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 호조 속 국내 철강업계 ‘불안한 미래’
세계 시장 호조 속 국내 철강업계 ‘불안한 미래’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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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간 양극화 심화…생산업체·수요가 간 갈등 늘 듯
한국철강신문 정하영 취재부장

세계 철강산업은 지금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엄청난 가능성과 규모를 가진 중국 경제의 놀라운 성장과 이로 인한 폭발적인 철강 수요·생산 증가로 세계 철강 수요와 생산, 그리고 철강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2005년에도 이러한 세계 철강시장의 활기는 큰 변화 없이 지속될 것이며 공급자 중심 시장(Seller’s Market)으로의 전환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문가들 대부분이 전망하고 있다. 소비와 건설부문의 위축 등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제상황이 예상되고 있는 우리나라 사정을 감안할 때, 철강산업·철강업계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세계 철강산업의 호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철강산업 및 업계가 처한 현실은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원자재(철광석, 원료탄) 가격은 2004년에 이어 또다시 50~100% 정도 폭등할 것으로 전망돼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또 조강 생산능력 5천만톤을 넘어서는 세계 최대의 철강사인 미탈스틸(Ispat+LNM+ISG) 출범이 예고되는 등 세계 철강업계가 합종연횡과 제휴·연합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로서는 지역적인 제한으로 인해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 환율 상승과 기타 원자재(석유, 철스크랩) 가격의 강세는 우리 철강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도 기후변화협약(교토의정서) 발효가 2005년 2월 예상되면서 우리 정부로서도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과 실행이 요구되고 있어 원료·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급변하는 철강산업의 대내외 환경 속에서 2005년 우리 철강업계가 어떠한 인식과 대응전략을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2004년 철강산업을 돌아본다

2004년은 세계 철강역사를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새롭게 써야하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는 한 해가 됐다.

양적인 면에서의 가장 큰 기록은 세계 조강(粗鋼) 생산량이 사상 최초로 10억톤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질적인 면에서는 사상 유례 없이 높은 수준을 기록한 철강제품 가격이 바로 그것이다.

세계 조강 생산량은 1974년 7억톤을 넘어선 후 26년만에 1억톤이 늘어나 8억톤의 고비를 넘어선 바 있다. 1억톤 증가에 26년이 걸릴 만큼 세계 철강산업은 그동안 제자리를 맴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세계 철강산업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8억톤 돌파에 이어 2년만인 2002년에 9억톤 돌파, 드디어 2004년에는 10억톤이라는 상징적이면서도 엄청난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세계 철강가격은 2002년초 180달러(이하 열연강판 기준)의 저점에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더불어 과거와 달리 고가 철강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철강가격의 통상적인 수준인 300-400-500달러(열연-냉연-도금강판)를 넘어서 500-600-700달러 또는 그 이상을 유지하는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통적으로 가격 상승기에 가장 고가시장을 형성하는 미국에서의 철강수입가격은 2004년 8~9월 700달러를 넘어서는 사상초유의 기록을 세운 바 있으며 중국도 현재 600달러 대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여하튼 세계 철강업계는 양과 질 모두, 그야말로 수십 년만에 역동성이 넘치고 있다. 국내외 철강인들로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의 고가 철강가격은 앞으로 수년간, 적어도 2007년까지는 열연강판 기준 400달러 이상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전망과 분석이 지배적이라는 것도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때, 과거의 어두웠던 시절을 반드시 기억하고 전철을 밟지 않도록 사전에 방향을 세우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현재의 가격강세는 무엇보다 중국의 성장과 철강수요 증가 덕분이지만 그 저변에는 20년이 넘는 동안의 뼈를 도려내는 구조조정과 합리화의 결과이며 상상을 초월했던 철강사 간의 국경을 초월한 합종연횡과 제휴로 대형화 및 협력관계를 강화한 덕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현재의 경쟁적인 생산능력 확충은 또다시 장기간의 공급과잉과 바닥을 면치 못하는 가격, 그리고 구조조정이라는 가슴 아픈 전철을 되밟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05년의 동향과 과제

2005년 국내 철강시장의 가장 특징적인 동향은 양극화 현상의 가속화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양극화 현상은 제품은 물론 철스크랩(고철) 등 철강 전 부문에 걸쳐 현실화되고 있다.

우선 제품의 경우 판재류와 봉형강류가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시장동향을 보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즉, 내수 특히 건설시장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는 철근 등 봉형강류 제품이 수요감소, 가격인하 압력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판재류는 자동차 등 제조업의 수출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국제가격의 강세로 가격 또한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급 제품과 중저가 제품 간에도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즉, 고부가·고품질 제품의 경우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나 중저가·저품질 제품의 경우 수요 대비 공급과잉, 특히 중국 등 저가 수입산의 유입으로 상당히 어려운 시장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철스크랩에 있어서도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이 나타나 고급고철의 가격은 더욱 높아져 저급고철과의 가격 차이를 더욱 크게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두 번째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철강사들로서도 제품 생산비용 증대로 인한 가격상승 압력 속에 수요가들의 가격저항이 심해짐으로써 상당히 어려운 숙제가 될 전망이다.

철강의 가장 기초적인 원자재인 철광석과 원료탄은 현재 일부 협상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에 있는데 강점결탄(强點結炭)의 경우 2004년 톤당 57달러에서 2005년엔 125달러(FOB 기준)로 무려 2.2배가 상승했다. 또 철광석도 30% 정도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2004년 품목별로 2~4차례의 가격 인상으로 불만이 쌓인 수요가들은 또 원화환율 인하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감소한 가운데 철강재 가격 상승을 더 이상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올해는 철강사들과 수요가들 사이에 가격 관련 시비와 논란이 그 어느 해보다 빈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올해 국내 철강산업은 다음과 같은 과제와 문제점들에 노출될 것이며 이를 여하히 극복해 나가느냐에 따라 향후 철강산업의 지속성장과 발전을 가늠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중일 동일 시장화의 가속화 ▶중국 철강산업의 성장과 일본의 회복 ▶국내 철강산업 구조 불안정 - 상하공정 불균형 ▶원자재 및 반제품·소재성 제품(열연강판, 선재 등)의 수입의존도 증가와 철강 무역적자 ▶철근 등 일부 저가 제품의 수입증가와 시장교란 우려 증대 ▶미국 등 수입규제 및 통상마찰 재발 우려 ▶제조업 공동화 가속화 및 철강수요 감소 가능성 상존 ▶초대형 철강사 출현 등 세계 철강업계의 판도변화 ▶교토의정서 발효와 환경문제 현실화 ▶한일FTA 진전과 기계·부품 수입증가와 철강수요 감소 가능성 등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철강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안정되고 성숙된 노사문화를 기반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 최근 기업에 있어서도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이 성장전략을 위한 새로운 화두로 대두하고 있다.

원만한 노사협력은 지속가능발전의 전제조건일 뿐만 아니라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으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어 2005년 이후의 노사안정을 위한 사측과 노조의 노력 또한 적지 않게 요구되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