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는 이들의 신선한 자극제는 어디에?
‘일탈’을 꿈꾸는 이들의 신선한 자극제는 어디에?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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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원
아침에 집을 나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 당연히 그 안에서 만나고 부딪히는 사람들이 때로는 가족보다 더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고 원수보다 더 미워보일 때도 있습니다. 사표를 던지고 싶은 유혹이 하루에도 수십 번일 때가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있기에, 혼자가 아닌 가족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의 동료들은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계가 충분히 보장된다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까요?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생계가 해결된다고 해도 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10명 가운데 8명일만큼 ‘일’은 이제 생계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 ‘소득’보다는 ‘여가’를 더 갖겠다고 하는 직장인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봐서는 기성세대가 가졌던 일 중심의 사고가 변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네 삶은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 여유롭거나 즐거운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까닭 없이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일도 사람도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도 하며, 아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순탄한 하루하루가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당연히 가족도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며 가족들의 관심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끔 ‘일탈’을 꿈꾸기도 하고 뭔가 저지르는 용기가 부러울 때도 있습니다.

 

미국판 쉘 위 댄스, 원작 못지않은 흥행

일본 내에서의 흥행성공에 힘입어 미국개봉 당시에도 역대 일본 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가 바로 <쉘 위 댄스>입니다. 이 영화로 인해 실제 일본에서는 ‘사교댄스’열풍이 일만큼 춤을 통해 인생의 또 다른 활력을 찾고자 한 중년층이 많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개봉 당시에도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일본에서 국민배우로 칭송받는 주연 배우의 멋진 모습뿐만 아니라 감칠맛 나는 조연들의 연기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리차드 기어, 수잔 서랜든, 제니퍼 로페즈 등의 스타급 배우를 내세워 헐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쉘 위 댄스>는 원작의 재미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인 듯 합니다.


원작의 주인공이 지극히 평범한 옆집 아저씨 같은 샐러리맨이었다면 미국판 주인공은 유언장 전문 변호사이고 아내 역시 가정주부에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으로 바뀌었습니다. 게다가 원작에서 주인공의 마음을 빼앗은 ‘춤 선생님’이 청순가련형이었던 것에 비해 제니퍼 로페즈는 육감적인 몸매로 다소 부담스러움(?)을 안겨줍니다.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변호사’

미국의 직업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변호사’입니다. 뉴욕 시에서 교통사고를 내면 십중팔구는 변호사를 치게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는 많은 변호사가 있는데  2000년 현재 68만1000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41명 중 24명이 변호사 출신이고 상원 및 하원의원의 60% 정도가 변호사일 만큼 변호사는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입니다.


이렇게 많은 변호사가 있으니 그들의 유형도 가지각색일터이고 법정이 인생의 축소판이다보니 그들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도 무궁무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쉘 위 댄스>의 리처드 기어처럼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인생의 허무함을 쫓아버리기 위해 ‘춤’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 거짓말을 일삼는 ‘라이어’도 있을 것이며 인권과 사회정의를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일하는 변호사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로스쿨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미국은 예전부터 대학과정에 법학과를 두지 않고 3년제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를 배출하고 있습니다. 로스쿨 과정을 마친 후 각 주(state)에서 실시하는 필기시험에 합격해야 하며 다른 주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주에서 요구하는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합니다.


그렇다면 미국 변호사들은 돈을 얼마나 벌까요? 미국의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2000년 현재 미국 변호사의 평균연봉은 8만8280달러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소속된 업체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여타의 직업에 비해서는 고소득직종에 해당됩니다.

로스쿨만 졸업하면 성공가도를 달릴 것 같지만 로스쿨의 입학경쟁은 아주 치열하며 하버드, 예일 등 유명 로스쿨 진학은 더욱 그러하다고 하네요. 물론 유명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은 취업에도 상당히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졸업생들은 비정규직으로 취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치열한 경쟁 뒤로 찾아오는 무기력감

변호사의 수가 많은 만큼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하겠지요. 우리나라와 달리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고객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요.


최근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들은 국내 재판에서 변론을 펼칠 수는 없습니다.


고소득에다가, 사회적으로도 선망의 직업이라고 해서 인생의 무기력감, 왠지 모를 소외감이 밀려오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도 예외는 아닐 것이구요.


우리 주변에는 <쉘 위 댄스>의 리처드 기어처럼 자기만의 신선한 자극제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고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는 전문직이지만 기러기 아빠, 엄마로 살면서 속앓이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길을 가다 마주치는 젊은이의 상당수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무기력감, 소외감, 삶의 활력 같은 말들이 왠지 사치로 느껴지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