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하는 봉사활동 케피코 노동조합
마음으로 하는 봉사활동 케피코 노동조합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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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이벤트’가 아닌 ‘나눔 활동’으로 이어져야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회사 케피코의 봉사동아리 ‘좋은 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수(가명)씨. 노동조합이 불우이웃에게 쌀을 나눠 준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손을 내밀었다.


케피코 노동조합은 회사와 함께 총 180가마니 분량의 쌀을 불우한 지역주민들에게 나눠 줄 계획에 있다. 이 중 30가마니의 대상자는 노동조합이 선정하기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좋은 사람들’이 후원하고 있는 소년소녀가장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김씨가 건의를 한 것.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거부한 ‘좋은 사람들’의 운영자는 소년소녀가장을 찾아 개인적으로 후원을 시작한 지 벌써 4년째다. 노동조합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2년 전부터 봉사활동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몰라서 동사무소, 복지재단 등을 다니며 다리품을 팔며 시작했던 일. 4년이 지난 지금은 70명이 넘는 동료들이 여러 가정을 후원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 노동조합의 간부로 있었던 그는 “주위를 돌아보면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며 “봉사활동을 하는 방법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마음속 따뜻한 불씨를 가진 이들은 곳곳에 존재하는데, 한데 모아지지 않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일, 불씨를 한 곳으로 모아서 여러 곳으로 나눠 주는 일이야말로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나눔을 실천하다

케피코가 있는 군포시는 타 도시에 비해 경제적 자립도가 높은 편이지만 빈부격차도 심해 영세민들이 많은 형편이다. 현재 산본 5단지와 10단지에 위치한 영구임대아파트에는 30% 가량 결식아동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케피코노동조합은 2002년부터 군포시 궁내초등학교와 용호초등학교의 추천을 통해 생계유지가 힘든 학생 각 1명씩에게 매달 5만원씩을 지급해 오고 있다. 이는 조합비에서 지출되는 것으로, 아이들을 직접 만나 전달하게 되면 부담스러워 할 것을 염려해 정해진 날짜에 통장으로 입금하고 있다.


또, 지역사업으로 군포노인복지회관 바자회에 참여해 일정분량의 티켓을 구입하고, 지역의 환경단체 등과 함께 군포시민들의 건강권 확보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비정기적으로 불우이웃돕기 모금을 하고 수해성금을 모으는 등 불우한 이웃들에게 눈을 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꾸준한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일들은 처음부터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2002년 지방선거에 노동자 후보를 냈던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설명.


케피코 노동조합 현인길 수석부지회장은 “당시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고, 지역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이들이 지역사회 봉사일꾼으로 나올 수 있느냐’는 지역주민들의 비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고, 이를 통해 노동조합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운 식당에만 가도 노동조합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지역의 문제를 안고 가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있다.

 

“노동조합이 한다고?”

노동조합이 봉사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중의 하나가 그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인식이다.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는 곳’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진 요즘, 순수한 목적에서 하는 봉사활동 조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제품개발팀에서 근무하는 태기웅씨(31)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거리감이 없어야 하는데, ‘조합’이라는 이름표 때문에 선입견을 갖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한다. 회사 내 사무직과 생산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경계선이 존재하고 있다. 태기웅씨는 “조합 주체가 생산직이고, 이들이 밖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경계가 생기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시각이 꼭 ‘특별한 집단’ ‘우리와는 다른 존재’로 여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이들을 볼 때 격리되어야 하는 존재로 보는 것처럼 노동조합도 그렇게 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벽’을 허물어야 한다”면서 사람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거듭 강조했다.


노동조합이 봉사활동을 하는데 있어 힘든 부분이 ‘외부의 선입견’ 때문만은 아니었다. 노동조합 내에는 스스로 ‘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더러 있다. 한 조합원은 “내가 가장 못 사는 형편 아닌가,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그런 거 하지…”라고 말끝을 흐린다. 실제로 봉사활동이 ‘돈 잘 버는’ 특별한 누군가가 해야 할 일들로, 금전적 형편을 잣대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야

봉사활동에 참여한 간부들과 조합원들은 대부분 “세상을 보는 눈이 커졌다”고 얘기한다. 자신들의 울타리 내에서 발생하는 일 외에 바깥으로 눈을 돌리고, 주변을 관찰하는 일들을 반복하게 되면서 빈부격차의 문제 등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노동조합 이재근 기획실장은 “사회의 왜곡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을 내미는 일이야말로 노동조합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라 말한다.


사회공헌기금 등 기업의 사회환원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전현성 사무장은 “노동조합이 꾸준하고 지속적인 사업으로 발전 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의 주체이자 사회의 주체인 노동자들이 그에 맞는 사회적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봉사활동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한겨울에만 추위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시적인 활동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다 보면 그들의 가슴에 사시사철 따뜻한 장작불이 지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