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법 정착 위해 노사정의 이해와 양보 절실
비정규직 보호법 정착 위해 노사정의 이해와 양보 절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07.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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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나타나는 차별시정·고용안정 사례들

장의성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비정규직 보호법이 5년간의 산통(産痛) 끝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 어느덧 1년 전의 일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30일 국회에서 의결된 이 법은 비정규직 보호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조화시킴으로써 우리 사회 최대 현안인 사회양극화 현상을 해소하자는 사회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태어난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었다.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시정과 남용방지

금년 7월 법 시행 전후 많은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노동시장에 있어서의 공정거래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불합리한 차별대우와 고용불안으로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보호법의 핵심 내용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법의 시행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업의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고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차별시정에는 비용부담이 수반되므로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복지시설이용 등 당장 큰 비용 부담 없이 제도개선이 가능한 부분도 있으나 임금 등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용부담 증가가 불가피하다. 기업의 경영여건에 따라 단계적으로 차별을 시정해나가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사정의 이해와 양보,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초석

비정규직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와 사,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고통과 비용을 분담해 나간다는 ‘나눔의 정신’을 가질 때 해결이 쉬워진다. 따라서 이 법을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노사정 협력체계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물론이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노와 사의 자세’는 문제해결의 물꼬를 트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사정이 ‘이해와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결해 간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업은 먼저 비정규직들의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회사실정에 맞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목표를 수립, 경영개선과 생산성 증대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수익을 재원으로 차별을 연차적으로 시정해 나간다는 계획을 근로자들과 공유하면서 노사가 함께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야 한다. 기업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이를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시키는 동태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


아울러 정규직 근로자의 동참은 필수적이다. 부산은행 정규직은 임금동결을 통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인상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양보를 해주었다. 그러나 동시에 기아자동차의 정규직-비정규직간 노조통합 무산과 코스콤 문제에서와 같이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포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산은행, 보건의료노조가 보여주었듯이 정규직이 대승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끌어안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회사 형편을 감안, 하나씩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는 단계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취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그리고 기업이 함께 상생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비정규직 보호법 안착을 위해 노력할 때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00일이 지났다. 비정규직 보호법은 우리 산업 현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 부산은행, 신세계, 홈플러스, LG텔레콤, 보건의료노사와 같이 비정규직의 고용안정과 차별개선을 도모하는 선도적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아울러 최근 경기 및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차별시정위원회를 각각 열고 코레일(철도공사)이 올해 경영평가 성과상여금을 7월 31일에 지급하면서 비정규직(기간제) 노동자들에게만 지급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된다고 판정했다. 반면에 일부에서는 이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피하려는 편법적 외주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면서 입법취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비정규직 보호법의 폐지를 주장하는 등 오해와 불신이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이후 확인할 수 있는 대세는 당초 법이 의도했던 대로 비정규직의 차별시정과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기업의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긍정적 사례의 이면에는 예외 없이 노사간 진솔하고 열린 대화가 뒷받침되고 있음을 또한 알 수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법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복합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정규직 보호법뿐만 아니라 고용정책, 노사관계, 사회보장 등 정책연계(Policy Mix)를 통하여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은 서로가 상대를 배려하고 상생하자는 비정규직 보호법의 정신을 구현하려는 노사정의 이해와 양보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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