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것?
그림책은 그림을 보는 것?
  • 최진봉_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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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읽어주며’ 책에 흥미 갖게 하라

최진봉
제천 기적의도서관 관장
아이를 책과 함께 키우다 보면 책이 아이의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언어능력, 표현력, 음악적 감성, 상상력, 기억력 등을 키워주는 자양분이란 것과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소통 도구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히려고 욕심도 부리고 아이가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좌절도 한다.

아이를 책과 함께 키우려면 제일 먼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많이 읽히는 것에 목숨을 걸지 말아야 하며 한 권을 읽히더라도 아이가 제대로 소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 즉 어떻게 하면 책을 재미있게 그리고 제대로 이해하며 읽을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는 아이의 발달과정을 알고 그 과정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며 아이가 제대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또한 알아야 한다.

 

 

글자 읽기에 연연하지 말자


4세 정도가 되면 글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글자를 짚어가며 읽는 것처럼 하기도 한다. 이런 행동에 부모들은 욕심을 내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글자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읽어주고 몇 번 해준 다음엔 글자를 짚어주며 아이에게 짚어준 글자를 읽게 한다.

 

그러나 4세 정도 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문자의 체계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글자의 변별에 따른 소리의 다름을 능동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러면 부모들은 조급증이 생겨 그것도 모르냐고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이거나 윽박질러 아이들로 하여금 글자를 모르는 것이 부모를 화나게 만든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은 책을 보는 것이 부모와 사이를 더욱 멀게 만든다고 생각해 책보기를 부담스러워하게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착각에 빠지는 것이 글자를 알면 책을 통해 언어발달이 완성되고 지식이 풍부해져서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보다 아는 것이 많아질 것이라는 거다. 그런데 글자를 읽는다는 것과 글자를 통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설령 4세 정도 된 아이가 글씨를 읽는다고 해도 그것은 문자와 소리의 대응관계를 알 뿐이지 단어나 문장이 의미하는 것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앵무새처럼 글자를 읽을 뿐이다.

 

ⓒ 제천 기적의도서관

 

오감 통해 사물 접하고 배우도록 유도

 

유아기에는 인지능력보다 감각과 정서적인 면을 키워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문자로 지식을 전달받는 것보다는 주변의 모든 사물을 오감을 통해 접하고 느끼면서 배우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유아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아이들은 글의 내용은 청각을 통해 받아들이며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쉴 새 없이 질문을 한다. 이것이 그림책을 제대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글을 아는 아이들은 글자에만 신경을 써 그림이 주는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놓쳐버려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글을 빨리 아는 것이 책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부작용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므로 유아교육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유아의 글자 해독은 급히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휘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5~6세 정도에, 그리고 유아들이 글씨에 많은 관심을 보일 때 시작하는 것이 좋고, 그림책을 통해 하는 것보다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한글 공부 교재를 택해 체계적이고 흥미있게 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제천 기적의도서관

 

그림만으로 이야기 전달돼야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는 책
글자공부를 꼭 시키고 싶다면?
《하마의 가나다》 최승호 지음, 김영수 그림, 비룡소
《개구쟁이 ㄱ ㄴ ㄷ》 이억배 지음, 사계절
‘가나다’를 먼저 보여주고 이후 ‘ㄱㄴㄷ’을 보여 주는 게 순서에 맞는다. 글자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그림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자연스럽게 글자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한다.

 

의성어·의태어의 재미 느끼게 하기
《곰 사냥을 떠나자》 헬린 옥슨버리 그림, 마이클 로젠 지음, 시공주니어
읽어줄 때 소리를 작게 크게 변화를 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그림도 관심을 끌 곳은 컬러로 관심을 줄여줄 곳은 흑백으로 처리해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책을 읽어 준 후 다른 의성어와 의태어로 확장시키면 좋다.

 

관심을 끌 독후활동 감으로 좋은 책
《크릭터》 토미 웅게러 지음, 시공주니어
책을 읽은 후 아이와 철사 심을 넣고 뱀 인형을 만들어 책에 나온 숫자나 모양을 만들어 놀면 아이가 무척 좋아한다. 꼭 해보길 권한다.

 

그림을 꼼꼼히 보는 힘 키우기
《돼지책》 앤서니 브라운 지음, 웅진닷컴
돼지에 초점을 맞춰 그림의 변화를 찬찬히 찾아보게 하면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 한다. 식구들이 엄마의 일을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면 아이가 자신있게 이야기를 잘 한다.

 

똥과 오줌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똥벼락》 조혜란 그림, 김회경 지음, 사계절
똥, 오줌, 방귀는 유아들이 제일 재미있어 하는 말이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아이는 배꼽을 쥐고 웃는다.

 

엄마 때문에 화가 난 아이에게
《괴물들이 사는 나라》 모리스 샌닥 지음, 시공주니어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가 화났을 때 슬쩍 던져주면 아이가 책을 보며 마음껏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어 화가 풀어지고 엄마를 이해하는 힘도 약간은 기대할 수 있다.

그림책을 고를 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교육적 효과를 생각해 아이들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잘 타협해 부모가 어느 정도는 개입해 주어야 한다. 그림책은 그림이 주가 되는 책이므로 그림만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것이어야 한다. 어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만화영화를 본 따 영화의 그림 일부를 가지고 구성한 것들이 있는데 아이들의 상상력에 도움이 별로 안 되니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림이 지나치게 어려워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글의 비중이 너무 높은 책도 유아의 수준과 맞지 않으니 피하도록 한다. 

 

어떤 부모들은 예쁘고 화려한 그림만 선호하는데 그런 그림만 고집하지 말고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된 그림책도 골고루 보여 주어야 그림을 보는 눈과 그림을 표현하는 안목도 키워지고 높아지게 된다. 그림은 아이들이 보았을 때 나름대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으면 좋고 그림 속에 한 가지만 표현된 것보다는 여러 소재들이 연관성을 갖고 표현되어 아이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도록 안배된 것이면 더욱 좋다. 또한 유아들은 그림책에 있는 글을 통해 언어를 배우기 때문에 글의 내용과 표현방법 그리고 문장도 아이의 발달 정도에 맞는지도 살펴야 한다. 

 

전체 흐름 이해하도록 읽어주기

 

그림책을 볼 때는 아이에게만 보게 하지 말고 될 수 있으면 부모가 읽어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보여주기 전에 부모가 먼저 읽어본 다음에 아이와 함께 무엇을 이야기할 지 준비를 하고, 읽어줄 때는 지나치게 꾸미거나 과장해 읽지 말고 자연스럽게 읽어주는 것이 좋다. 

 

어떤 부모들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려고 글자를 짚어가며 읽어주는데 그럴 경우 아이는 글씨에 집중하느라 그림과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므로 절대 그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이야기 흐름을 방해하는 질문을 할 때도 있는데 묵살하지 말고 호응을 적당히 해 주며 이야기를 진전시켜야 아이가 위축되지 않는다. 

 

또 아이가 어떤 때는 책읽기가 싫어 흥미를 보이지 않는데 그럴 때는 강요하지 말고 읽고 싶어 할 때 읽어주는 것이 좋고 차츰 시간을 정해 규칙적인 책읽기 습관을 들여야 책 읽는 시간에 싫증을 덜 낸다.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책의 내용과 아이가 동일시되었을 때 흥미가 배가되므로 책의 내용에 있는 것을 같이 해 보거나 부모와 아이가 책의 내용으로 간단한 역할극을 하는 것이 좋다. 절대로 책의 내용을 과도하게 물어보거나 단답형 문제를 내어 아이를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유아기 때는 이야기에 흥미가 많으므로 단순한 이야기를 해 주거나 쉬운 옛날이야기를 해 주어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안배도 해 주어야 남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고 상상력도 좋아진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는 부모의 치밀한 계획과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글자를 알게 되면 스스로 읽으라고 방치하는데 그 때부터 아이는 책이라는 것에 흥미를 잃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항상 관심을 갖고 아이와 함께 한다는 생각과 아이의 입장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다음호 안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는다. 그러나 스스로 책을 읽지 않고 부모에게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가 의외로 많다. 또 스스로 읽더라도 줄글로 된 책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만화책에만 관심을 갖는 아이도 많다. 이런 경우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다음호엔 이에 대한 극복 방법을 알아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