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재판 개입 의혹에도 KTX해고승무원 복직 난항
사법부 재판 개입 의혹에도 KTX해고승무원 복직 난항
  • 윤찬웅 기자
  • 승인 2018.06.04 15:26
  • 수정 2018.06.04 15:2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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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식 코레일 사장 ‘사법부 사태’ 유감 표명했으나 구체적 입장 발표엔 난색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 윤찬웅 기자 chanoi@laborplus.co.kr

4,500여 일째 복직 요구 투쟁을 하고 있는 KTX 해고 승무원들과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복직 문제를 두고 면담을 가졌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났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및 ‘KTX해고승무원 문제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KTX대책위)’는 1일 오후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함께 1시간 20여 분의 면담을 진행했으나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진 못했다.

면담에는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정미정 KTX열차승무지부 총무, 양한웅 KTX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정수용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위원장,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최근 밝혀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에 KTX 해고 승무원들과 대책위는 연일 기자회견 및 사법부 규탄을 이어왔고 이번 면담은 이런 국면 변화에 맞춰 긴급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KTX대책위의 면담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오영식 사장은 대법원 사태는 유감이며 검찰 수사 등 적절한 방법의 진상 규명 등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철도공사의 공식 입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며 “당사자가 마음고생 하는 데에 분노를 느끼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KTX열차승무지부와 KTX대책위는 면담을 마친 뒤 “사법농단이 밝혀진 만큼 그동안 회사가 주장해 온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의 복직 협의가 아닌 즉각적 복직을 해달라는 게 저희 요구였다”며 “공사는 이른 시일 안에 노사전문가협의체를 통해서 전향적인 해결책을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한웅 KTX대책위 집행위원장은 “공사가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직접고용이 맞다고 하는 순간 문제가 바로 끝나는 것인데 그걸 계속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사법부 사건이 터지니 앞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도로 바뀐 상황”이라며 “그나마 오늘은 공사가 가급적 빠른 시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한 게 핵심이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하 지부장은 “대법원 사태 이후에 공사의 입장이 분명히 변했을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문제의 시작인 철도공사가 해결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봤다”며 “큰 기대를 가지고 면담에 임했으나 안타깝게도 사장님께서 기존 입장과 전혀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다.

ⓒ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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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해고 승무원 투쟁은 올해로 13년째를 맞았다. 김승하 지부장은 “2004년 승무원을 모집할 때 준공무원 대우에 정년보장, 지상의 스튜어디스란 화려한 수식어로 젊은 여성들을 써먹고 내팽개쳤던 철도공사가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라며 “그동안 대법원 판결을 핑계로 복직을 거부했지만 그것이 ‘뒷거래 판결’이란 게 드러난 만큼 공사는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4월 KTX 개통을 앞둔 전해인 2003년 당시 철도청은 KTX 승무 업무를 외주위탁하는 것이 가능한지 노동부에 질의했고 당시 노동부는 열차 승무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고 회신했으나 결국 외주화는 강행됐다. 외주화된 업무가 다시 자회사로 위탁되던 2006년, 승무원들이 열차 승무 업무의 ‘인력파견업체’식의 위탁 고용에 반대하고 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나 결국 280명의 승무원이 정리 해고됐다. 이후 승무원들은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2010년과 2011년 1, 2심 재판부는 해고된 노동자가 코레일 직원이란 판단을 내렸으나 4년 뒤인 2015년 대법원에서 이 결과가 뒤집히며 4년 간의 임금과 소송비 반환 명목으로 해고 승무원들은 1인당 8640만 원의 빚을 지게 됐다.

이 대법원 판결 후 한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고 해고 승무원들의 투쟁은 지난하게 이어졌다. 그러던 중 최근 2015년의 대법원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 설립이란 사법부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었던 재판이란 의혹이 드러난 것이다. 김승하 지부장은 “뒷거래 판결 이야기를 듣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며 “우리가 이런 사람에게 우리의 생사여탈권을 맡기고 있었고 이렇게 나쁘고 못난 사람에게 우리 삶을 책임지게 했다니 너무나 참담하고 너무나 부끄러웠다”고 토로했다.

사법농단 의혹에도 공사가 사태 해결에 미진한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대법원 의혹에 따른 진상규명이 있을 때까지 복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일 자택 앞에서 “제가 있을 때 법원행정처에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것이 사실이라면 막지 못한 책임이 있고 국민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대법원 재판이나 하급심 재판이나 부당하게 간섭, 관여한 바가 결단코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법거래 의혹이 드러난 만큼 검찰 수사나 특별조사단의 추가 미공개 자료 공개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가운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선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세 차례에 걸친 법원 내 주요 자문기구의 자문 청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국 관련 사법부 및 정치권의 조치가 복직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하 지부장은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도 책임 있다고 생각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분명히 해결하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에 면담 요구를 위해 4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