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 동물의 왕국?
CF? 동물의 왕국?
  • 안상헌_카피라이터
  • 승인 200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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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로 맹활약 중인 동물들
CG 도움으로 표정연기도 능수능란

안상헌
제일기획 카피라이터
평화로운 어느 곰 가족의 식사시간, 여느 때와 같이 오순도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딸 곰이 그만 폭탄선언을 하고 만다. ‘아빠 저 임신 했대요!’ 노발대발하며 딸과 실랑이를 벌이는 아빠 곰, 이 때 벨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며 사윗감이 등장하는데 사윗감은 바로 토끼다. 곰과 토끼의 연애라는 낯선 상황 위로 ‘뭐가 태어나려고’라는 카피와 함께 제휴의 선을 넘었다는 ‘쇼 앤 파트너즈(SHOW & Partners)’가 등장한다.

 

 

눈길 사로잡는 동물모델

 

이 광고는 영상통화로 유명해진 SHOW가 앞으로 다양한 파트너와 만나서 소비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혜택을 주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광고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사람이 아니라 곰과 토끼라는 동물이 등장했다는 데 있다. 만약 결혼도 안한 딸이 갑자기 밥상머리에서 임신소식을 전한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까? 심각한 표정의 아버지, 어머니와 딸의 대립, 그리고 이를 말리는 가족들의 무거운 분위기…. 누구나 보았을 법한 평범한 TV 드라마 같은 그림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에서는 곰과 토끼의 등장으로 인해 이런 평범한 스토리도 보는 이의 눈길을 잡아끄는 힘을 발휘한다.


광고에서 동물(Beast)은 아기(Baby), 미인(Beauty)과 함께 광고의 주목성을 높여 주는 보증수표 3B로 불린다. 우리가 흔히 기억에 남는 광고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3B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요즈음엔 이런 3B가 광고뿐만 아니라 방송엔터테인먼트에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 사는 외국인 미인들이 등장하는 ‘미녀들의 수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환상의 짝꿍’, 동물이 톡톡한 양념역할을 하는 ‘1박2일’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살펴보면 미인, 아기, 동물이라는 3박자를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코카콜라하면 북극곰을 떠올리는 것처럼 요즘 들어서는 셋 중에서도 동물을 소재로 한 광고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파트 광고에선 자연에서 온 집짓기의 달인 비버가 현장소장으로 변신, 꾸준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최근 시리즈에선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등장해 지휘봉을 휘두르면 주위의 숲과 자연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국제전화 광고에서도 조인성의 콤비로 등장하는 고릴라는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한편 시대가 변하면서 동물모델의 폭도 다양해졌다. 고양이가 냉장고 속의 생선을 먹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90년대 냉장고 광고처럼 초창기에는 사람과 친근한 개나 고양이가 주 모델이었다. 동물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참치통조림광고에선 닭과 돼지가 나와 참치의 타고난 영양성분을 질투하는 연기를 하기도 했고, 보험광고에서는 취미를 바꿀 수 없다면 보험을 바꾸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귀여운 개나 고양이 대신 무시무시한 악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람 못지않은 동물 스타들


그렇다면 이렇게 동물모델들이 광고계의 빅 모델 중의 하나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모델이 등장해 제품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식상한 광고스토리를 동물의 등장으로 보다 재미있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점은 물론 내로라하는 인기 모델들이 브랜드를 옮겨 다니는 일이 동물모델에게서만큼은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제품의 주목도를 높인다는 점 또한 동물모델이 각광받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로 표정연출이 힘든 동물도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지면서 동물도 사람 못지않은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트렌드에 한 몫을 한다.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스타는 ‘상근이’라고 불리는 하얀 개다. 3년 6개월 된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 수컷인 상근이는 인기 TV프로그램인 ‘1박2일’의 멤버로 등장해 유명해진 연예견(?)이다. 또한 인기 TV드라마 ‘아현동 마님’에서는 ‘설국이’라는 이름으로 출연 중이며 침대광고와 이동통신 광고에서도 모델로 활동했다.


외국에서는 북극곰 크누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006년 겨울 베를린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났으나 어미에게 버림받은 뒤 사육사에 의해 키워진 새끼 북극곰은 귀여운 모습과 안타까운 사연으로 일약 독일국민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우리나라에서까지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고, 크누트의 동물원 생활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크누트와 친구들’까지 개봉 중이다. 사람의 말은 못하지만 그 이상의 설득력을 가진 동물 모델들, 아무리 첨단 이미지로 무장한 광고가 홍수를 이루더라도 아날로그의 대명사인 동물모델들의 인기는 여전하다.

 

앞으로 어떤 낯선 동물들이 등장할까?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해도 사람의 감성만큼은 무릎 위에 애완동물을 앉혀 놓을 만한 여유는 가지고 있는 것일까? 변함없는 빅 모델인 동물모델들, 요즘의 광고를 재미있게 보는 방법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