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교사 정규직화하고 더 이상 기간제 채용 말아야
기간제교사 정규직화하고 더 이상 기간제 채용 말아야
  • 김민경 기자
  • 승인 2018.06.15 17:14
  • 수정 2018.06.15 18:3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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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또다시 해고 사태 반복될 것

[인터뷰]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

기간제교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대상에서 배제됐다. 교사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이고, 기존 정규직 교사들과 채용단계에서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해 정규직화하기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기간제교사를 양산한 주범인 정부가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정규직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임용시험에 합격한 기존 교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을 향해선 ‘정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 대우를 받아온 기간제교사들을 위한 형평성’, ‘임용시험 공정성’, ‘교사 채용방식으로서의 한계’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현재 계약종료와 재계약을 반복하며 고용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대한 열망으로 학교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기간제교사들은 4만 7,000명에 달한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배제 후 해고 잇따라

지난 4월 중순, 청와대 앞에서 10일간 농성까지 하셨는데?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기간제교사들을 배제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이자, 정규직화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농성에 나섰다. 이번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겠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농성하기 전과 후 정부의 태도 변화는 없다. 농성 시작 전 여러 차례 정부에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고, 교원 수급 대책에 대한 의견서도 전달했지만 답변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농성은 의미는 컸다. 노동계와 시민단체, 학부모회와, 학생단체 등 많은 분들이 농성장으로 지지방문을 와 주셨다. 기간제교사노조의 정규직화 투쟁이 정당함을 확인받는 과정이었고, 더욱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현재 기간제교사들이 처한 상황은?

기간제교사들은 지난해 정부가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힌 후, 지난 1, 2월 한 차례 해고 사태를 겪었다.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7, 8월에 또다시 해고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가 발표한 대로 정부의 중장기 교원수급대책이 나온다면 기간제교사들의 해고사태는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간제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감내해야하는 부당한 차별은 여전하다.

올해 1월 기간제교사노조 출범

노조의 전신이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라고 들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고(故) 이지혜, 김초원 선생님이 기간제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기간제교사는 정규교사(정교사)의 임신과 출산, 육아휴직 등에 따른 결원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실상은 적은 비용으로 정교사의 인력이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정교사와 똑같은 업무를 한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기간제교사들이 모여 연합회를 결성했다. 3년이라는 지난한 투쟁 끝에 기간제교사들의 순직이 인정됐다.

반복해서 기간을 정한 임용계약을 맺어야 하는 기간제교사들이 노조를 만들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 기간제교사들이 연합회라는 형태로 조직된 이유가 있다. 전국교직원교사노동조합(전교조)이 있다. 기간제교사들도 전교조에 가입할 수 있다. 실제로 기간제교사들 중 전교조 조합원인 경우가 있고, 나 또한 전교조 조합원이었다. 그러나 학교에서 근무를 하지 않으면 노조 규정에 따라 조합원 자격이 상실된다. 학교현장 관리자들이 강성노조로 여기는 전교조에 기간제교사들이 가입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도 있다.

올해 1월 노조를 만들었다.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기간제교사들이 소외되고 이에 대해 항의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많은 이들이 조직됐다. 이 과정에서 전교조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에 지지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오롯이 대변할 노조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기간제교사라면 누구나 학교에서 차별을 경험하지만, 다시 재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뜻 나서지 못한다. 이대로는 문제 상황을 해결할 수 없고, 누군가 나서야한다면 나라도 하겠다고 생각했다. 정규직화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만 전교조와는 차별시정 문제 등에서 연대하고 있다.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만연한 학교

기간제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느끼는 고용불안은 어느 정도인가?

기간제교사들은 계약 만료일이 가까워오면 재계약 여부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학기제로 계약을 하는 경우 4개월, 5개월마다 재계약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다. 1년 계약이라도 그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 뿐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것은 다르지 않다. 특히 정교사는 휴직 사유가 소멸하면 즉시 복직하는데, 이는 곧 기간제교사의 해고로 이어진다. 계약기간 중이라고 해도 안심할 수 없다. 기간제교사들에게 고용불안은 ‘일상’이다.

노조가 약 900명의 기간제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간제교사 차별 실태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급히 해결돼야할 차별은 ▲쪼개기 계약 ▲기피업무 또는 과중업무 분장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었나?

1년 임용이라고 공고를 내지만, 막상 계약을 맺을 때는 6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쓰게 하는 경우가 있다. 담임을 맡지 않는 경우 방학기간을 제외하는 쪼개기 계약을 맺고. 쪼개기 계약을 안 당하려면 방학 기간에 출근해서 업무를 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정교사들도 방학에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월급은 준다. 교사에게 방학은 단순한 휴식의 의미가 아니라 교사로서 자질을 향상시키는 연수 기간이기 때문이다. 정교사와 동일한 일을 하는 기간제교사에게 이와 관련해 다른 대우를 하는 것은 차별이다.

젊은 남자 기간제교사들은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7~8년 동안 계속 맡기도 한다. 이는 계약을 맺는 학교가 바뀌어도 특정 업무를 지속적으로 맡는다는 것인데, 학교폭력 업무가 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들은 고용 구조상 정교사들이 꺼리는 업무를 떠맡고도 제대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렵다.

담임업무도 정교사들이 기피하는 업무 중 하나다. 전체 기간제 교사의 50%가 담임을 맡는다. 담임 기간제교사라도 중도 계약 해지를 피할 순 없다. 담당한 학급 학생들의 졸업식을 보기는커녕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는 사례는 이미 언론에 많이 보도된 바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과 성과급 지급 표준 호봉도 부당하게 분리돼 있다. 정교사들은 2001년부터, 기간제교사들은 2013년부터 성과급을 지급받고 있는데, 기간제교사는 올해 한 호봉이 올랐음에도 15호봉이고 정교사는 26호봉 체계다.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형평성 기준 제대로”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와 관련해 교육부가 밝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정규 교원 채용과정의 사회적 형평성 논란 등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입장에 대해?

기간제교사는 정부가 양산해 왔다. 기간제 교사제도는 무려 20년간 지속돼 왔다. 지난 10년 동안 정교사의 증가율은 6%인 반면 기간제교사의 증가율은 60%에 가깝다. 학교에 필요한 정교사를 정부가 충분히 임용하지 않은 것이 근본 원인이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에 대해 사회적 형평성을 운운하는 것은 정부가 져야하는 책임을 기간제교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정교사와 기간제교사, 예비교사 간의 갈등을 조장해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 배제를 정당화하려는 부당한 논리다. 공공부문의 질을 높이겠다며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말하는 정부가 재정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기간제 교사들의 정규직화에 대해 임용 시험을 합격한 정교사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회적 여론이 있는데?

앞서 말했듯이 기간제교사들은 정교사를 임용하는 대신 채용됐다. 이들은 오랜 기간 동안 정교사가 하는 일은 물론 기피 업무까지 해오고 있다. 기간제교사들에게 교사가 가져야 할 의무와 책임은 전부 지도록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어떤 권리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은 형평성을 저해하는 문제가 아니었는지 되묻고 싶다.

기간제교사의 정규직 전환이 형평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하는 여론은 임용시험을 공정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임용 시험은 정부의 교원수급정책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개인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공정성을 가장해 교사들을 경쟁하게 만들고 이간질시킨다. 단적인 예로, 같은 과목이라도 응시하는 지역에 따라 임용인원이 다르다. A지역에서는 5명을 뽑지만, B지역에서는 20명을 뽑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 경우 A지역에 응시해 떨어진 6등은 B지역에 지원했을 경우 붙을 수 있었던 사람이다. 과연 임용고시는 공정한 시험인가,

아울러 교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담보하는 채용시험으로써 한계는 없는가 생각해볼 대목이다. 기본적으로 교사로서 갖춰야할 덕목은 사범대 또는 일반대의 교직이수 과정을 통해 습득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교사자격증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이들이 교사자격증을 받고도 고시학원을 다니며 길게는 3~4년까지 경쟁 임용시험에 몰두한다. 교사자격증을 따는 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졸업후 바로 교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기간제교사제도 폐지해야

문재인 정부의 교원 정책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이라고 비판하셨는데?

그간 정부에서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하면서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들은 비정규직으로 뽑아왔다. 정교사와 기간제교사의 최근 증가율만 비교해봐도 기간제교사의 증가율이 10배나 높다.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1교실 2교사제, 고교학점제 등을 제대로 하려면 정교사를 충원해야 한다. 그러나 교사 확충 방안은 없다. 말로만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펼치겠다고 하고, 교육활동을 하는 교사들에게 다양한 이름을 붙여 오히려 온갖 차별을 겪어야 하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향후 활동 계획은?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와 차별 폐지 투쟁을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지금의 기간제교사들을 정규직화하고, 기간제교사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 정교사의 휴직 등에 따른 상시적인 결원을 예측하고 이를 아우를 수 있게 충분한 정교사를 채용해 교사 인력을 운영해야 한다. 이는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들과 소통하며 개개인의 소질은 발견해 키워주는 교사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흐름에도 부합하는 것이다.