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식물원
한겨울의 식물원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7.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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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살짝이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 지역에 첫눈도 내리고 이제 정말 겨울인가 봅니다. 이 겨울, 저는 요즘 식물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웬 식물원이냐고요? 저희 사무실이 요즘 식물원입니다. 사무실 천정까지 닿는 키 큰 나무부터 난, 그리고 야생화에 이르기까지 온갖 화분에 뒤덮여 지내고 있습니다.


새롭게 옮겨온 사무실에서의 출발을 알리고자 지난 11월 2일 입주식을 가졌습니다. 저희가 화환을 사절한다는 얘길 미처 공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참 많은 화분들이 속속 도착했습니다. 입주식 당일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화분 배달하는 분들만 족히 30명 쯤은 다녀간 듯 싶습니다.


며칠 전에는 사무실 정리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대체 사무실 안에 화분이 몇 개나 있는 것인지 말이지요. 그래서 세어 보았더니 54개더군요. 말 그대로 식물원이 된 거지요. 사실 화분 관리라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 이 많은 화분을 어떻게 죽이지 않고 키우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살아있는 식물들과 함께 생활하니 환경이 무척이나 쾌적해 졌습니다.


예전 사무실에 비해 커지고 많아진 창을 통해 들어오는 겨울 햇살, 그리고 그 햇살 속에서 숨쉬는 나무들, 왠지 모를 푸근함의 이유는 아마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보여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함께 기쁨을 나눠주신 분들의 명단은 23쪽에 있습니다.)

 

정작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데 출마한 사람들은 자기네들끼리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에 대해 <참여와혁신>마저 끼어들 필요는 없을 듯 싶어 이번 대선은 무심하게 지나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정책은 실종되고 인신공격만 남은 선거판을 보면서 그래도 이 사람들이 노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주요 후보 진영에 노동정책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그 결과는 지저분한 선거판만큼이나 암울했습니다. 여권 후보 진영은 ‘바빠서 (노동정책에) 신경 쓸 수 없다’고 합니다. 노동에 대한 철학이 있기나 한 건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 진영은 요즘 너무나 자주 보여주고 있는 ‘일단 말한 다음 뒤집기’를 보여줬습니다. 그 후보 진영 때문에 인쇄조차 미루고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렸건만 결국 지면 구성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두 번이나 대선에 출마했던 또다른 유력 후보는 아예 늦은 출마 선언으로 정책이란 게 없다고 대답합니다. 아무런 정책도 비전도 가진 것이 없는 후보가 지지율 2위에 올라있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입니다.

 

요즘 여론은 당최 찍을 사람이 없다는 목소리가 우세해 보입니다. 저마다 자신이 적임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어째 내세우는 장점보다 허물이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또 ‘묻지마 투표’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대한민국의 5년을 책임질 대통령을 뽑는데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 심지어는 ‘차악’의 선택을 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후보자와 그 캠프 관계자 여러분, 상대가 뭘 잘못 했는지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제발 그 얘기 말고 당신의 생각, 당신의 정책을 보여주기를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