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nquam Non Paratus
Nunquam Non Paratus
  • 하승립 기자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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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하승립
반 쯤 물이 찬 컵.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등장하는 예문이지요.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물이 반이나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물이 반 밖에 안 남았다고 느낀다는 이야기.

 

마인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당시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이나 의지도 자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그 물컵의 물을 내가 마시고 있는 중이었는지, 그렇지 않으면 따르고 있는 중이었는지에 따라서 물의 양에 대한 느낌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문제는 이 물이 나와 상관이 없을 때입니다. 그렇다면야 반쯤 차있건, 바닥을 보이건, 혹은 흘러넘치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겠지요.

 

새 정부 출범이 이제 한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다른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이명박 정부’로 불러달라는 인수위의 요청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얘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인수위나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면 자체 조정기능이 존재하기나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누군가는 일단 내지르고, 그리고 나서 다른 누군가가 수습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쏟아내는 일의 반복처럼 보입니다. 아직은 인수위 체제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설익은 얘기들이 곳곳에서 새어나오는 현상이 정부 출범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요.

 

특히나 걱정스러운 것은 새 정부가 노동, 혹은 노동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남의 물컵’ 보듯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관심이 없으니 무엇이 문제인지도 잘 보이지 않고, 그러니 해법도 엉뚱한 것이 튀어나오는 형국입니다.

 

국가경제라는 것이 한두 사람의 정책결정자 머리에서 만들어지던 시대는 벌써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 이른바 경제주체란, 노동하는 사람들이 그 핵심입니다. 그들의 머리를 이해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 경제라는 커다란 수레바퀴가 굴러갈 수 있습니다.

물컵의 물에 관심이 없는 것은 인수위뿐만이 아닙니다. 노동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조차 노동하는 사람들의 실제 고민이 무엇인지 알려고 들지 않고 낡은 구호에만 매달립니다. 기업가들조차 기업의 내일이라는 물컵을 외면한 채 오늘의 성과에만 집착합니다.

 

지금 자신 앞에 놓인 물컵이 어떤 의미를 지닌 물컵인지 한 번 되짚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 컵의 물을 따를지 마실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예전부터 그래왔으니까’ 물이 반 밖에 없느니 반이나 남았느니 하면서 다투고 있는 건 아닌지 가만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책을 읽다 라틴어 경구 ‘Nunquam Non Paratus’(항상 준비하라)를 접하고는 그 단어가 가슴 속에 박혔습니다.

 

이제 새로운 5년이 시작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항상 준비해야겠습니다. <참여와혁신>의 준비는 늘 진행중입니다. 아직 완전하진 못하더라도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여러분도 준비하십시오. 뭘 말이냐고요? 바로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준비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