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사관계는 시대적 요구
산별노사관계는 시대적 요구
  • 참여와혁신
  • 승인 2008.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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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 안정환 선전홍보실장
저급한 노사관계로는 사회발전과 급변한 경제체제 대응 불가

 

정부와 사용자측이 산별교섭만 인정하고 성실히 임한다면, 올해 금속노조 임·단협은 어느 때보다 평화적일 수 있다고 본다. 발전적 산별노사관계만 만들어지면 생산이나 품질향상에 노조가 협조 안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산별노사관계는 시대적 요구다. 최근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다.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보건의료노조, 금융 등 초기업별 비중이 상당히 커지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사용자측과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년 기업별노사관계는 성과도 있었지만 변화하지 못해 실패했다. 최근 노사정위원회에서 산별관련 긍정적인 합의가 나온 것만 보더라도, 노사관계에 있어 변화는 이제 큰 물결이다. 이런 시대적인 변화에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 산별관계에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국제기준을 놓고 보더라도 산별교섭을 채택한 대부분의 나라들이 노사관계가 안정화되어 있다. 금속노조는 기본적으로 산별교섭이 사회통합, 근로조건형평성 제고, 기업별 상생효과 등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니 이를 제도화해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일반 국민의 정서를 보면 노사관계불안정, 교섭 장기화, 분규대형화에 대한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제 노사정 모두가 나서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산별교섭이 안정화되면 무리한 요구나 쟁의는 줄어든다는 것이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복교섭 우려는 상투적인 핑계

한편, 금속노조에서는 지난 4월15일 중앙교섭 상견례를 가졌다. 여기에 완성차4사 등 대공장 사용자측이 빠졌다. 불참한 사용자측은 “교섭구조(교섭비용)에 대해 ‘산별교섭준비위’를 통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통보해왔다. 그동안 사용자측의 금속 내 교섭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산별교섭 회피를 위한 주요내용 중 하나였다.

사용자측에서 산별교섭구조에 있어 중앙교섭, 지부교섭, 사업장교섭 등을 거론하면서 3중 교섭을 이야기하는데, 엄밀하게 보면 중복교섭이 아닌 중층교섭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 지역, 사업장에서 각기 파업으로 갈 수 있어 교섭비용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확언컨대 사용자측에서 말하는 3중 교섭문제는 산별교섭으로 갔기 때문에 드는 비용이 결코 아니다. 산별교섭의 틀이 제대로 잡히고 안정화되면 교섭비용은 대폭 절감된다.

중앙협약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 지역이나 사업장 단위에서 따로 다뤄야 할 내용이 급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중층교섭에 대한 우려는 다시 말해 교섭구조에 대한 문제가 아닌, 산별교섭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일 뿐이다.

 

그리고 정부와 사용자측은 산별체제로 가면 정치파업, 지역 연대파업 등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절대 그렇지 않다.

 

기업별노사관계에서도 정치파업은 숱하게 발생했다. 지역 연대파업도 마찬가지다. 노사갈등은 법과 제도의 미비로 일어난 갈등의 쟁점을, 시스템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데서 발생했을 뿐이다. 기존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노사갈등의 표출은 이렇게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노조를 예로 보면 산별교섭 후 기업별노조에 비해 파업일수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다. 바로 산별적노사관계란 노사관계 밖으로 벌어지는 갖가지쟁점을, 노사관계 안으로 들여와서 발전적 노사관계를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별로 가는 과도기적인 상황에서는 열려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상호 생각의 차이는 교섭 공간을 통해 좁히면 된다. 올해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에는 완성차 4사의 참여가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이는 명실상부한 15만의 중앙교섭 틀을 갖기 위함이다.

 

교섭 피할 이유 없다

금속노조로서는 15만 중앙교섭을 위한 실무준비위 체계인 ‘산별교섭준비위’를 임·단협 일정상 마냥 길게 가져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나 사용자도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를 알면서도 사용자측이 중앙교섭을 해태하는 것은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동안 금속노조는 준비위에 시간을 충분히 부여했지만, 사용자측에서 차일피일 미루면서 제대로 협의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 사용자측의 교섭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교섭요건이 충족되면 노사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시간을 두고 현실화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앞으로 금속노조는 사용자측과 정부에 교섭을 구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교섭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책임에 대해서는 원인제공자인 사용자측과 정부가 짊어져야 한다. 금속노조에 있어 올해 중앙교섭은 조합의 명운이 달린 일이기에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저급한 노사관계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20년 동안 해묵은 노사관계로는 급변한 경제체제에 대응할 수 없다. 지금까지 기업별노사관계에서의 교섭비용을 보면 심각한 수준이었다.

 

현재 금속노조는 15만여 명의 조합원에 240여 개의 사업장이 있다. 교섭에 참여하는 인원을 1사 6명으로만 잡아도, 노사교섭 인원이 약 3천 명 정도가 된다. 노사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일어나는 파업도 완성사, 부품사 모두 제각각이다.

 

한 예로 완성사가 파업하면 부품공장이 멈추어야 하고, 부품업체가 파업하면 완성사가 불안해지는 구조다. 이런 현상은 개별적 노사관계를 집단적 노사관계로 바꾸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다. 산별노사관계를 통해서만이 이런 저급한 노사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

 

미래지향적 산별노사관계 확립

세상이 변하고 있다. 노사관계 역시 이전과는 다른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기존의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현실에서 불법파업 정치파업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노사정 모두 합리적인 산별노사관계를 주체적으로 풀어갈 전략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산별노사관계는 앞서 언급했지만 시대적 요구이며 대세다. 노동 분야 학자와 노동부 관료 일부도 산별교섭이 조속히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올해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미래지향적인 산별노사관계를 위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끝으로 금속노조는 올해 임·단투를 진행하면서 철저히 합법적인 투쟁 기조를 견지할 것임을 천명한다. 상대방의 어떠한 도발에도 흔들림 없이 합법적인 공간 내에서 끈질기게 눈이 올 때까지라도 싸우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제 사용자측과 정부가 답을 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