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쑥쑥
창의력 쑥쑥
  • 김종휘_하자센터 기획부장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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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숨어있는 잠재력과 창의력 찾기

김종휘
하자센터 기획부장

일곱 번째 글입니다. 또 요약합니다. 1. 성적 말고 자녀를 칭찬하자, 그러자면 내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며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야 한다. 2. 학교 모범생이나 순종형 자녀들 중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3. 그런 아이는 나중에 은둔형 외톨이가 되거나 직장에 다녀도 일을 통해 자기를 계발할 줄 모르게 된다. 4. 해법은 청소년 시기에 공부 외에 진짜 일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장보기 같은 것이다. 5. 또 다른 하나는 청소이다. 6. 장보기나 청소처럼 당장의 쓸모를 위해 필요한 일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진짜 일을 학습하는 좋은 길이다.

 


다섯 번째 글에서 쓰기를, 진짜 일을 통해 청소년이 얻는 것은 자립심과 협력심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대학 가기 위한 입시 공부나 독서 많이 한다고 얻는 게 아니라고 했지요. 지난 여섯 번째 글에서는 요즘 대학과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재의 첫째 요인으로 꼽는 창의력이라는 것이 실은 청소년기에 겪어온 진짜 일의 경험만큼, 즉 거기에서 길러지는 자립심과 협력심에서 나온다고 살짝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 사회가 성적 좋은 학생을 선호하기보다는 진짜 일 속에 들어가 책임감과 보람을 맛보며 성장한 청소년을 선호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몰입과 피드백으로 행복감 느껴


이제 그 다음 이야기를 하지요. 창의력이라는 게 뭘까요. 창의력에 관해 세계의 학자들이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심리학 박사 미하이 칙센트미하이(73)입니다. 쓴 책도 여러 권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와 있고, 얼마 전 한국에 방문도 했었지요. 이 사람 말이 창의력의 출발은 ‘긍정적 몰입’이라는 겁니다. 뭔가에 빠져들어 딴 생각을 못하는 상태가 몰입이라면, 그 몰입 동안에는 어떤 기쁨이나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네요. 그 몰입이 끝나면서 어떤 결과나 흔적이 나올 텐데 그때 주변에서 적절한 피드백(칭찬과 격려와 보상 등의 긍정적 평가)을 받으면 잠재력과 행복감이 크게 확장된다는 겁니다.


요컨대 그 잠재력과 행복감의 확장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가진 창의력을 알게 되고 그 창의력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그 누구도 저마다의 독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정말 해야 할 교육은 그 다양한 잠재력을 찾아내고 발휘하게 하는 것일 겁니다. 그러면 누구나 다 자신의 창의력을 꺼내 쓰게 될 텐데, 알다시피 우리의 제도 교육이라는 것이 그 수많은 잠재력들 중에서 시험과 성적이라는 하나의 틀로만 걸러내다 보니 예컨대 10명의 서로 다른 학생을 모아놓고 그중 1가지 창의력만 찾아내고 나머지 9개의 창의력은 내다버리는 셈이 되어있는 거지요. 


‘입시’ 틀 속 창의력은 ‘몰살’


이런 시스템이 중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그대로 이어지니 정작 그렇게 졸업한 학생들을 앞에 두고 기업들은 창의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소리를 하게 됩니다. 또한 졸업한 학생들도 안정된 직장(대기업이나 공무원 등)에 온갖 성적과 자격증 갖춰 입사하려는 시도 말고 뭔가 창의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내고 그 일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도전을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의 99%와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것이 중소기업이라는데 구직 청년들은 여기로 잘 안 가려고 하잖아요. 이런 일이 왜 생기는 걸까 생각해보면 사회 구조적 탓도 있고 경제 정책의 탓도 있을 텐데, 그중에는 청소년들이 청소년기에 무엇을 경험하는가 하는 몫도 있을 겁니다.


간편하게 말해서 경쟁에서 이기고 계속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면 여기저기에서 다 데려가려고 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 경쟁에 시달리느라 10명의 창의력 중 1명의 창의력밖에 쓰지 못하는 시스템 안에 가둬두고 9명의 9가지 창의력은 고사하고 그 9명을 모두 패자가 되게 하는 승자독식 게임을 하느라 모든 청소년을 입시 공부와 학교 성적이라는 단 하나의 틀에 넣어두는 게 과연 뭘까 하고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물론 이런 말에 공감하더라도 학교 선생님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답답해하시고 부모님들은 내 아이에게 다른 길을 권하고도 싶지만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십니다.


어른들이 갖는 그런 답답함과 불안감도 나름의 이유들이 있지요. 그래서 차선책처럼 제안을 드린 것이 내 아이가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진짜 일을 맛보고 경험하도록, 가급적 조금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더 진하게 느껴보도록, 권유하고 기회를 주자고 이야기를 꺼냈던 겁니다. 예컨대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알바를 하는 청소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방학 동안만이라도 몸을 쓰는 좀 힘겨운 알바를 하도록 권해야 합니다. 거기엔 부모나 교사처럼 자신을 자녀나 학생으로 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서만 만나게 될 고객이나 고용주가 있겠지요. 그들에게서 진짜 일이 뭔지 겪고 배워봐야 합니다.

 

다음 글부터는 당분간 ‘창의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네요. 아울러 그 창의력이라는 것이 결국에는 청소년기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진짜 일들을 통한 학습과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습성(자립심과 협력심) 같은 것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게 되지 싶습니다. 그 습성을 청소년기에 팔다리의 근육처럼 길러놓지 못하면 청년이 되고 성인이 되어서 기르고자 할 때면 훨씬 더 많은 고통과 노력이 요구되겠지요. 변화하는 세상에서 내일의 성공은 어제의 공식을 가지고서는 되지 않습니다. 어려워도 새로운 공식을 찾고 시도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