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6개월
비정규직법 시행 6개월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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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차별 안 돼” 국민적 공감대 형성

장의성
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이제 반년이 지났다. 법 시행에 대한 평가를 살펴보면 자신이 처한 이해에 따라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 듯하다.

 

우선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짧은 시행기간에 비해서는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고 본다. 무엇보다 공공부문이 솔선해서 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했다.

 

그 결과 2008년 1월 14일 현재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은 9000여개 공공기관 약 6만8000명에 달하며,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노력도 함께 진행 중이다. 또한 민간부문에서도 우리은행을 비롯한 109개 기업에서 2만7000명을 무기계약직 또는 정규직 일자리로 전환했다.

 

공공·민간 비정규직 9만5000명 고용개선


반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비정규직보호법 도입에 따른 부담으로 기업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일 것이고 그 결과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반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비정규직보호법 도입에 따른 부담으로 기업이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일 것이고 그 결과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우선 법이 시행된 지 이제 갓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법의 효과를 평가하기는 너무 이르다는 판단이다.


통계적으로는 최근 200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에서도 정규직근로자와 비정규직근로자가 다 같이 증가함으로써 8월 기준으로 임금근로자가 53만 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알다시피, 일자리 창출은 무엇보다도 경기 요인이나 산업정책적 요인과 같은 거시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


따라서 최근 경기회복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모두 늘리는 효과를 가져 온 것으로 보이나, 비정규직법 시행으로 인해 비정규직 일자리가 줄고 결과적으로 전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은 옳다고 볼 수 없다.


또 다른 부정적 평가는 뉴코아 등 일부 기업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이 법 자체의 문제로 인해 비롯되었다고 보는 시각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법 만능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서 그 핵심은 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보호법을 안착시키려는 노사 이해당사자의 협조와 노력이 필수적이다. 기업과 정규직은 비정규직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비정규직은 법이 시행되었다고 해서 단번에 모든 것을 다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할 것이 아니라 단계적 사고를 갖추고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일례로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양보와 타협을 이루어 낸 보건의료노사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정규직문제 해결은 이해와 양보로

법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은 2007년 7월 7일, 보건의료노사는 임금인상분의 약 30%를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으로 쓴다는 내용의 산별협약에 합의했다. 국립대병원의 경우 총액기준 임금인상분을 2.5%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 비용을 1.5%로 결정했다. 민간중소병원의 경우 총액 4.3%를 인상하되 이 중 1.3% 정도를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사립대학병원도 수치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인상된 부분에 비정규직 문제해결 비용을 포함하기로 하였다.


물론 수치만 보면 정규직 임금인상률보다 적다. 그러나 비정규직 숫자가 정규직 숫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고 임금수준도 낮은 보건의료산업의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기업 단위를 넘어 산별차원에서 처음으로 얻어낸 정규직화 및 처우개선이라는 점, 그리고 자율교섭을 통한 합의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이 같은 사례를 통해서 우리는 비정규직 문제는 법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노사가 상생의 정신으로 이해와 양보를 이룰 때 가장 무난하게 해결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의 큰 성과는 차별해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12월말 현재 30개 사업장에서 2,740명의 비정규직근로자가 차별시정을 신청했다. 이는 우리사회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일을 함에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불합리한 임금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의 확산을 보여준다. 또한, 노동위원회가 이 같은 신청에 대한 심의 결과 차별시정명령을 내리는 사례가 적지 않아 차별해소에 대한 인식의 확산은 물론, 실제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보장하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차별시정제도가 적용됨에 따라 더 많은 비정규직근로자들의 처우개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기업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맞추어 진지하게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리낄 것 없이 비정규직을 사용해 왔던 그간의 관행을 생각하면 정말 의미 있는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차별시정제도가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되어 제도가 안착되는 시점에 이르면 ‘차별 없고 활력 있는 일터’가 건전한 고용관행으로 정착되고, 나아가 우리사회 양극화 해소는 물론 선진사회로의 이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불합리한 차별 안 된다는 공감대 형성


비정규직보호법은 2001년 노사정간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실로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적 논의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이 제정될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비정규직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남용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은 결과였다. 이처럼 비정규직보호법은 타협의 산물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노사의 이해와 양보로 채워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은 2001년 노사정간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실로 오랜 기간에 걸친 사회적 논의 끝에 만들어진 법이다. 또한 입법 과정에서 수많은 갈등과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법이 제정될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비정규직근로자에 대한 차별과 남용 문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노사정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은 결과였다. 이처럼 비정규직보호법은 타협의 산물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노사의 이해와 양보로 채워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에게 던지는 분명한 메시지는 “이제 더 이상 비정규직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러한 법의 취지에 대한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 같은 공감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선진적 고용관계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해소가 노사간 갈등 요소로 자리매김할지, 아니면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승화되어 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