 곳을 감사하다보니 놓치는 문제들도 많다. 특히 올해 국감은 대선과 맞물려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 대한 관심도가 예년에 비해 낮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의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이들의 손길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