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의 삼색 상견례
노사정의 삼색 상견례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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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장관의 노사 단체 만남 들여다보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노동계와 재계 책임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3월 6일에는 한국노총을 방문해 장석춘 위원장 등 임원들을 만났고, 11일에는 경총에 들러 이수영 회장 등과 환담을 나눴다. 반면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 등은 이영희 장관의 방문을 마다하고 7일 노동부로 찾아가 만남이 성사됐다. 장관과 이들 세 단체 수장들의 만남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의 흐름을 반영하듯 같은 듯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한국노총, 환영은 하는데…

이명박 정부와 한국노총이 정책연대를 맺은 파트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영희 장관이 제일 먼저 한국노총을 찾은 것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출발은 화기애애해 보였다. 이 장관이 “한국노총의 운동 방향에 대해 장관이 되기 전부터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경제발전을 위해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 한국노총이 스스로 나서서 제창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국노총을 추켜세웠고, 장석춘 위원장은 “대기업 임금 자제에 대한 발언은 국민의 여망인 경제살리기에 한국노총이 동참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이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화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하지만 한국노총과 노동부의 관계가 마냥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이날 이 장관이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역사의 흐름이며 이를 거스르면 생존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하면서 공기가 냉랭해졌다. 한국노총에는 전력노조, 각 공사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들이 많기 때문이다.

 

ⓒ 성지은 기자 jesung@laborplus.co.kr

 

민주노총, 이보다 까칠할 순 없다

민주노총은 아예 이영희 장관의 방문을 마다 하고 직접 찾아가, 시작부터 ‘까칠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이던 당시 민주노총 방문을 취소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이 장관의 “우리가 가야하는데 방문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에 이석행 위원장은 “장관께서 오신다고 하셨지만 오히려 장관께 누가될까 염려했다”며 “지난번 대통령께서도 오신다고 하셨다가 안 오셨는데 지난 번과 같은 일은 없어야 되고 그런 탈이 없어야 장관께서도 임기를 무사히 마치실 수 있는 것 아닌가 해서 방문했다”는 ‘가시 돋친’ 대답을 돌려줬다.

ⓒ 성지은 기자 jesung@laborplus.co.kr


이날 양쪽에서 오간 표현들 속에는 민주노총과 이명박 정부의 ‘맞지 않는 궁합’이 여실히 드러난다.

“비즈니스 프랜들리, 기업 속에 근로자 있는 것으로 이해해야” “오늘은 인사하는 자리다” “조직률은 낮은데 민노총의 파급력은 크다” “조직된 근로자가 노-노간 갈등 불러 올 수도” “강경한 노동운동은 경제 살리기의 걸림돌” “노동운동의 발전 위한 충정 오해 말라” VS “민주노총은 대통령도 오기 힘든 먼 길” “죄송하지만 대통령 뵙고 싶은 생각 없으니 잘 전해 달라” “민노총이 아니라 민주노총이라고 말하라” “작년에는 총파업 없었지만 올해는 장담할 수 없다” “현 정부의 법과 원칙에 노동자와 국민은 동의 못 해”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경총, 덕담 속 화기애애

마지막으로 이루어진 경총 방문은 무난했다. 경총 이수영 회장이 “훈수만 두시다가 본게임으로 들어오셨다”고 하자, 이 장관은 “그동안은 비판하는 입장에 있었는데, 이젠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경험과 아는 것이 많으므로 앞으로 노사관계가 잘 풀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 이현석 기자 hslee@laborplus.co.kr


‘법과 질서’라는 화두에는 양측이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이 회장은 “노동단체가 터무니없는 과도한 욕심을 부릴 때가 있고, 불법적으로 하는 부분들이 있다”며 “그럴 때 정부가 단호히 법대로 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노사가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존중해야 한다”며 “그것을 지키는 위에서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호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