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8.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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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만족센터’로 실질적 고민 해결할 것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박상권 위원장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 박상권 신임 위원장은 “이번 우리은행 선거는 한마디로 ‘이변’이었다”고 평가했다. 30년 만의 은행 내부 ‘여, 야’의 정권교체였고 1차 선거에서 약 2배, 2차 선거에서 천여 표 이상의 차이로 지지를 얻으며 ‘변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갈망을 확인했다는 것.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당하고 자신 있게 나의 고충을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 그것이 변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어렵더라도 눈으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박 위원장은 “과정의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조직에 대한 신뢰와 일에 대한 가치를 만들어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규직화의 또 다른 가능성이라 불리며 ‘우리은행 모델’로 떠올랐던 비정규직 정규직화 역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노예제도’라는 비판 속에 보이지 않는 노-노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직군 처우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라는 박 위원장은 “제대로 일하고 제대로 평가 받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 이번 선거 과정이 조합원들의 현재 심경을 보여주는 ‘이변’이라고 평가하셨는데요, 조합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보십니까.

 

"현장 활동을 하는 동안 고용불안이라든지 시스템에 대한 문제, 직원들의 애환, 이 세 가지에 포커스를 맞춰서 조직 활동 전개를 해 왔어요. 뭐냐면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것은 최소한 경영자와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채널이 돼야 되는데 채널이 안 되다 보니까 경영진과 노동조합에 신뢰를 가질 수 없고 불신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직원들의 변화에 대한 갈망이 드러난 겁니다. 그래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기치로 출발을 했습니다. 비전과 꿈이 없는 조직이 자신의 일과 활동에 과연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으로 방대한 비전이 아닌 피부에 와 닿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봅니다.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받은 은행이라고 하지만 2년 동안 임금 동결이 됐고 3년차도 결국 굉장히 어정쩡한 시스템으로 급여 문제를 풀어 왔습니다. 매년 수 조원씩 이익을 냄에도 불구하고 공적자금이라는 굴레에 종속적인 시스템으로 전락이 되다 보니 직원들은 이해는 하지만 최소한 금융노조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만이라도 지켜주길 바랐고 그것조차 못 지켰던 겁니다. 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도 직원들이 보기에 완성이라고 하기에는 어렵거든요. 똑같이 일을 하고 같은 노동의 현장에서 애환을 느끼고 있지만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노사공동 직원만족센터 추진

 

- 새 집행부에 주어진 조합원들의 기대에 답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은 굉장히 방대한 조직입니다. 이 가운데 내부 고객을 만족시켜 내야 하는 것이 CS의 가장 큰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행복한 일터의 기본은 나에 대한 존재가치를 은행에서 알아주는 것이거든요. 급여를 통해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조직에의 충성심의 발로는 바로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노사 공동으로 직원만족센터를 만들어서 내가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하고자 할 때 상담 전문가가 케어해 주고 해결 방안까지 만들어 준다면 직원이 갖는 조직에 대한 가치가 향상될 겁니다. 당당하고 자신 있게 이야기해서 결과물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직원만족센터를 추진하고 있고 반드시 시행할 겁니다.

 

은행 측에서는 아마 노사공동이 아니더라도 이러한 것들을 한다고 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다 보면 탑다운 방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직원들이 사용자와 하는 상담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되겠냐는 겁니다. 그래서 상담 자격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법률 자문을 할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으로 노사 공동 참여를 통해 만든다고 하면 굉장히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이야기가 최대 이슈가 되었습니다. 직군제를 통한 정규직화 이후 장단점 및 평가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을 것이라 봅니다.

 

"직군제를 실시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굴레 속에 결국 인건비 절감의 시스템을 접목 시킨 것 아니겠습니까. 일반창구에 근무하는 전환직군은 지금 굉장히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어요. 과거에는 일정 부분 완전 정규직 전환 시스템을 과정을 통해서 해 왔단 말이죠. 그런데 일괄적으로 하다 보니 우리 준비가 미흡했어요. 공청회나 공감대, 설문 등을 통해서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을 텐데 일단 직군이라는 굴레로 막아놓다 보니 직원들의 역량과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이란 말이죠. 그리고 똑같이 일을 하는데 기존 정규직과의 차별성이 부각이 되고요. 

 

예를 들어 일반 정규직은 목표설정이라는 게 없어요. 그런데 정규직 전환직군들 같은 경우에는 지점장과 목표설정계약을 합니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몇 장, 방카 얼마’ 하는 식으로요. 이것은 반드시 폐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목표설정계약제를 이미 전 집행부에서 폐지했다고 하지만 조건부로 폐지를 했습니다. 과거에는 노동조합과 은행에서 TFT를 만들어서 하다보니까 은행 페이스에 말려든 겁니다. 서로 간에 내용들을 논의도 하고 필요하다면 설문도 하는 그런 중간과정이 없이 하다보니까 불만족스러운 거예요. 그래서 특별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각 직군을 대표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인금융서비스직군도 있고 CS직군도 있고 사무지원 직군도 있는데 그 직군의 대표성을 갖고 있는 분들을 우리가 한명씩 파견 받아서 폐단에 대해 서로 논의도 해 보고 은행도 명분을 갖고 본인들도 명분을 함께 가질 수 있는 Win-Win의 시스템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가 1월 16일에 이취임식 하고 나면 곧바로 구성을 해서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직군 대표 참여 통해 비정규직 문제 재점검

 

- 상대적으로 전 집행부의 성과라 평가받았던 부분을 부정하고 수정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적잖을 텐데요.

 

"쉽지는 않을 걸로 생각이 들고 전면적으로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어요. 시스템을 차츰차츰 바꿔가서 만족도를 높여간다는 것이죠. 목표설정제 폐지 및 직군 분리를 일부 완화시키고 업무 자체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는 등 시스템을 바꿔나간다면 단기간에 전체적인 성과물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현재 신정부 출범과 보수정권 등장으로 공공부문 노동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또 금융권에서도 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 민영화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노동계의 상황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가장 먼저 공공부문에 대한 메스를 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노동계 전체적으로 볼 때도 새 정권이 친 노동자적 관점과는 괴리가 있다고 보고 공공부문 개혁 관련해서도 우리은행 역시 준국책금융기관으로서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당면한 과제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10년 전에 합병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맛 본 조직이고 거기에서 절반이라는 엄청난 인원을 구조조정했던 ‘뼈 아픈 내공’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을 해요. 공공부문 개혁 관련해서 산업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이 주 핵심 타킷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계속 주장해 왔던 금산분리의 기본적인 틀 속에서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는 여러 가지 장점보다는 단점이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노사관계에 있어서는 갑과 을이 명확해질 수밖에 없고 친노동자적 사고보다 친기업적인 시장 원리에 의한 사고가 견지된다고 할 경우에 시련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합원이 노조 신뢰 않는 것은 집행부 책임

 

- 상급단체인 금융노조의 정책과 산별교섭에 대한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한다면.

 

"각 지부별로 현안사항들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산별에서 교섭한 실제적인 얘기는 개별적 지부 임단협을 통해 이뤄지는데 금융 산별에서 기획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게 국민들 속에 파고들지 않은 정책이라고 하면 공감할 수 없는 것들 아닙니까. 내부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탄은 결국 금융기관의 직원들이 다 받아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회적 합의가 기초되지 않은 시스템 자체는 결국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없다고 봅니다. 또 특히 교섭이 끝나고 나서 이행 여부에 대한 결과 리뷰가 없다 보니까 교섭할 때 의욕적으로 했던 것이 임단협이 끝나고 나서 보게 되면 상당히 괴리가 있는 부분이 많아요. 최소한 금융노조에서 교섭한 이상을 지부에서 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리드해서 힘을 실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조합원과의 신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하나의 성과로, 짧은 기간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곱지 않은 국민적인 시각을 바꿔 내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신뢰회복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신다면. 

 

"금융기관의 공공적 특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국민에게 책임감을 갖지 않게 되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봉사활동 등 노동조합이 보다 내실 있게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겁니다.

 

조합원들이 노조를 신뢰하지 않는 것은 철저히 집행부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저는 직원들이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집행부에게 매주 주간업무 활동보고를 공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시작과 진행, 그리고 완료까지 말입니다. 모든 것을 오픈시키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서 괴리를 좁혀 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