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
<7>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8.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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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서비스 질 향상 위한 노력
검침연대 통해 제한경쟁입찰·우편송달 백지화할 것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은 2400여 명의 조합원이 발전직군과 배전직군으로 나뉜다. 발전직군 조합원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취급설비, 회처리설비, 탈황설비, 건설중장비 등을 직접 운전하고 있고, 배전직군은 저압(99㎾ 이하) 사용 고객의 전력사용량을 검침하고 고지서를 송달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발전직군 중 일부는 4조3교대 근무를 하고 있고 나머지와 배전직군은 일근을 하고 있다. 한전산업개발은 원래 한전의 자회사로 출발했으나 2003년 민영화 이후 한전에서 49%의 지분을 보유한 출자회사로 전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회사 이름만 바뀌는 제한경쟁입찰

 

한전이 검침·송달업무를 제한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시행하고 있어 현재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의 당면 현안이 되고 있다. 검침·송달업무는 전기 수용가의 전력량계를 확인하고 전기요금 청구서를 배달하는 업무로 체납가구에 대한 해지예고, 해지시공업무도 포함돼 있다. 1994년 이전에는 전기, 수도, 가스요금이 함께 청구되는 통합공과금제도가 시행됐으나 부작용과 정책변경에 따라 1994년부터 별도의 용역업체에 의해 수행됐다.
 

현재는 1개 사업소에 1개 검침회사가 검침과 송달, 단전업무 전체를 일괄해서 담당하고 있다. 이런 체제가 갖춰진 1999년부터는 한전산업개발, 신일종합시스팀, 새서울산업, 상이군경회 등 4개 업체가 한전과의 수의계약에 의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06년부터 한전은 전국 18개 사업소에서 제한경쟁입찰을 시행하고 있다. 한전의 제한경쟁입찰 이후 삼영건설기술공사, 전우실업(한전 퇴직자들이 만든 회사) 등 2개사가 추가돼 총 6개사에서 검침·송달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2007년 입찰에서 삼영건설기술공사가 탈락돼 현재는 5개사가 검침·송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한경쟁입찰 방침은 검침 노동자들에게는 단지 회사 이름이 바뀌는 것뿐이다. 제한경쟁입찰 대상이 된 사업소에서 실제 검침을 담당하는 사람은 바뀌지 않고 단지 회사만 바뀔 뿐이다. 기존에 A사 소속으로 검침을 하던 사람이 제한경쟁입찰에 따라 B사로 바뀐 이후에는 B사 소속이 되는 식이다. 소속을 바꾸지 않고 계속 A사에 남기를 원하면 무연고지로의 전출을 감수해야 한다.

 

제한경쟁입찰 시행에 따라 검침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고, 임금인상도 억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검침 노동자들은 제한경쟁입찰 시행 후 한전이 부과하는 업무량이 늘어나면서 노동강도가 강화되고 있다. 제한경쟁입찰은 회사 이름만 바뀌고 노동강도는 강화되면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발적인 서비스 의욕도 낮아져 대국민 서비스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용 줄어든 만큼 서비스도 떨어져


또 한 가지 검침 노동자들을 궁지로 내모는 것은 고지서의 우편송달 방침이다. 한전은 인편으로 고지서를 전달하는 것보다 우편으로 송달하면 고지서 1매당 170원 정도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이야기한다. 이에 따라 전체 수용가의 54% 정도인 자동이체 고객에 대해 우편송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자동이체 고객 전체에 대해 우편송달로 전환하고 2013년까지는 지로납부 고객에 대해서도 우편송달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자동이체 고객 중 30~40% 정도가 우편송달로 전환됐다고 노동조합은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에 따르면 우편송달 전환으로 거둘 수 있는 원가절감 효과는 연간 20~30억 원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반면 이런 전환에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데, 우선 우편으로 송달할 경우 실제 수용가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부분이 가장 크다. 이사를 했을 때 명의변경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와 같이 실제 사용자와 명의상 사용자가 다른 경우 등은 우편물이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조합은 우편송달로 전환한 이후 고지서가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되지 않아 연체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한다.

 

또 현재는 고지서를 직접 전달하면서 현장에서 민원사항을 듣고 해결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우편송달의 경우는 이런 게 불가능하다. 여기에 해지예고, 미납요금 수금, 수용가 요청사항 처리 등 다양한 업무가 우편송달로 전환되면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수용가 입장에서는 결코 편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원의 입장에서도 우편송달로 전환하면 2000여 명이 직장을 잃어야 한다. 결국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한 제한경쟁입찰과 우편송달이지만 조합원들의 소속감을 반감시켜 업무효율과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공공성을 약화시키는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대화 안 되면 투쟁만 남을 뿐


이에 따라 한전산업개발노동조합은 신일종합시스팀노동조합, 새서울산업노동조합과 함께 ‘전기검침노동조합연대’(검침연대)를 구성해 공동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연구용역을 줘 제한경쟁입찰 방식과 우편송달체계의 문제점과 정책대안을 보고서로 펴내는 한편, 정부와 한전을 상대로 이런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한전과 한국노총, 검침연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런 부작용과 정책대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에 사업장이 분산돼 있어 조직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조합원 평균연령이 49세에 이를 정도로 고령인데다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 뜻을 하나로 모아 내기도 어렵다. 검침 노동자들은 시·군·구 공무원 시절부터 계산하면 20여 년 이상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조합원들의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 결국 계약 자체가 한전의 뜻에 달려있기 때문에 직접 행동으로 나서는 데 일정한 한계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검침연대를 장기적으로는 소산별노조로 전환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당장 닥친 현안문제로 인해 산별전환을 위한 발걸음은 다소 더딘 것이 사실이지만 같은 업무를 하고 있는 하나의 노조로 묶어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으론 배전직군만 해도 800여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도 고민이다.  앞으로 3년 이내에 25%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정년을 맞게 되는데 그들의 빈자리는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 문제를 놓고 노동조합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