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부의 등장, 깊어가는 노동계의 고민
보수 정부의 등장, 깊어가는 노동계의 고민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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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통령선거 평가 및 전망]
두 노총 완전히 다른 길 가게 될지 주목

17대 대통령선거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이명박 후보는 1149만2389표(48.7%)를 얻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617만4681표, 26.1%), 무소속 이회창 후보(355만9963표, 15.1%),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137만5498표, 5.8%),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71만2121표, 3.0%) 등 다른 유력 후보들을 압도적인 표차로 따돌렸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10년 만에 다시 집권당의 자리를 되찾았다.

 

이번 선거는 62.9%의 투표율에 머물러 대통령선거 사상 가장 낮았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87년 13대 대선이 89.2%, 14대는 81.9%, 15대 80.7%, 16대 70.8%였던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진 셈이다. 물론 그간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한 원인일 수 있겠지만, 그와 함께 실망스러운 후보군에 일방적 선거 분위기 등이 낮은 투표율을 낳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13대 대선은 87년 6월 항쟁 이후 직선제가 다시 부활하고 당시 야당 진영의 후보 단일화 이슈 속에서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3파전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대선 자체가 뜨거운 관심사일 수밖에 없었다. 또 14대 대선은 야당에서 여당으로 말을 갈아탄 김영삼과 김대중의 숙명적 재대결이었다는 점에서, 15대 대선은 여권의 새로운 주자 이회창과 대선 3수생 김대중의 맞대결, 16대 대선은 여야가 바뀐 가운데 바닥에서부터 출발했던 노무현과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 이회창의 양강 구도가 관심의 초점이 됐다.

 

각 정당들 선거 후유증 만만찮을 듯

어쨌든 선거는 끝났고, 10년 만에 강력한 보수 색채의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가

장 큰 수혜자는 역시 한나라당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 탈환’이라는 목표를 이뤄낸 한나라당은 2008년 총선에서도 승리해 완벽한 정국 주도권을 갖기를 원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서는 ‘10년’이라는 세월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자리를 챙겨줘야 할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리’를 둘러싼 갈등이 임기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전히 확인된 ‘박근혜 파워’를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도 고민일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내에서 당정 일체화 논의가 나오는 것은 박근혜라는 강력한 카드의 견제가 벌써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대선 출마로 정계에 복귀한 이회창이라는 변수도 남아 있다. 이회창 후보는 대선 직후 선명한 보수를 내세우며 정치를 계속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참패를 겪은 대통합민주신당은 심각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후보였던 정동영계의 2선 후퇴 정도로 가닥이 잡히겠지만, 통합신당 자체가 대선을 위해 급조된 정당이기 때문에 분열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친노계, 손학규계, 김근태계 등이 각개약진 하면서 자신들의 세를 불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단기필마로 대선에 출마해 만만찮은 잠재력을 보여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행보도 주목된다. 문국현 후보가 막바지까지 후보 단일화나 사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은 총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통합신당 중 일부는 문국현 진영과 연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노동당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원내에 진출하고 기호 3번을 받을 만큼 성장했지만 이번 선거 결과는 바닥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 결과는 원내 진출 전이었던 지난 대선의 95만7148표에 비해서도 한참 떨어진다. 이런 결과는 현재 당내 주도 세력인 ‘자민통’ 그룹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도부 총사퇴 이후 당권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창당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이른바 ‘중앙파’ 쪽에서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이런 내부의 갈등을 총선 전까지 마무리 짓고 새로운 진용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양대 노총도 고민 심화

한국노총은 외형적으로 볼 때 이번 대선의 승리자로 보인다.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정책연대를 선언했고, 정책연대 대상자였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일단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민주노총이 가지고 있던 노동계의 주도권이 한국노총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한국노총으로서는 친기업적 입장이 분명한 새로운 정부로부터 얼마만큼의 성과를 얻어낼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정기적인 정책협의를 통해 정부로부터 일정한 양보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총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용득 위원장이 많은 한국노총 인사들의 정계 진출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고, 그 결과는 총선을 통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2008년은 한국노총 위원장 선거와 함께 총선이 한국노총 세력판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 지지라는 일관된 정치 방침을 유지해 왔다. 물론 일부에서 통합신당이나 한나라당을 지지하기는 했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흐름 속에서 대선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민주노동당과 마찬가지로 각 의견 그룹별로 책임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미 고착화되고 있는 이런 ‘정파 갈등’은 향후 민주노총의 행보에 있어 지속적인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